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토큰증권발행(STO) 가이드라인이 마련된 지 1년여가 지났지만 관련 법안은 여전히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증권사들과 조각투자 업체들은 토큰시장 선점을 위해 뛰어들었지만 법제화 단계에서 막히면서 지난해에 비해 시장의 힘이 빠진 분위기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블록체인을 통한 토큰증권 발행, 장외시장 유통 등의 내용이 담긴 STO 관련 법안들은 현재 국회에서 계류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2월 ‘토큰증권 발행 및 유통 규율체계’를 발표한 뒤로 1년이 지났지만 법제화가 예상보다 늦어지는 모습이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7월 관련 법안을 대표 발의한 뒤 반년이 흘렀으나 4월 정치권의 가장 큰 이슈인 총선이 다가오면서 논의가 사실상 중단된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법안심사소위에 오른 것을 마지막으로 논의가 진행되지 않았다.
ST증권이 본격적으로 조성되기 위해서는 자본시장법 개정과 전자증권법 개정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자본시장이 자본시장법이 개정돼야 비정형증권을 유통할 수 있으며, 전자증권법이 개정돼야 분산원장에 담긴 정보가 권리를 인정받을 수 있다.
법 개정 없이도 토큰증권 시장이 개화할 수 있도록 금융위원회가 규제샌드박스 제도(새로운 서비스가 일정한 조건 안에서 현행 규제를 적용하지 않고 시장에 우선출시될 수 있도록 하는 것)를 통해 우회로를 마련했지만 역시 미진한 상황이다.
지난해 말 한국거래소가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KRX 신종증권 시장을 개설한 데 그친다. 토큰증권의 거래가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KRX 시장에는 분산원장 기술을 적용하지 않은 조각투자 상품이 거래되고 있으며, 상장금액 30억 원 이상 등 까다로운 조건이 걸리면서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지난해 토큰증권시장 선점을 위해 달려온 증권업계와 조각투자업계도 다소 힘이 빠진 분위기다.
지난해 증권사들와 조각투자 스타트업들은 시스템 구축과 상품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여러 방면에서 적극적으로 협업해 왔다. 한국투자증권이 지난해 9월 STO 관련 인프라 구축을 마쳤으며, 미래에셋증권도 토큰증권 통합플랫폼 개발에 착수한 상태로 연내 플랫폼을 공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증권도 아이티센과 계약을 맺고 올해 8월을 목표로 토큰증권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STO 제도화 관련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사업을 적극적으로 준비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상황이 만들어졌다.
업계에서는 총선 이후에나 법제화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증권형토큰 법제화 신속 추진’ 등 디지털자산 관련 공약이 나오면서 법안 통과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지만 실질적인 법제화 논의는 하반기부터 진행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키움증권은 “2024년 4월 22대 총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올해 상반기 중 법안 수정이 마무리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며 “이는 토큰증권 제도화에 당초 예상보다 긴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안영준 하나증권 연구원도 “증권사의 장외거래 중개업이 이뤄지려면 법 개정안 통과 뒤 관련 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며 “장외거래 중개업을 시작할 수 있는 시기는 올해 하반기~내년 즈음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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