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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돌아보기] 아파트공화국의 ‘소통공간’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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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호 논설위원
김기호 논설위원

아파트공화국에 요즘 새로운 도전자가 나타났다. 카페공화국이다. 작년 말로 전국 커피점 수가 9만여 개를 기록(국세통계 포털, 2023.11.)하며 치킨집 수를 넘어섰다고 한다. 카페든 치킨집이든 모두 우리들의 주거생활을 편리하도록 지원하는 아파트공화국의 외주업체다. 그러나 주거생활의 여러 부분이 점점 집 밖으로 나가서 분리 독립하면서 아파트공화국도 단지 내외의 관계와 역할을 새로 정립해야 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카페는 사람들이 만나고 모여 차도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는 곳으로, 흔히 커뮤니티 편의시설의 한 종류로 생각하였다. 오랫동안 카페는 지인이나 친구, 또는 애인 등을 만나 잠시 인사와 정담을 나누고 그다음 행선지인 영화관이나 식당(또는 술집)으로 가는 징검다리였다.

그러나 요즘 카페는 사람들이 차와 담소를 즐기는 것은 기본이고 이제는 공부도 하고, 일도 하고 또는 홀로 음악이나 영상을 감상하며 쉬기도 하는 멀티플렉스(multiplex)로 바뀌고 있다.

​카페의 일상적 풍경. 노트북과 백팩 등이 여러 가지를 말하고 있다. 서초동 주거지. 사진: 김기호, 2024​
​카페의 일상적 풍경. 노트북과 백팩 등이 여러 가지를 말하고 있다. 서초동 주거지. 사진: 김기호, 2024​

이런 트렌드를 반영하듯 국민 여가활동 조사(문화체육관광부, 2022)에서도 카페는 강세다. 집 외에 많이 이용한 여가 공간 상위 10개 중 카페(11.9%)가 ‘아파트 내(집주변) 공터’(12.6%)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희망하는 여가공간도 영화관, 공연장에 이어 3위에 선택되었다. 집집마다 좋은 커피 머신이 있는데도 카페가 인기인 데는 아무래도 커피 외에 다른 무엇이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생활공간으로 다양하게 이용되는 아파트 집 현관 앞 공간과 복도. 여의도 시범아파트(1971년 입주). 복도를 골목처럼 생각하고 조금 넓게 하여 어르신 주민이 의자라도 하나 내 놓고 앉거나 어린이들이 세발자전거라도 타는 것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사진: 김기호, 2022
생활공간으로 다양하게 이용되는 아파트 집 현관 앞 공간과 복도. 여의도 시범아파트(1971년 입주). 복도를 골목처럼 생각하고 조금 넓게 하여 어르신 주민이 의자라도 하나 내 놓고 앉거나 어린이들이 세발자전거라도 타는 것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사진: 김기호, 2022

우선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대부분의 국민이 사는 아파트 및 단지의 폐쇄성이다. 아파트 건설에서 집과 집 사이, 집 안의 방과 방 사이의 프라이버시 확보를 매우 중시한다. 그에 따라 아파트 집은 옆의 이웃이나 공용공간 등과 매우 단절된 거주 형태다.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도무지 모른다. 복도형 아파트 등 주민들의 자연스러운 접촉을 가능하게 하는 다양한 동선(動線) 방식이 있으나 프라이버시 확보를 이유로 결국 한 층에 두 집이 서로 마주 보는 계단실형 아파트가 정답이 되었다.

아파트의 집에서는 창밖으로 내다봤자 앞집의 뒷부분이 보이거나 잘해야 멀리 산등성이나 보이는 것이 전부다. 이렇게 사람 보기 힘든 아파트 거주자는 세상과 사람을 구경하러 카페로 나가는 것이 아닐까?

다른 하나는 재택근무의 확산이다. 우선은 코로나 확산이 그 본격적 시작이나 회사들은 경영상(사무실 임대료 등) 이유 등으로 재택근무를 반기는 모양새다. 대부분 컴팩트한 아파트에 살게 마련인 도시 직장인들에게 집 안에 일할 공간을 마련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코로나 같은 비상 상황에서 집에서 가까운 카페들은 아주 편한 탈출구의 역할을 해내었다. 카페는 일하는 공간이 되었다. 그런데 재택근무는 앞으로 점점 더 확산할 것이라고 한다. 더 많은 카페가 생겨야 하나?

위와 같이 카페가 중요한 커뮤니티 편의시설이 되는 것을 보니 카페와 아파트(단지, 주거)가 서로 연계되고 성격을 차별화하는 것이 거주생활에 도움이 될 것 같다.

다양한 사이버 스페이스가 있고 사회관계연락망(SNS)도 촘촘한데도 카페로 사람들이 오는 것은 결국 그들이 ‘아날로그적 감성’을 즐기기 위해서가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카페에서 그들은 홀로 자기 일에 집중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실은 지속적으로 주변과 드나드는 사람을 살피며 보이지 않는 접촉을 하고 있다. 집에서 컴퓨터나 스마트폰 붙잡고는 결코 얻을 수 없는 아날로그적 체험(體驗)이다.

내친김에 이런 아날로그 요구를 좀 더 확장시키면 어떨까? 예전에 많이 사용했던 포스트잇 게시판을 설치해 카페 이용자들 사이에 다양한 필요와 요구(교환, 거래, 구함 등)가 소통되게 하는 것이다. 카페 주인이 더 너그럽다면 가끔 작은 연주회나, 독서회 등의 이벤트도 곁들이면 더욱 아날로그 감성이 충만해질 것이다. 카페가 고요히 군중 속의 고독을 즐기는 (것 같은) 장소를 넘어 커뮤니티 문화를 생성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

아파트 단지 내부 주거동과 가로변에 마당과 보행로를 따라 배치된 부대복리시설. 세종시 가락마을 18단지. 사진: 김기호, 2021
아파트 단지 내부 주거동과 가로변에 마당과 보행로를 따라 배치된 부대복리시설. 세종시 가락마을 18단지. 사진: 김기호, 2021

그럼 아파트는 앞으로 이런저런 역할 다 떼어 주고 결국 ‘잠자는 곳’으로 축소될 것인가? 이제는 집 자체보다 오히려 운동이나 취미 공간 등 부대 복리시설과 공용공간에 관심을 두어야 할 것이다. 주민들을 집 밖으로 나오게 하여 취미 등 다양한 활동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서로 알게 되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다. 부대 복리시설 등을 실내든 실외든 길(실내는 복도)을 형성하게 배치하여 사람들이 오가며 쉽게 들를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나아가 재택근무나 기타 다른 생활 요구를 단지 내에서도 해결하도록 하는 것도 비용이나 기능편의상 주민들이 반갑게 받아들일 것이다.

집 밖에서 많이 이용한 여가 공간 1위인 아파트 단지 내 외부공간과 2위인 동네 카페의 역할과 관계를 잘 설정한다면 방콕, 집콕에 갇히기 쉬운 디지털 시대 주민들에게 더욱 살기 좋은 동네가 될 것이다.

데일리임팩트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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