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를 미국 기업간거래(B2B) 생활가전 시장 공략 원년으로 삼고 현재 5~6위 권에 머물고 있는 북미 B2B 시장에서 3년 내 GE·월풀에 이은 3대 공급사로 도약하겠습니다.”
27일(현지 시간) 류재철 LG전자 H&A사업본부장(사장)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가진 ‘KBIS 2024’ 기자간담회에서 “그간 소비자 대상(B2C) 시장 중심으로 성장했던 북미 가전 사업을 B2B로 확장해 신성장동력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KBIS는 북미 최대 주방·욕실 박람회다. LG전자는 2016년 KBIS에서 초프리미엄 가전 제품군 ‘시그니처’를 처음 선보이고 글로벌 고급 가전 시장을 공략해왔다. 8년 간 쌓은 고급 가전 역량과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보수적인 건축업자 대상 B2B 시장에 본격 진출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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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는 2021년 미국 월풀을 제치고 명실상부한 글로벌 생활가전 매출 1위 기업에 올랐다. 그러나 북미에서 LG전자의 인지도는 B2C 영역에 한정된 것이 현실이다. LG전자는 미국 생활가전 시장 규모가 400억 달러(약 53조5000억 원)로 그 중 B2B 시장이 70억 달러(약 9조34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 중이다. 류 사장은 “북미 생활가전 시장 20%가량을 차지하는 B2B 영역에서는 미흡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B2B는 B2C와는 다른 영업·공급망이 필요해 진입장벽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건설사 대상 영업이 필요한데다 프리미엄 가전 위주인 B2B 시장은 GE·월풀 등 북미 정통 생활가전 기업의 마지막 아성이다. 북미 건설사들이 수십년간 검증된 ‘올드보이’들을 선호해 거래처를 교체하는 데 소극적이다. 땅이 넓고 주 별 독립성이 강한 미국 특성상 전국을 아우르는 건설사도 드물어 각 지역별 영업망도 필요하다.
역으로 B2B 시장 공략에 성공한다면 GE·월풀 등을 제치고 북미 생활가전 완전장악이 가능하다. B2B 가전 시장은 보수적인 만큼 한 번 진입에 성공하면 거래가 끊길 일이 드물다. 안정적인 매출이 확보되는 것이다. 또 고급 주거에 빌트인 가전이 보급되면 추가적인 마케팅 없이도 장기적인 브랜드 인지도가 확보된다. LG전자가 B2B 시장에 본격 진입하려는 이유다. 류 사장은 “시그니처 출시를 통해 프리미엄 브랜드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고 B2B 시장을 뚫기 위해 지난해 전담조직을 만들어 100명에 가까운 인력을 영입했다”며 “이제 B2B에서 결실을 낼 시기”라고 강조했다.
LG전자가 내세우는 강점은 ‘차별화’다. 특히 IT 기업이라는 정체성을 살린 마이크로소프트(MS) 생성형 AI 기반 스마트홈 기술력에서 가전에 머물고 있는 타사를 앞선다는 설명이다. 류 사장은 “B2B 시장이라고 최종 사용자가 다르지는 않다”며 “미래 가전시장 ‘게임체인저’가 될 인공지능(AI) 스마트홈 기술력 등 ‘차별화 제품경쟁력’을 앞세워 B2C에서의 성공사례를 다시 쓰겠다”고 말했다.
‘텃밭’을 빼앗기고 있는 북미 가전업계는 LG전자를 비롯한 한국 기업들을 견제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당선될 시 2018년 세탁기 등에 적용됐던 관세장벽(세이프가드)이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류 사장은 이번에는 다르다는 입장이다. 그는 “당시 테네시 공장 가동을 서두르며 많은 교훈을 얻었고 돌아보면 일찌감치 미국 공장을 가동하는 ‘신의 한수’가 됐다”며 “과거 수업료를 내며 얻은 훈련으로 관세장벽 등 리스크도 기회로 삼을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 있다”고 자신했다. 나아가 북미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유럽 B2B 시장 공략에도 나서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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