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고부가 HBM 실적에서 삼성에 앞서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 부진도 요인
연간으론 삼성, 하이닉스 모두 10조 원 넘는 이익 달성할 듯
올해 반도체 업황이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이 1분기에도 적자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되는 반면, SK하이닉스는 작년 4분기 1년 만에 흑자 전환 후 순항 중이다.
SK하이닉스가 고부가 메모리 제품 성과에서 상대적으로 앞서 있는 데다, 삼성전자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 부진 등이 요인으로 분석이다.
28일 관련 업계 및 증권가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에서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1분기에 수천억 원의 적자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2조2000억 원가량의 적자를 낸 작년 4분기보다 적자폭은 크게 줄어들 전망이지만,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회복세에 비하면 뼈아픈 실적이다.
금융정보업체 애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SK하이닉스의 1분기 실적 전망치를 낸 증권사들의 컨센서스는 영업이익 1조1328억 원이다. 최근 석 달간 컨센서스인 1조1144억 원보다 184억 원 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치가 상향되고 있다는 뜻이다.
업계에선 두 회사의 희비가 엇갈리는 주된 배경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꼽는다. HBM 가격은 일반 D램의 3~5배, 개당 수익률은 D램의 5배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쌓아 데이터 처리 속도와 용량을 극대화한 제품이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시장의 폭발적 성장과 함께 그 수요는 급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지난해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을 SK하이닉스 53%로 추정했다. 삼성전자가 38%, 마이크론이 9%로 뒤를 이었다. 특히 수익성이 높은 고사양 제품에서는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이 훨씬 더 높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AMD 등 범용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만드는 기업에 고부가 HBM을 공급하고 있다.
삼성전자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의 더딘 실적 회복도 두 회사 영업이익 격차의 주요 원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전체 반도체 사업 중 D램 사업에선 흑자에 성공했다. 반면 파운드리가 포함된 비메모리 사업은 되레 적자 폭이 확대됐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스마트폰과 PC, 가전 등 전방 산업의 수요가 줄면서 고객사의 주문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파운드리 가동률은 60% 수준으로 알려졌다. 파운드리의 낮은 수율도 실적 부진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3나노미터(㎚ㆍ10억분의 1m)의 수율이 아직 60% 수준으로 전해진다. 수율이 낮을수록 불량 제품이 나올 확률이 높아진다.
다만 연간으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흑자전환에 성공하고 사업이 정상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올해 반도체(DS)부문에서만 10조 5000억 원 수준의 이익을 낼 것으로 본다.
김형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1분기 메모리는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나 파운드리 부진이 지속되며 DS 부문은 30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하반기로 갈수록 실적 개선 기대감은 높아질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전날 삼성전자가 업계 최초로 36GB(기가바이트) HBM3E(5세대 HBM) 12단 D램 개발에 성공하면서, HBM 시장 공략에 시동을 건 점도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
SK하이닉스 역시 연간 호실적이 기대된다. 증권사들이 전망한 이 회사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2조 원에 육박한다. 14조 원대를 내다본 증권사도 있다. 특히 SK하이닉스의 주요 고객인 엔비디아가 최근 시장을 놀라게 하는 호실적을 발표하면서,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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