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다른 곳에 시선 둔 사이 더 위험해져”
김정은, 전임자들 기본 원칙 깨고 한국 주적으로 인지”
전면적 남침은 아니더라도 소규모 교전 가능성
세계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 전쟁 등에 시선을 돌리는 사이 북한이 더 큰 위협으로 부상했다. 핵무기를 확대하고 러시아와의 관계를 구축한 북한이 더는 한국과의 통일을 목표로 삼지 않으면서 미국과 동맹국들이 경각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19년 2월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최근 5년에 걸쳐 핵무기 개발에 속도를 냈다. 미국 핵 과학자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는 5년 전 북한이 약 35개의 핵탄두를 비축한 것으로 추산했지만, 이제는 50~60개를 보유할 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했다. 2022년엔 5년 만에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도 시험했다. 과거였다면 러시아와 중국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규탄했겠지만, 최근 들어 이들이 북한과 관계를 긴밀히 하면서 그럴 일은 없어졌다고 WSJ는 짚었다.
북한은 신무기 개발에도 집중하는 모습이다. KN-23과 KN24로 불리는 신형 미사일은 핵탄두 장착이 가능하고 비행 중 방향을 바꿀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무기는 최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사용한 것으로 미국과 한국, 우크라이나 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해군과 외교부, 통일부에서 정책 고문을 맡은 정구연 강원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최근 5년 동안 북한은 역사상 어느 시기보다 더 많은 무기를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일련의 상황과 더불어 김 위원장은 대화로 복귀하라는 미국의 요청에는 여전히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WSJ는 지난달 김 위원장이 전임자들의 기본 원칙을 포기한 모습에서 위협의 분명한 징후가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연설에서 더는 한국과 평화통일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한국을 주적으로 규정하고 전쟁을 피할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 아버지 김정은과 할아버지 김일성을 기리기 위해 지었던 평양의 대표 상징물인 통일 기념탑을 철거함으로써 행동으로 보였다.
일련의 우려에도 북한이 최근 러시아에 군수품과 단거리 미사일 등을 제공하며 무기 비축량을 줄인 탓에 섣불리 전면적으로 남침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중론이다. 다만 미국과 한국 관리들은 서해나 서부 국경에서 드론이나 해상 침투를 포함해 소규모 교전이 일어날 가능성을 여전히 우려하고 있다고 WSJ는 설명했다.
북한 전문가 로버트 칼린 미들베리국제연구소 연구원은 과거 38노스 기고문에서 “너무 극단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우린 김 위원장이 1950년 자신의 할아버지처럼 전쟁에 나설 전략적 결단을 내렸다고 믿는다”며 “그가 언제 어떻게 방아쇠를 당길 계획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위험은 북한의 도발에 대한 미국과 한국, 일본의 일상적인 경고를 훨씬 넘어섰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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