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사이언스, 경영권 분쟁에 ‘표 대결’ 주목
회장직제 부활에 임기 만료 따른 이사회 재구성도
지난해를 톺아보고 회사의 올해 비전을 주주들에게 알리는 매년 3월 정기주주총회. 올해 제약바이오 업계 주총장은 회사 성패의 키를 쥔 경영권 변동 안건이 대거 상정되면서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주요 제약바이오 상장사는 오는 15일부터 차례로 2024년 정기 주총을 개최한다. 특히 올해는 경영권 분쟁이 한창인 한미사이언스는 물론 30년 만에 회장직제를 신설하는 유한양행, 오너 2세의 사내이사 선임 등 경영진 변동이 예고되면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전례 없던 ‘빅딜’에 리더십 ‘지각변동’…한미사이언스와 부광약품
지난 연말연시 제약바이오 업계를 달군 한미사이언스와 OCI홀딩스의 통합 결정은 양 사 리더십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한미약품그룹 오너 일가는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경영권을 두고 본격적인 분쟁에 돌입했다. 고(故)임성기 한미약품그룹 회장의 장·차남인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임종훈 정밀화학 대표 형제는 한미사이언스와 OCI홀딩스의 통합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장녀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 모녀가 주도한 이번 통합 작업은 OCI홀딩스에 대한 ▲구주매각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한 신주발행 ▲주식교환으로 이뤄진다. 형제는 모녀의 이러한 통합 작업이 경영권 분쟁 도중 이뤄진 ‘졸속 매각’이라며 신주발행에 대한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는 등 법적 분쟁에 돌입했다.
형제는 법적 분쟁 외에도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활용한 표 대결에도 나서면서 경영권 분쟁을 한층 더 격화시켰다. 형제는 올해 주총 안건으로 본인들을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로, 권규찬 DX&VX 대표 등 측근 4명을 기타비상무이사, 사외이사 등 이사회 구성원으로 선임해달라는 주주제안을 냈다.
임종윤 측 관계자는 “주주제안은 발행주식총수의 3% 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을 가진 주주라면 누구나 행사할 수 있는 권리”라며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제약 산업 분야에서 한미약품그룹의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 제약산업과 관련된 경험과 식견, 전문성을 갖춘 이사진의 보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미사이언스와 OCI홀딩스 역시 통합 작업을 위한 경영진 교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번 주총에서는 새로운 이사회 구성원 선임에 대한 양 측의 첨예한 표 대결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미사이언스의 올해 정기 주총은 ‘슈퍼 주총데이’로 꼽히는 28일 열릴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한미사이언스와 OCI홀딩스 통합에 따른 경영진 변동이 예고된 곳이 또 있다. 바로 OCI홀딩스 산하 제약사인 ‘부광약품’이다. 부광약품은 오는 22일 동작구 본사에서 정기 주총을 개최한다.
이날 상정된 5건의 안건 중 제3호 의안 ‘이사 선임의 건’에서는 우기석 온라인팜 대표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건이 포함됐다. 온라인팜은 한미그룹 내 유통을 담당하는 계열사로 우 대표 역시 한미약품그룹에서만 30년을 근속한 ‘한미맨’으로 알려졌다.
현재 부광약품은 모회사인 OCI홀딩스의 이우현 회장이 대표직을 맡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달 8일 진행된 부광약품 컨퍼런스콜에서 “부광약품의 지난해 실적은 경영진으로서 부끄러운 성적”이라며 “지난 하반기부터 재무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강도 높은 관리에 돌입했다”고 말했다.
우 대표가 이 회장의 후임으로 단독 대표를 맡게 되면 현재 진행 중인 재무건전성 제고 작업은 물론 한미사이언스와 OCI홀딩스의 통합 작업 이후 양 사 제약 사업간 시너지 발휘의 다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30년만의 회장직 부활 ‘유한양행’, 이사회 재구성하는 셀트·대웅 등
유한양행은 오는 15일 정기 주총을 개최하고 총 7개의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이날 유한양행은 제2호 ‘정관 일부 변경의 건’을 통해 회장·부회장 직위를 신설하는 내용이 담긴 정관 변경을 시도한다.
이번 회장·부회장 직위 신설은 1993년 연만희 고문이 창업주 고(故)유일한 회장 이후 2번째로 회장직을 지낸 이후 30년 만에 처음이다.
유한양행 측은 “글로벌 연구개발 중심 제약사로 도약하고 있는 시점에서 향후 우수한 외부인재를 영입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조치”라며 “이번 정관 변경은 회장제 신설뿐 아니라 사업의 목적추가, 공고방법 변경 등 다양한 조항을 현실에 맞게 수정하는 과정이기에 직제 신설 또한 미래 지향적 조치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임기 만료에 따라 대표이사 등 이사회 구성원의 변동이 예고된 제약바이오 기업도 여럿 있다.
셀트리온그룹은 26일 열리는 정기 주총에서 오너 2세인 서진석 셀트리온 의장을 셀트리온과 셀트리온 제약의 등기임원(사내이사)으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통합 셀트리온의 경영사업부 총괄 대표로 선임된 서 의장은 강력한 차기 회장으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이다. 연내 통합이 예고된 셀트리온제약에도 서 의장 재선임 안건이 상정되면서 서 의장의 본격적인 경영 활동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28일 개최하는 대웅제약의 정기 주총에서 전승호 대웅제약 공동대표의 재선임 안건의 상정되지 않으면서 대표이사를 포함한 이사회 구성원에 변화가 생긴다.
전 대표의 퇴임으로 공석이 된 공동대표 자리와 사내이사 자리에는 각각 박성수 나보타 총괄부사장과 박은경 전문의약품 마케팅본부장이 메운다. 사외이사 구성원 가운데도 김홍철 이사가 이달로 임기가 만료되면서 조영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내과 교수를 신규선임하는 안건이 상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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