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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등 주요국이 자국 중심 보호주의 산업통상 정책을 추진하면서 세계무역기구(WTO)가 역할과 기능을 상실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이번 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WTO 제13차 각료회의(MC13)가 가까스로 막을 내렸습니다. WTO 각료회의는 회원국의 통상장관이 참석하는 WTO 최고 의사 결정기구로 격년 단위로 개최됩니다.
이번 WTO 각료회의는 당초 예정한 2월 26~29일의 논의 일정을 넘기는 마라톤협상 끝에 전자상거래에 대한 관세 유예를 2년 연장하기로 잠정 합의했으나 또 다른 핵심 현안인 농업 및 수산업 보조금에 대한 합의는 끝내 무산됐습니다.
WTO는 1일(현지시간) 공개한 성명 초안을 통해 “우리는 제14차 각료회의까지 전자상거래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현행 관행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WTO의 차기 각료회의는 2년 후인 2026년 열릴 예정입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전 세계 무역의 약 25%는 디지털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기업 로비단체들은 전자상거래의 관세 유예 종료가 광범위한 불확실성을 초래하고 비용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경고해왔습니다. 존 덴턴 국제상공회의소(ICC) 사무총장은 이번 주 초 “전자상거래를 보고 싶고 디지털 경제의 번영을 보고 싶다면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것이 근본적인 구성 요소”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인도가 자국 농민들을 위한 보조금 인정을 주장하면서 전자상거래 관세 협상이 진통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자상거래에 대한 무관세 모라토리엄은 WTO가 음악, 소프트웨어, 책 등 물리적으로 배송되는 제품이 향후 전자적으로 전송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 1998년 제2차 각료회의에서 처음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한시 합의한 후 매 각료회의에서 기간 연장을 거듭해왔습니다. 그러나 제11, 12차 각료회의를 거치면서 인도, 인도네시아, 남아공 등 신흥국은 모라토리엄으로 인한 세수 손실 우려, 모라토리엄의 경제적 영향에 대한 연구 부족, 자국 IT 산업 보호 등을 명분으로 명시적인 반대 의사를 표명했습니다. 이번에도 인도 등의 극심한 반발로 연장 합의 무산 위기까지 내몰렸으나 극적 타결됐습니다.
한편 한국과 칠레가 공동 의장국을 맡은 ‘개발을 위한 투자 원활화 협정’의 최종 타결을 알리고 WTO 협정 편입 등 향후 절차에 관한 참여국들의 지지를 재확인하는 선언식은 무난히 진행됐습니다. 정인교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세계적 복합 위기에 대한 대응으로 WTO의 투자 원활화 협정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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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유현욱 기자 ab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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