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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품 제공 금지’…호텔업계, 전전긍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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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말부터 호텔 등 숙박업소에서 일회용품 무상 제공이 금지된다. 소비자들은 편의성 감소, 유료 구매 부담 등의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단순히 무상 제공을 금지할 것이 아니라,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 어메니티를 제공하거나 개인용품 사용 시 포인트 적립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어차피 편의점에서 살텐데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이달 말부터 객실이 50개 이상인 호텔 등 숙박업소는 칫솔 등 일회용품을 무상으로 제공할 수 없다. 규제 대상 일회용품은 칫솔·치약·샴푸·린스·면도기 등 5종이다. 숙박업소가 이를 무료로 제공할 경우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한 호텔 내 비치된 일회용품 자판기 /사진=김지우 기자 zuzu@

자원재활용법 시행에 소비자들은 환경 보호를 빙자한 호텔 측의 원가 절감이 아니냐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리사이클링 제품이나 친환경 제품을 도입하는 게 아니라, 어차피 쓸 일회용품을 별도의 비용을 지불해 구입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불만이다. 지속 가능성에 대한 숙의 없이 숙박객의 편의만 감소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직장인 김 모(37)씨는 지난달 출장차 4성급 호텔에 방문했다가 일회용품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됐다. 김씨는 어쩔 수 없이 칫솔·치약세트를 호텔 자판기에서 3000원에 구매했다. 김씨는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호텔을 이용하는 이유가 편리함 때문인데, 일회용품을 지급하지 않으면 결국 편의점이나 자판기에서 구입해야 한다”며 “친환경 정책이라면 소비자 불편만 야기하는 게 아닌 다른 대안을 마련해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다회용기로 대체

이에 따라 롯데호텔, 조선호텔앤리조트, 신라호텔, 한화호텔앤리조트 등의 대형 숙박업체들은 샴푸, 바디샤워 등을 일회용 어메니티 대신 대용량 디스펜서로 대체했다. 칫솔, 치약, 면도기 등은 제공하지 않고 있다. 필요 시엔 편의점이나 자판기를 통해 구매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롯데호텔은 지난 2022년 7월부터 롯데호텔, 시그니엘 등에 대용량 다회용 디스펜서를 비치했다. 신라호텔은 비즈니스호텔 브랜드 신라스테이에 대용량 디스펜서를 도입한 데 이어 서울신라호텔 등 일부 호텔에도 이달 중 대용량 디스펜서 도입을 마무리 할 예정이다.

호텔 욕실 내 어메니티 / 사진=아이클릭아트

한화호텔앤리조트의 더플라자와 콘래드호텔도 칫솔, 치약, 면도기 등을 이달부터 유상 제공하기로 했다. 금액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한화호텔앤리조트 측은 “고객 불만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다회용기의 위생을 우려하는 소비자들도 있다. 리필이 가능하기 때문에 외부물질이 유입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재활용되는 만큼 관리가 철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대해 대형호텔들은 관리자만 접근 가능하도록 장치를 마련해놓고 있다는 입장이다. 롯데호텔은 이물질 유입을 완전히 차단해 개봉이 불가능한 ‘논-리필러블 용기’를 사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환경보호는 필수지만…더 나은 대책 없을까

사실 호텔들은 그동안 국제적 환경보호 기준을 맞추기 위해 일회용품 감축 외에도 다양한 환경보호 정책을 도입해왔다. 연박 시 침구류를 매일 교체해줬다면, 숙박객이 요청할 때만 교체하는 식이다. 롯데호텔은 ‘그레이 카드’를 침대 위에 올려둘 경우에만 교체해준다. 환경보호를 위해 투숙기간 동안 침구류가 재사용되도록 했다.

이랜드파크 켄싱턴호텔앤리조트도 2박 이상 투숙 시 침대 시트와 커버 교체 의사를 표시하는 그린카드 제도를 운영 중이다. 여기에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고객에게 텀블러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고객이 각 지점에서 텀블러를 사용할 경우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의 PHA를 적용한 칫솔 / 사진=CJ제일제당

하지만 자원재활용법 시행에 따라 호텔들은 더욱 강화된 제도를 내놔야 한다.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 실제로 호텔들은 어메니티 유상 제공에 따른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 어메니티 도입을 검토했지만 비용 등의 문제로 실행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글로벌 호텔 체인 아코르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아코르는 CJ제일제당과 친환경 생분해 소재 PHA를 활용한 어메니티 용기를 만드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현재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친환경 소재를 활용할 경우 비용이 높아지고, 특정 브랜드의 어메니티를 활용하는 것이 호텔의 시그니처이기 때문에 (도입 시) 고려할 사항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숙박객이 일회용품 어메니티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인센티브를 주는 정책을 도입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친환경 정책은 필요하지만 숙박객이 자신의 용품을 소지해 사용할 경우, 포인트 적립 등의 인센티브를 주는 정책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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