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부동산원 청약홈이 이달 4일부터 22일까지 3주간 문을 닫는다. 정확히는 이 기간 아파트 입주자 모집 공고가 새로 올라오지 않는다. 정부의 저출산 대책에 따라 대폭 달라지는 청약 제도를 시스템에 반영하기 위해 청약 일정을 묶어두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청약홈이 휴업하는 동안 청약 대기자들이 제도 개편 내용을 면밀히 숙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혼인과 출산 세대에 유리해지는 만큼 이를 이용하려는 수요자들이 더 몰릴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재개장 후 인기 단지 청약 경쟁률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신생아 특별·우선공급…부부 청약통장 기간 합산
한국부동산원은 ‘청약홈 신규 공고 중단 관련 사전 안내’ 공지문을 최근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사항이 오는 25일 시행 예정됨에 따라 3주간 신규 아파트 입주자 모집공고 서비스를 중단한다는 내용이다. ▷관련기사: 청약홈, (3월만)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1월26일)
달라지는 청약 제도 중 가장 큰 이슈는 신생아 특별공급 및 우선공급이다. 지난해 12월 국토교통부는 2세 이하 자녀(태아 포함) 세대를 위해 민간분양 우선공급(연 1만가구)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공공분양 특별공급(연 3만가구)과 공공임대 우선공급(연 3만가구)도 약속했다.
정부는 생애최초 특별공급 및 신혼부부 특별공급 물량의 20%를 해당 가구에 우선적으로 공급하기로 입법예고했다. 소득 단계별 추첨자 선정방법도 현행 3단계에서 5단계로 변경했다. 다자녀 특별공급 자격 기준도 완화했다. 기존 3자녀 이상에서 2자녀 이상으로 적용 대상을 확대한 것이다. ▷관련기사: “아이 낳으면 내집마련 유리해요” 신생아 특공 등 연 7만가구 (2023년11월30일)
혼인에 따른 불이익도 없앴다. 민영주택 일반공급 가점제에서 배우자 청약통장 가입기간의 50%(최대 3점)를 합산한다. 합산 점수는 현재와 같이 17점까지다.
부부가 당첨자 발표일이 같은 특공에 모두 당첨된 경우에도 부적격 처리하지 않고 먼저 접수된 신청분을 유효 처리한다. 부부 모두 통장을 보유하는 게 유리해지는 셈이다. 배우자가 결혼 전 청약당첨이나 주택소유 이력이 있어도 이를 청약요건에서 제외한다. ▷관련기사: ‘여보 청약통장 깨지마!’…내년 3월부터 배우자 보유기간 합산(2023년12월19일)
이 밖에도 비규제지역 무순위 청약 시 최대 2회 주택청약업무수행기관(한국부동산원)에 의뢰할 수 있게 했다. 20가구 미만의 계약취소분 주택 공급시에도 부동산원에 의뢰해 공급한다. 입주자저축이 필요한 청년 특공 근거도 마련됐다.
정부는 법 개정 이유로 “출산가구에 대한 주거지원을 확대하고, 혼인신고 지연 및 미신고 유인을 해소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청약제도만 복잡해졌나…공급 확대가 근본책
전문가들은 제도의 취지는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저출산 대책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생아 특별공급 중 공공분양은 소득·자산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월평균소득 140%, 자산 3억7900만원의 출산 가구가 그 대상이다. 입주자모집공고일 기준 2세 이하 자녀(태아 포함)라는 시점 탓에 상대적 박탈감을 토로하는 기존 출산 가구도 생길 수 있다. ▷관련기사: 결혼하고 애 낳으면 내집마련 혜택…”근데, 저는요?”(2023년12월5일)
오히려 부작용으로 희소성 있는 서울 등지 인기 단지의 청약경쟁률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자격이 완화되며 청약 참여자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자녀 기준을 낮춘 것은 여러 유형을 충족하는 청약자의 유형 선택 고민도 부를 것으로 예상된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예를 들어 쌍둥이를 낳은 신혼부부라면 신생아, 신혼부부, 생애최초, 다자녀 특공 등을 모두 신청할 수 있어 어디가 유리할지 눈치를 봐야 할 수 있다”며 “신혼 특공 열기가 다자녀 특공으로 이어져 그만큼 경쟁도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부 중복청약 허용에 대해서도 “청약자 수가 2배로 늘어 경쟁이 심화할 것”이라며 “부부 둘 다 하면 유리한 게 아니라 둘 다 ‘해야만 하는’ 상황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부부 청약통장 기간 합산이 “커트라인(당첨 하한선)을 높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대 17점을 달성하는 청약자가 늘어나면 평균 점수가 높아져 오랫동안 청약을 준비한 사람에게 유리해진다는 분석이다.
근본적으로는 청약 문턱을 낮춘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주택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부가 1·10 대책(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방안)을 통해 재건축·재개발을 지원하고 소형주택에 세제 혜택을 부여하기로 했다. 그러나 청약자 선호도가 높은 서울 및 수도권 아파트 공급 확대와는 거리가 멀었다는 지적이다. ▷관련기사: “소형 빌라·오피스텔 사도 무주택 간주”(1월10일)
박지민 대표는 “특공 물량은 대부분 3기 신도시 공공분양에 한정될 것”이라며 “뉴홈 공급량 자체가 적은데 특공을 신설해 청약 제도만 너무 복잡해졌다”고 꼬집었다. 권일 팀장 역시 “청약 규제 완화와 함께 대규모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져야 실효성이 있다”며 “그렇지 않으면 경쟁자만 늘어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주에도 특공·1순위 청약 11곳
분양공고 발표는 묶이지만, 지난달 29일까지 올라온 공고의 청약 접수 및 당첨자 선정 등은 그대로 진행된다. 아파트가 아닌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 등도 정상 운영한다. 건설사들이 이달말 부랴부랴 공고를 게시하자 청약 일정이 대거 겹쳤다. 다음달 4일 특별공급을 실시하는 단지만 서대문구 ‘경희궁 유보라’ 등 11곳에 달한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분양이 3월 초와 말에 몰릴 텐데 확률을 높이기 위해 여러 단지에 청약하는 건 좋지만 당첨자 발표일이 같은 단지에 동시에 당첨되면 무효가 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며 “특공 혜택울 받게 될 청약자들은 굳이 지금 서두르기보다는 입지나 분양가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전략을 짜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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