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파트너스, 주총서 자사주 소각 등 주주제안
“금호석화 저평가 가장 큰 원인은 미소각 자사주”
금호석유화학 개인 최대주주인 박철완 전 상무가 행동주의 펀드와 손잡고 ‘자사주 소각’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미 두 차례 경영권 분쟁에 패배했었지만, 다시 주주가치 제고를 앞세워 금호석화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김형균 차파트너스자산운용(차파트너스) 본부장 상무는 4일 서울 여의도 Two IFC에서 열린 금호석화 주주제안 프레젠테이션 기자간담회에서 “제3자에 대한 자사주 처분 등 주주가치 훼손을 방지하고 지배주주로부터 독립적인 구축을 위해 주주제안을 한다”고 발표했다.
박 전 상무와 차파트너스는 이달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자사주 소각에 관한 정관 변경의 건 ▲자사주 소각의 건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의 건 등 안건을 제안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자사주 소각에 대해서는 이사회 결의 뿐만 아니라 주총결의로도 자사주를 소각할 수 있도록 정관을 변경하고 정관 변경 후 2년에 걸쳐 자사주 전량을 소각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다. 장기간 보유해온 발행 주식 수의 18.4%에 달하는 미소각 자사주를 전량 소각해 주주가치를 제고하겠다는 의도다.
차파트너스는 금호석화 저평가의 가장 큰 원인으로 미소각 자사주를 꼽았다. 차파트너스는 금호석화의 주가는 지난 1월 기준 최근 3년간 고점 대비 약 58% 하락하고 총 주주수익(TSR)은 해외 동종업계 및 국내 선도 화학기업 대비 최하위 수준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18.4%에 달하는 자사주가 총수 일가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제3자에게 처분 또는 매각될 수 있다는 우려로도 시장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했다.
김 상무는 “약 10만명인 금호석유 일반 주주의 지분율은 81%이지만, 이사회 10석 중 일반주주의 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주주제안 선임 이사 등 독립적인 이사는 한 명도 없다”고 주장했다. 금호석화의 나머지 지분(19%)는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 측이 100% 보유하고 있다.
이어 “과거 금호석화가 OCI랑 자사주 일부를 서로 맞교환했는데 그때 현재 이사회 10명 모두 찬성했다. 사외이사가 10명 중 7명이나 있는데도 불구하고 단 1명의 반대 의견이 없었다”며 “현재 금호석화 이사회는 일반 주주의 이익 전체를 다 대변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박 전 상무는 고(故) 박정구 금호석화의 장남이자 박 회장의 조카다. 박 전 상무는 2021년, 2022년 경영권 확보를 위해 배당금 확대와 이사회 진입을 목표로 주주제안에 나섰다가 연패한 바 있다. 일각에선 이런 전적을 근거로 이번 주주제안은 경영권 확보가 아닌 주가 띄우기가 목적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 김 상무는 “박 회장과 박 전 상무의 경영권 분쟁과는 무관하게 전체 80%의 일반 주주 권리를 제고하기 위한 주주 활동”이라 선을 그으면서도 “어차피 개인 최대주주지분이기 때문에 시장에 매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는 경영권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지분이기에 매수자가 없을 것”이라며 “현재 시점에서 엑시트(투자 후 출구전략)를 논하기에는 정황상 좀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번 주주제안은 경영권 분쟁의 성격도 아니라고 부정했다. 김 상무는 “박 전 상무가 2년간 했던 활동은 말 그대로 경영권 분쟁이었기에 주주들이나 자문사들도 누가 더 경영 능력이 있는지 비교를 했었다”라며 “이번에는 이사회 10석 중 1석만을 제안했기 때문에 경영권 분쟁은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한편, 차파트너스는 사조오양, 상상인, 남양유업 등을 대상으로 주주제안을 해오며 행동주의에 나선 바 있다. 박 전 상무와 차파트너스는 현재 금호석화가 전체 주식의 18%에 달하는 대규모 미소각 자사주가 소액주주 권익을 침해하며 부당하게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등의 문제점에서 공감대를 형성했다.
박 전 상무는 지난달 15일 차파트너스를 특별 관계자로 추가하면서 “현재 정부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 진행 중인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며 “차파트너스와 같은 행동주의 펀드가 지금보다도 더욱 활성화돼 소액주주의 권리를 보호하는 문화가 형성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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