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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증시 환경 다른데…맞춤형 정책 제도 필요 [밸류업 성공 열쇠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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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 상이해 정책 차별화 요구 대두

韓 저성장 고착화…타계 역할 기대

“중장기적 관점서 방안 마련 중요”

지난달 22일 일본 도쿄 시내에 설치된 증시 시황판이 상승장을 뜻하는 빨간색으로 물들어 있다. ⓒ도쿄 AFP=연합뉴스
지난달 22일 일본 도쿄 시내에 설치된 증시 시황판이 상승장을 뜻하는 빨간색으로 물들어 있다. ⓒ도쿄 AFP=연합뉴스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정책으로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세부 방안이 발표됐다. 저PBR(주가순자산비율) 기업이 스스로 기업 가치를 끌어 올릴 수 있도록 유도해 증시를 부양하겠다는 목적이다. 올 들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미국과 일본 증시와 달리 국내 증시는 상대적으로 지지부진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회심의 카드로 정부는 증시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당장 시장에서는 현실성에 대한 의문부호와 함께 실효성에 대한 우려의 반응도 감지된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시장과 기업들의 현장 목소리와 함께 정책의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요건들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선 국내 시장 환경에 맞춘 구체화된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일본의 성공 사례를 따라가기에는 양국이 마주한 시장 환경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정부도 일본과 정책적 차별화를 꾀하겠단 방침이라 밸류업 프로그램의 방향성이 다를 것으로 전망된다. 정책이 ‘한국형’을 표방한 만큼 중장기적 관점에서 치밀하게 구성해야 한단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달 26일 발표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에 대해 정책의 세밀함과 차별화가 부족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책의 본래 취지에 맞춰 정책을 구체화 시켜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먼저 이를 시행한 일본과는 본래부터 정책이 나아갈 방향이 다르다는 것이다.

일본이 오랜 경계 불황인 ‘잃어버린 30년’을 타계하기 위한 장기 프로젝트로서 기업 가치제고에 나섰지만 우리는 가계 부채 증가와 기업 투자 위축 등 저성장 고착화 초입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밸류업 프로그램이 추진된다는 점이 그렇다.

실제로 금융위는 이번 정책 추진 배경에 대해 경제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자본의 효율적 활용 및 생산성 향상이 긴요한 시점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국민들 입장에서도 근로소득 외에 자산소득을 통한 안정적 현금흐름 확보 필요성도 커진 상황이라고 설명한다.

업계는 국내 시장 환경에 맞춘 구체화된 전략이 갖춰질 경우, 일본과는 다른 방향에서 성공 신화를 쓸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밸류업 지원 구체안이 드러나는 2차 세미나까지 약 3개월에 시간이 남은 만큼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 중장기적 관점에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우선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해 배당소득세와 상속세 정비가 이뤄질 경우 국내 증시 환경을 고려할 때 파괴력을 발휘할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높은 상속세는 그동안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가치 제고 우수기업 선정과 이를 통한 인센티브 부여, ‘코리아 밸류업 지수’ 구성도 세부 내용에 따라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치 제고 노력의 강제성을 간접적으로나마 부여해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시장은 (도쿄거래소가 시행한) 정책의 유효성을 의심했지만 정책의 강도가 높아지면서 반응하는 수순으로 연결됐다”며 “우리 정책은 아직 세밀함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연구기관장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연구기관장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와함께 일본이 제도 시행시 긍정적인 효과를 거둔 점들은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해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제도 이행의 의무 부여라는 점이 가장 크게 대두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번 방안에서 기업 가치 제고 계획을 적극 수립해 이행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는 주되 참여가 저조한 기업에게 패널티는 부과하지 않겠단 방침을 내세웠다. 일본과 달리 기업의 가치 제고를 자율성에 맡긴 점이 시장 실망감으로 이어지고 있는 분위기다.

먼저 밸류업 프로그램을 시작한 일본의 경우 한국과 달리 강한 패널티 내세우는 등 정책에 일정 부분 강제성을 부여하고 있다. 도쿄거래소는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미만 기업에 가치 제고 의무를 부과 후 일정 기간 내 유효한 결과를 내지 못할 경우 상장폐지도 검토하겠단 입장이다.

시장에서 자율적 권고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당국은 ‘패널티 카드’도 검토하겠단 입장으로 선회하는 분위기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주주환원 등 일정 기준에 미달하는 상장사는 증권시장에서 적극적으로 퇴출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는 당초 당국의 입장과 전면 배치되는 내용이어서 최종안이 나올때까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결국 우리 시장 환경에 맞는 정책을 마련하면서도 해외에서 이미 좋은 효과를 거둔 선례가 있는 것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수용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또 단기적인 성과가 아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명확한 방향성을 갖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바탕으로 최종안에는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내용들을 담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국의 밸류업 정책이 (일본처럼)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지속적·장기적 추진이 필요하다”며 “시장에서 잘못 해석해 밸류업 프로그램의 의미를 단기 주가 부양에 집중하는 것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모습.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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