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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GTX보다 빠른 K-플라잉카…‘813조’ UAM 시장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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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GTX보다 빠른 K-플라잉카…‘813조’ UAM 시장 노린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개발한 도심항공교통(UAM) 기체 오파브(OPPAV). 사진 제공=국토교통부

시속 240km.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최근 개발을 마친 1인승급 한국형 도심항공교통(UAM) 기체 ‘미래형 유·무인 겸용 개인항공기(OPPAV·오파브)’의 최고 속도다. 순항 속도만 시속 200km에 달한다. 이달 말 개통을 앞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A 열차의 최고 속도(시속 180km)를 한참 웃도는 수준이다.

지난달 28일 찾은 전남 고흥의 국가종합비행성능시험장에서는 오파브의 시운전이 한창이었다. 이날 오파브는 100m 높이에서 약 20km를 운행했다. 활주로 등에는 비행 소음 측정을 위해 80여개의 소음 측정 장치가 설치돼 있었다. 통상 오파브의 비행 소음은 61~62데시벨. 일반 도시 소음(65데시벨)과 비슷하고 헬기 소음(80~85데시벨)보다 20데시벨 가까이 낮다. 현장에 있던 항우연 관계자는 “도심 속에서 운항해야 하는 UAM은 비행 소음을 잡는 것이 기술개발의 핵심 중 하나”라며 “오파브의 주목적은 UAM 기술개발 및 인증 확보로 상용화 모델이 아닌 만큼 아직 소음 저감 기술이 본격적으로 적용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향후 상용화 모델 개발시 비행 소음은 30~40데시벨까지도 끌어내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오파브는 한국이 처음으로 자체 개발한 UAM 기체다. 전기를 동력으로 하는 수직 이·착륙기로 비슷한 모습의 교통 수단인 헬기보다 조용하고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다. 오파브 개발이 진행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투입된 관련 예산은 총 448억 원으로 기체 개발에 쓰인 비용만 212억 원에 이른다. 현재 항공우주연구원은 오파브 2기를 제작해 기술 인증, 추가 연구개발(R&D) 등에 활용하고 있다. 항공우주연구원은 오파브를 토대로 최고 시속 340km의 5인승급 UAM 기체도 개발할 계획이다.

정부가 한국형 UAM 기체 개발에 450억 원이라는 거금을 들인 이유는 간단하다. 탄소중립 기조와 세계 주요 도시의 교통 체증 심화 현상이 맞물리며 UAM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어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글로벌 UAM 시장은 2025년 109억 달러(약 14조 6000억 원)에서 2030년 516억 달러(약 68조 9000억 원)으로 5배 가까이 성장한다. 이후에도 글로벌 UAM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해 2040년 6090억 달러(약 813조 원)에 달할 전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글로벌 UAM 시장은 지난해부터 2040년까지 연평균 31%씩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2040년 국내 UAM 시장 규모는 13조 원에 달할 것”이라고 했다.

[르포]GTX보다 빠른 K-플라잉카…‘813조’ UAM 시장 노린다
전남 고흥 국가종합비행성능시험장 내 도심항공교통(UAM) 실증단지. 고흥=이준형 기자

국토부가 지난해 8월부터 국내 주요 기관을 모아 대규모 UAM 실증도 추진 중인 것도 이 때문이다. 실증에 참여한 기관은 47개로 총 7개 컨소시엄으로 구성됐다. SKT·한화시스템 등이 꾸린 ‘K-UAM 드림팀’ 컨소시엄과 현대자동차·대한항공 등이 꾸린 ‘K-UAM 원팀’ 컨소시엄이 대표적이다. 카카오T에 힘입어 서비스형 모빌리티(MaaS) 최강자로 급부상한 카카오모빌리티도 LG유플러스·GS건설 등과 손잡고 실증에 뛰어들었다.

눈 여겨 볼 것은 실증에 투입되는 기체의 다양성이다. 7개 컨소시엄은 이번 실증에서 각기 다른 UAM 기체를 쓴다. SKT 컨소시엄은 미국 조비에비에이션, 현대차 컨소시엄은 오파브, 카카오모빌리티 컨소시엄은 영국 버티컬에어로스페이스의 기체를 활용하는 식이다. 실증 단계에서 여러 기체를 활용하면 자연스럽게 데이터의 다양성도 확보할 수 있다. 정기훈 항우연 K-UAM 운용국 국장은 “한국 UAM 실증의 강점은 전 세계에서 추진되고 있는 프로젝트 중 가장 많은 종류의 기체가 투입된다는 것”이라며 “이번 실증을 통과한 컨소시엄에만 국내 UAM 초기 사업권을 주기로 한 것이 유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상용화 목표 시점은 내년 말이다. 국토부는 우선 고흥 비행성능시험장에 구축한 UAM 실증단지에서 올해 말까지 1단계 실증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각 컨소시엄의 UAM 기체와 통신 체계 안전성 등을 확인하는 단계다. 올 8월부터 내년 6월까지는 아라뱃길과 한강에서 순차적으로 2단계 실증이 진행된다. 향후 UAM의 실 수요지가 될 수도권에서 마지막 기술 검증을 거치는 것이다. UAM 특별법이 지난해 국회 문턱을 넘어 법적 근거도 마련됐다. 국토부 측은 “오는 6월까지 최초 상용화부터 전국으로 UAM 노선을 확산하기 위한 세부 로드맵을 마련할 것”이라며 “10월 UAM 대국민 시연 행사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UAM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은 한국만이 아니다. 미국의 경우 2020년부터 연방항공청(FAA)을 중심으로 UAM 국제 표준을 개발하고 있다. 조비에비에이션은 연내 민간 기업 최초로 FAA의 UAM 인증을 획득한 후 내년 뉴욕과 로스엔젤레스에서 상용화에 나설 계획이다. 프랑스는 올 7월부터 8월까지 열리는 파리올림픽에서 UAM 시범 운항을 추진한다. 일본도 내년 오사카 엑스포에서 시범 서비스를 선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전 세계에서 개발 중인 UAM 기체만 400여개”라며 “UAM에 전기차라는 신(新)시장을 개척한 테슬라의 성공을 경험한 벤처캐피탈(VC) 등의 투자금이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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