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채 정보를 등록하면 최대 90만원가량의 가상자산을 무상으로 나눠줘 화제를 모은 월드코인이 한국에서 3주간 신규 지급을 중단한다. 공식적인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국내에서 개인정보보호 논란이 불거진 데다 과열된 코인 수령 열기에서 코인 가격을 안정적으로 지키고자 시간을 두고 사업 재정비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월드코인은 ‘챗GPT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가 공동 창업한 툴스 포 휴매니티(Tools for Humanity)에서 개발한 가상자산이다. 지난해 7월쯤 출시됐으며 개발사는 은색 구체(球體) 기기인 ‘오브’를 통해 이용자의 홍채를 등록하면 월드코인 10개를 무상으로 지급하고 2주에 한 차례씩 월드코인 3개를 지급한다.
4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월드코인 측은 지난달 29일을 끝으로 국내 10곳에서 진행하던 홍채 등록 및 신규 월드코인 지급을 잠정 중단했다. 서울의 카페 등지에서 설치됐던 홍채 인식 기기 오브도 지난달 말쯤 전량 회수됐다. 월드코인 측은 이달 20일까지 국내에서 신규 코인 지급을 일체 중단하며 오는 21일 이후 다시 홍채 등록 사업을 진행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월드코인 측은 신규 코인 지급 중단에 대해 명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오브 설치에 참여했던 한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월드코인 본사 측이) ‘본사 정책상 3주 정도 (신규 코인 발급을) 멈추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가상자산업계에서는 이번 월드코인의 사업 중단이 예정된 절차였다는 반응이 나온다. 월드코인 개발사는 국가별 홍채 수집 기간을 정하고 이 기간에 집중적으로 홍채 정보를 모으는 전략을 취한다. 홍채 인식 및 계좌 생성 시스템 최적화를 위해서다. 가상자산 분석업체 쟁글의 김지혜 리서치센터장은 “한국의 경우 홍채 수집 기간이 2월 말까지여서 최근 오브를 활용한 홍채 등록을 마감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월드코인 측의 조치가 코인 가격 방어를 위한 공급 조절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최근 국내 일반인에게까지 월드코인 받기 열기가 번졌다. 업계에서는 이 현상이 특정 시점에 대규모 코인 매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섞인 관측도 나온다. 이 때문에 코인 공급을 조절하려고 잠시 신규 지급을 멈추고 오는 21일 이후에는 전보다 월드코인을 나눠주는 장소가 적어질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이날 월드코인 애플리케이션(앱)에 따르면 국내 오브가 설치된 10곳 중 6곳은 ‘이용 불가’ 상태로 안내 중이다. 나머지 4곳만 이달 21일 혹은 22일부터 홍채 등록 예약이 가능했다. 가상자산업계 한 관계자는 “코인 인기는 키우되 무상 지급(에어드롭)량은 줄이는 게 시세 안정을 지키는 최선의 방법이다”라며 “월드코인의 경우 신규 가입자 수를 줄이면 미래에 불거질지 모르는 매도 압력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인기 있던 현장 프로모션을 종료하고 오브를 회수한 게 개인정보보호 논란에 대비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앞서 월드코인이 국내에 도입된 직후부터 수집된 홍채가 민감정보인지, 동의 목적 외 다른 용도로 사용할 가능성이 있는지 등 논란에 불이 붙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월드코인에 대해 지난달 29일 조사에 착수했다”며 “개인정보보호법상 위반사항이 확인될 경우 법규에 따라 조치할 계획이다”라고 이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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