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대장주 비트코인의 파죽지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비트코인은 올해 들어서만 30% 넘게 상승하며 가상화폐 전체 시가총액까지 불렸는데요. 미국 뉴욕 증시에서 아마존(1조7990억 달러)과 알파벳(1조7230억 달러)은 물론, 시총 3위인 엔비디아(1조9840억 달러)도 능가하는 거대한 규모입니다.
27일(현지시간) 미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 등에 따르면 미 동부시간 기준 이날 오후 1시 30분 가상화폐 전체 시총은 2조1400억 달러(약 2850조 원)로 집계됐습니다. 가상화폐 시총이 2조 달러를 넘은 건 2021년 12월 이후 2년여 만입니다. 그해 11월 가상화폐 전체 시총은 2조7000억 달러로 정점을 찍은 바 있는데요. 비트코인이 최고치를 기록했던 때입니다.
한때 가상화폐 시총은 8200억 달러까지 쪼그라들기도 했습니다. 미 가상화폐 거래소 FTX 파산 등으로 비트코인이 급락했던 2022년 11월의 일이었는데요. 비트코인이 가상화폐 시총 전체 약 절반을 차지하는 만큼, 비트코인 가격 변화에 따라 시총도 등락하는 모양샙니다.
일각에서는 올해 안에 비트코인 가격이 ‘1억 원’까지 갈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과 함께 “오늘이 제일 싸다”는 말도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추가 상승 동력이 마련된 상황이라며 비트코인에 ‘베팅’하는 모습도 나타나는데요. 지금이라도 비트코인 투자에 뛰어들어야 하나 고민하는 투자자들도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전문가들의 전망을 살펴봤습니다.
비트코인, 박스권 벗어나 급등…“현물 ETF 자금 유입 영향”
28일(한국시간) 오전 10시 기준 가상자산 시황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 시세는 24시간 전 대비 4.48% 상승한 5만7027달러에 거래됐습니다. 이는 이달 1일 오전 8시 기준 가격인 4만2638달러에 비해 34%가량 오른 수치입니다.
비트코인은 이달 중순까지만 해도 시원찮은 가격 흐름을 보였습니다. 14일 5만2000달러를 터치한 이후 10일 넘게 5만1000달러 선에서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며 박스권에서 움직였죠.
그러나 27일 장중 5만1200달러대에서 2시간 만에 5만3600달러 대까지 5% 가까이 급등했고, 3시간 뒤에는 1시간 만에 5만3500달러대에서 5만4900달러대까지 치솟으면서 이목을 끌었는데요. 5시간가량 5만4000달러대에서 거래되더니 5만5000달러를 순식간에 돌파, 현재는 5만7000달러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날 오전 시총 2위 이더리움 가격도 3% 가까이 상승한 3238달러에 거래됐는데요. 이더리움 가격도 올해에만 40% 넘게 오른 바 있습니다.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시총 역시 3893억 달러로 껑충 뛰었습니다. 이는 삼성전자(3652억 달러)보다도 큰 규모죠.
스테이블 코인인 테더의 시총은 981억 달러입니다. 스테이블코인은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하도록 미국 달러나 유로 가치 등에 고정돼 설계된 가상화폐로, 테더는 스테이블 코인 시총 중 1위죠. 바이낸스 코인(BNB)과 솔라나도 최근 비트코인 상승과 함께 크게 오르며 몸집이 각각 590억 달러와 475억 달러로 불어났는데요. 이들 5개 코인 시총의 합은 1조6939억 달러로 전체의 80%를 차지합니다.
비트코인의 상승세는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자금 유입 덕분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지난달 10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를 승인한 바 있는데요. 해당 ETF들에 56억 달러(약 7조4000억 원)가 순유입되면서 비트코인 가격도 급등할 수 있었다는 겁니다.
여기에 미국 소프트웨어 업체 마이크로스트래티지가 이번 달에 1억5500만 달러(약 263억 원)를 들여 비트코인 약 3000개를 추가 매입, 비트코인 보유 규모를 100억 달러(약 13조3000억 원)가량으로 늘렸다고 이날 밝힌 것도 호재로 꼽혔습니다.
또 미국 경기 연착륙 기대 속에 주식, 코인 같은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지고 있는 것도 비트코인 강세 배경으로 거론됩니다. 미국 경기가 반등하면서 시장에도 우호적인 환경이 갖춰질 것이라는 건데요. 최근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사상 처음으로 5000선을 뚫었고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도 처음으로 3만9000선을 돌파 마감한 바 있습니다.
“비트코인, 1억 원도 넘긴다”…반감기 등 상승 랠리 요소 많아
이날 비트코인은 업비트와 빗썸 등 국내 거래소에서도 7800만 원대에 거래됐습니다. 시장에서는 비트코인이 역대 최고가인 2021년 11월의 8270만 원을 넘어서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나오는데요. 당시 넘쳐나던 시장 유동성이 비트코인으로 대거 유입되면서 역대급 가격을 기록했죠.
다수의 전문가는 비트코인 랠리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 상승세에 힘을 실어줄 큰 재료들이 이어졌기 때문이죠. 현물 ETF 승인에 따른 자금 순유입뿐 아니라, 다시 가속화한 인플레이션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불확실성이 확대, 자산 다각화를 추구하는 투자자들이 가상자산을 포트폴리오에 추가하는 경향이 짙어질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업계 참여자들은 4월을 주시하고 있기도 합니다. 비트코인의 가격 상승을 이끌 ‘반감기’가 시작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인데요. 비트코인 반감기는 2100만 개의 공급량을 제한하기 위해 블록체인 알고리즘에 내장된 메커니즘입니다. 발행량이 정해져 있는 비트코인은 대략 4년을 주기로 채굴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들게끔 설계됐습니다. ‘수요가 여전한 상황에서 공급이 줄면 가격은 자연스럽게 오른다’는 희소성의 논리를 기대해볼 수 있는 겁니다.
실제로 그간 비트코인 반감기는 총 3차례 있었는데, 모두 반감기 직후 가격이 급등했습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1차 반감기였던 2012년 11월부터 다음 반감기까지 비트코인 가격은 92배, 2차와 3차 반감기에는 각각 30배, 8배 상승했습니다. 올해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나지 않겠냐는 심리가 비트코인 매수세에 힘을 싣는 거죠.
비트코인 시세가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업계에서도 목표가를 상향하고 나섰습니다.
가상자산 거래소 비트멕스 창립자 아서 헤이즈는 “비트코인이 단기 약세를 보일 거라던 내 전망은 틀렸다”며 연내 비트코인이 사상 최고가인 7만 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소속 가상자산 애널리스트 제이미 쿠츠는 비트코인이 2025년까지 최소 10만 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는데요. 우리 돈으로는 1억3000만 원이 넘는 규모입니다. 미국 유명 투자자 피터 브랜트도 비트코인이 15개월 채널 상단을 넘어섰다며 강세가 2025년 8월에서 9월께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이와 함께 강세장 사이클의 고점을 기존 12만 달러에서 20만 달러로 상향 조정하기도 했죠.
신중론도…“정점 찍은 후 조정 올 수 있다”
반면 신중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강력한 조정 가능성이 있기에 가격 상승에 대한 막연한 기대는 경계해야 한다는 건데요. 가상자산 애널리스트 미하엘 반 데 포페는 이번 비트코인 상승장이 5만4000달러와 5만8000달러 사이에서 정점을 찍은 후 조정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또 비트코인 반감기 이후 비트코인 시세가 4만~4만2000달러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죠.
비트코인 물량이 시장에 풀리면서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로이터통신 등은 지난해 파산한 가상자산 대출업체 제네시스글로벌이 미국 뉴욕 남부 파산법원으로부터 약 13억 달러 상당의 그레이스케일 비트코인 트러스트(GBTC) 매각 건을 허가받았다고 보도했습니다. GBTC는 상장·거래되고 있는 현물 ETF 가운데서도 주요 상품으로 꼽힙니다. 그런 만큼 이번 대량 매각 허가 건이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거죠.
이에 더해 유럽중앙은행(ECB) 당국자들은 “비트코인은 여전히 합법적인 송금에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현물 ETF가 승인됐더라도 비트코인이 투자로 적합하지 않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며 비트코인 자체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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