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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당 공사비 1000만원”…건설업계, 1·10대책 ‘무용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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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장에서 공사비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는 노후계획도시 정비 특별법에 따라 재건축 시계가 앞당겨진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에서도 걱정거리가 되는 문제다.

건설업계에서는 원자재 가격 상승뿐만 아니라 안전, 인허가 등 부수적인 비용까지 늘면서 사업성이 떨어졌다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용적률 규제 완화나 사업기간 단축과 같은 ‘뜬구름 잡는’ 정책 대신에 실질적으로 공사비를 줄이거나 분양수익을 높일 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인허가 비용도 상당해…분상제 폐지해야”

최근 정비사업장에서는 분담금 상승으로 조합과 건설사의 분쟁이 발생하고 사업이 중단되는 사례가 종종 나타나고 있다. 설계 변경과 원자재 가격 상승, 인건비 상승, 물가상승 등 공사비 인상 요인은 다양하다. ▷관련기사: [집잇슈]조합-건설사 ‘공사비 전쟁’…누가 재건축될 상인가(2월14일)

국토교통부와 한국부동산금융투자포럼이 지난 28일 오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지역본부에서 개최한 ‘노후계획도시 정비사업에 대한 정책 세미나’에서도 단연 화두는 공사비였다.

토론자로 나선 신민규 삼성물산 프로는 “그간 공사비 상승 요인이 원자재, 노무비 등이었다면 최근에는 건설현장에 안전기준 강화, 층간소음 사후인증제, 우중 콘크리트 타설 금지 등으로 인한 간접비 부담이 커졌다”며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 의무화, 환경영향평가와 같은 인허가 비용도 상당히 커져 내년쯤이면 평(3.3㎡)당 공사비 1000만원이 보편화될 거라 본다”고 말했다.

이윤홍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겸임교수는 “공사비가 오르기 전엔 메리트(사업성)가 있던 사업장에서도 분담금 때문에 조합과 건설사 간 분쟁이 잇따르고 있다”며 “정부는 용적률 상향, 사업기간 단축과 같은 대책을 제시하는데 현실과 맞지 않다. 사업성을 높이려면 공사비를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비사업 일반분양 수입을 늘릴 수 있도록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신 프로는 “수요 대기자들이 로또 청약을 기대할 수 있는 분상제 아파트만 보고 있다. 강남이 평당 5000만원에 묶이면 다른 지역은 4000만원도 어렵다”며 “강남 분양가가 정상화되지 않으면 1기 신도시를 비롯한 노후계획도시들은 제값 받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용진 대한토지신탁 팀장은 “공사비와 금융비용은 상당히 높은데 기대 분양수입은 더 이상 높아질 가능성이 없어 정비사업이 지연되고 있다”면서도 “국토부가 제시하는 미래도시펀드는 자금 조달에 있어 획기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국토부는 기금·연기금이 출자한 모펀드(6조원)와 개별 정비구역 단위 자펀드(6조원) 등 총 12조원 규모의 미래도시펀드를 조성해 정비사업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경색으로 시행자의 자금조달 불확실성이 높아진 만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대출보증을 통해 위험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다.

국토교통부와 한국부동산금융투자포럼이 지난 28일 오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지역본부에서 ‘노후계획도시 정비사업에 대한 정책 세미나’를 개최했다. /사진=김진수 기자

“용적률 대가 공공기여 과도…부담 덜어야”

정부 및 지자체의 과도한 공공기여(기부채납) 요구가 사업성 저하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관련기사: ’49층’ 재건축 나선 목동6단지…관건은 단지 가르는 ‘공공보행로'(1월18일)

이 교수는 “일반적인 도시정비 사업은 기부채납 비율(재개발 20%, 재건축 10~15%)이 낮은 반면 신속통합기획 사업의 경우 평균 건축연면적의 30%를 기부채납해야 한다”며 “공사비가 크게 오른 시점에 무리한 기부채납은 사업성 악화로 이어져 갈등을 유발하는 만큼 서울시와 조합 간의 적정한 조율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어 “공공기여 때문에 매출액은 줄고 사업비는 크게 늘어 정비사업 활성화나 주택공급 활성화라는 본래 취지와 반대로 가고 있다”며 “건설사가 친환경 자재를 적용하거나 층간소음 완화 노력을 한 경우 인센티브를 적용해 임대주택 등 추가적인 공공기여를 상쇄하는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신 프로는 “정부가 인허가를 시도 조례로 지자체에 위임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인허가가 이뤄지는 부작용이 있다. 신속통합기획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는 대표적인 예시”라며 “공공기여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중앙정부가 제시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겠지만 현재로서는 지자체 리스크로 부작용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공공기여 건축물의 매입가격을 현실화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이동주 한국주택협회 산업본부장은 “공사비는 급등했는데 공공기여 매입가격이 표준건축비로 한정돼 있다”며 “도정법 개정을 통해 조합의 공공기여 부담을 조속히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최병길 국토부 도시정비기획준비단장은 “공공기여 제도의 취지는 쾌적성을 확보하는 수준까지는 적게 받고 그 이상으로 높일 경우 많이 받겠다는 것”이라며 “전문가와 현장의 우려를 반영해 제도를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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