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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행동 중인 전공의의 상당수가 정부가 현장 복귀를 거부하며 대규모 행정·사법 처벌이 임박한 가운데 4일 자정 마감된 전국 대학별 ‘의대 증원 수요 조사’를 두고 학내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기존 정원의 2~3배에 달하는 정원 신청 결과가 공개되면 의대생들의 교육과 진료를 모두 맡는 의대 교수들이 대거 집단행동에 나서면서 의료대란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5일 의료계에 따르면 윤우성 경북대병원 이식혈관외과 교수는 전일(4일)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선배 의사로서 (전공의들의) 보호막이 되어주지 못하고 뒤에 숨어 ‘반대한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어떻게든 잘 해결되길 수동적으로 기다리기만 하고 있는 모습이 너무 부끄럽다”며 사직 의사를 밝혔다. 윤 교수는 “제가 전공의 시절, 아니 그 전부터 항상 ‘외과는 지금이 바닥’이라고 했다. 다른 많은 분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저는 이미 오래 전 번아웃도 되었고 매일매일 그만하고싶다 생각하며 살고 있다”면서도 “저를 포함해 필수과 현장에 있는 의사들이 정부의 필수의료 살리기 관련 정책에 대해 나쁘다고 지적하는데 왜 귀를 기울이지 않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또 “정부는 여론몰이에만 몰두해 합리적 결론과 합의를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대학 본부는 본질과 현실파악에 대한 노력이나 정책의 결과를 예측할 생각 없이 해당 학과의 의견을 무시한 채 눈앞에 보이는 이익만 바라보고 정부 정책을 수용하며 이것 저것 요구하는 모습은 할말을 잃게 만든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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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는 의대 증원 수요조사 과정에서 잡음이 불거졌다. 홍원화 경북대 총장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경북의대) 신입생 정원을 250~300명으로 늘려 달라고 교육부에 전달할 생각이다. 경북대의 경우 의대 교수 55%가 증원에 찬성한다”고 밝힌 것이 학내갈등의 발단이 됐다. 현재 경북대 의대 정원(110명)보다 2배 이상 많은 숫자를 정부 수요 조사에 제출하겠다는 의사를 공식화한 셈인데, 실제 의대생들의 교육을 맡는 의대 교수들의 반발이 거셌다. 해당 보도를 접한 권태환 경북의대 학장은 즉각 총장에게 “대규모 의대 증원을 하면 교육이 어려워진다”며 항의성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학장직 사의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에서 권 학장은 “3월 4일 교육부에 보내는 입학정원 신청 서류 제출을 보류하거나 현행 110명 동결, 혹은 전국 의대학장협의회가 요청한 10% 증가폭 안에서 제출하시기 바란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경북의대 교수들의 의견은 관철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홍 총장은 의대 증원 관련 수요조사 마감일인 4일 대구 경북대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오늘(4일) 마감 예정인 전국 의과대학 정원 신청에서 기존 110명의 두 배가 넘는 250명의 정원을 신청하려 한다”며 정원 확대에 따른 연구공간과 학습공간 마련과 의대 교원 확보의 어려움에 대한 지원을 호소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좋은 의사를 많이 길러낼 테니 정부가 적극 지원해 달라고 했는데, 적극 지원해 드리겠다. 걱정하지 말라”고 답하며 힘을 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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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윤 대통령이 지역의 거점 의대와 거점 병원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약속한 날 필수의료 분야 교수(전문의)가 공개 사직 의사를 밝히면서 의료계는 크게 술렁였다. 의료계와 교육계 안팎에서는 전국 40개 대학 중 대부분이 교육부에 의대 입학정원 증원을 신청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경북대를 비롯해 많은 대학이 기존 정원의 2배 또는 그 이상의 정원을 신청하면서 증원 신청 총규모가 2000명을 넘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박성민 교육부 기획조정실장 역시 마감 당일 정례브리핑에서 대학들의 수요 신청 규모와 관련 “작년 수요조사(최소 2151명, 최대 2847명)와 비슷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의대 교수들은 정부가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정지 및 고발 절차에 착수하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과 강릉아산병원, 울산의대 교수들은 3일 성명을 통해 “정부의 사법적 처리가 현실화된다면 스승으로서 제자를 지키기 위한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단체행동에 나설 의향을 밝혔다.
여기에 의대 증원 수요조사 결과까지 공개되면 후폭풍이 거셀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의료원장 출신인 윤동섭 연세대 신임 총장은 4일 총장 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의대 증원 신청 여부와 관련해 “의대 교수들의 반대가 강해 구체적 규모 등을 아직 정하지 못했다”며 “전국 의대가 비슷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대 교수들이 증원 반대 의견을 강하게 대학 본부에 요청하고 있다. 정부가 합리적으로 증원 규모를 검토할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았다는 것이 의대 교수들의 의견”이라며 의대와 대학 본부 사이의 이견 조율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을 비롯해 몇몇 병원에서는 겸직 해제를 고민하는 교수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의대 교수 중 상당수는 교육부 장관의 발령을 받아 학교 강의와 병원 진료를 동시에 맡는 겸직 교수다. 겸직 해제 시 병원 진료를 하지 않고 강의만 하게 된다. 파견직 신분으로 의료법상 불법인 진료 거부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합법적으로 의대 증원 관련 거부 의사를 표시할 수 있는 수단으로 여겨진다. 서울대는 의대 교수들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채 교육부에 의대 증원 숫자를 전달한 데 대한 반발로 김영태 서울대병원장과 김정은 서울의대 학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서울대는 김정은 서울의대 학장이 지난달 27일 졸업식에서 전한 축사가 회자되며 잡음이 일었다. 김 학장은 졸업생들을 향해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붕괴에 따른 의대 정원 증원 등 사회적 화두에 대해 국민은 우리 대학에 한층 더 높은 사회적 책무를 요구하고 있다”며 “여러분은 자신이 열심히 노력해서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하지만 사회에 숨어 있는 많은 혜택을 받고 이 자리에 서 있다. 국민 눈높이에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대거 사직하고 전국 의대생들이 동맹 휴학에 나선 시점에 나온 발언이라 화제가 됐는데, 이와 관련 의대 몇몇 교수들 사이에서 퇴진 요구가 불거졌다. 의대 정원 수요조사 마감을 앞두고 4일 오후 5시 서울의대 교수협의회가 진행한 긴급교수간담회에서도 병원장과 의대 학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한 서울대병원 교수는 “전공의, 의대생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의대 교수들의 여론을 묵살한 채 의대 증원까지 신청한 데 대해 일부 교수들의 반발이 심하다. 지난주부터 (서울대병원장과 서울의대 학장에 대한) 퇴진 요구가 있었다”며 “몇몇 교수들을 중심으로 퇴진운동을 추진 중인데 사퇴하지 않을 경우 사직서 제출 등 집단행동에 나서자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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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진료현장을 벗어난 전공의들에 대해 무더기 면허정지 처분을 할 방침을 재차 강조하고 있지만 각 병원에서는 본격적인 복귀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고 있다. 3월에 새로 들어와야 할 인턴과 레지던트 1년차마저 대거 임용을 포기하고, 전임의들 중에서도 이탈 움직임이 일면서 연일 의료 현장이 악화일로를 걷는 가운데 의대 교수들마저 집단행동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수도권 소재 수련병원 교수는 “사직 후 개원 등을 고려하는 교수들이 많은 줄로 안다. 단체행동이 아니라도 2주 가까이 밤새워 응급실, 중환자실 당직을 서느라 남은 인력들의 번아웃이 심해 오래 버티긴 힘든 상황”이라며 “이대로라면 주요 병원들이 2주를 넘기지 못한 채 셧다운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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