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정부 집중력, 실행력 모두 부족”
“세액 공제 확대, 직접 보조금 지원도 필요”
“중소·중견 팹리스 대한 지원도 확대해야”
미국과 일본의 반도체 산업 성장 속도가 생각보다 굉장히 빠르다. 반도체 경쟁 속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안일해 보인다. 절체절명 위기의 순간이다.
인공지능(AI) 기술 발전로 촉발된 반도체 경쟁이 국제전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 정부는 자국 반도체 기업을 중심으로 전폭적인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그간 소부장(소재·부품·장비)에 집중했던 일본은 대만의 파운드리 기업 TSMC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면서 자국 내 생산라인 구축에도 주력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안일하고 대처가 늦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들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미국은 정부의 지원으로 반도체 생산라인을 전략적으로 세워나가고 있다. 일본도 TSMC에 혜택과 지원을 아끼지 않아 팹 건설 기간도 크게 단축시켰다”며 “상대적으로 우리나라 정부는 집중력과 실행력 모두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규복 한국전자기술연구원 부원장은 “정부는 최근 용인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구축 등 반도체 양산 환경 개선에 노력하고 있지만, 세제 혜택, 자금 지원, 연구개발 지원 등 추가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며 “이러한 지원책은 단기간이 아닌 중장기적으로 끌고 가야 한다. 부처 간 협력을 바탕을 강력하게 추진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업의 적극적인 시설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세액 공제 혜택을 확대하고, 필요하면 직접적인 보조금 지원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그간 우리나라는 기업 자체적인 투자에 의존만 의존해왔다. 앞서 1월 정부가 발표한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에 쓰이는 전체 투자액 622조 원 역시 삼성전자(500조 원)와 SK하이닉스(122조 원)가 모두 부담한다. 올해 정부가 확보한 반도체 예산은 1조3000억 원에 그친다.
정형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금 세계가 반도체 공급망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클러스터를 만들고, 보조금 지원 경쟁도 벌이고 있다”며 “세액 공제 혜택을 늘리고 지원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교수는 “지금 같은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는 시기에 충분한 생산량을 뽑아내지 못하면 경쟁국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직접 지원 보조금을 지원해주면 기업들의 생산라인 건설 지연 및 중단 등의 상황도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재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4공장은 공사가 지연됐고, 5공장은 중단된 상황이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대기업뿐 아니라 국내 팹리스(반도체 설계회사) 등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지원도 확대해나가야 한다고도 했다.
이 부원장은 “팹 건설에 참여하는 국내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우회적인 자금 지원책과 함께 부수적인 상황에 대한 지원책도 시급해 보인다”며 “여기에 반도체 소부장 기업 및 시스템 반도체 팹리스에 대한 세액 공제와 함께 자금 지원책이 보다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회준 한국반도체공학회장은 “이미 우리나라에는 미국 퀄컴이나 대만 미디어텍 등 외국의 팹리스들이 들어와 연구소를 짓고 있다”며 “이러한 외국 기업을 보조해주기보다는 우리나라 팹리스를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기업의 자구 노력도 필요하다고 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는 여전히 메모리 반도체 의존이 심하다”며 “삼성전자는 시스템 반도체에 더 투자해야 하고, SK하이닉스도 여력이 된다면 비메모리 사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날 치열한 경쟁 상황에서 소부장이 흔들리면 반도체 생태계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며 “국내 여러 중소·중견기업들도 소부장에 대한 자립률을 키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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