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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심장’ 영국에 부는 K컬처 바람, K팝 K푸드에 한국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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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왼쪽)이 2023년 11월2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버킹엄궁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 참석해 찰스3세 국왕과 건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영국에 대니 보일이 있다면 한국에는 봉준호가 있고, 제임스 본드엔 오징어 게임이, 비틀즈의 ‘렛잇비(Let it be)’에는 BTS의 ‘다이나마이트’가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영국에 국빈 방문했을 때 찰스3세 국왕이 한 말이다. 이처럼 ‘대중문화의 심장’으로 불리는 영국에 ‘K컬처’ 바람이 가속화하고 있다.

2000년 김대중 대통령에 의해 영국에 처음 전해진 한국문화는 2010년대부터 서서히 알려지기 시작해 202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전파되는 모양새다. K팝으로 시작한 영국 내 K컬처 바람은 최근엔 K푸드를 중심으로 인기를 모으며 확장하고 있다.

29일 출판계 안팎의 말을 들어보면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출판부는 ‘옥스퍼드 영어사전(OED)’에 한식 관련 단어들을 대거 올릴 작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인기를 끌었던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에 등장한 ‘달고나’와 한국 드라마를 통해 알려진 ‘떡볶이’, ‘찌개’ 등이 등재 대상에 검토되고 있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은 영국의 옥스퍼드 대학교 출판부에서 출간하는 사전으로 세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영어 사전으로 인정받고 있어 영향력이 크다.

비틀즈가 전 세계 팝시장을 휩쓸었던 영국은 서구권에서 ‘대중문화 심장’으로 불리는 나라인데 최근 K컬처 바람이 더욱 강해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영국에 한류를 개척한 사람은 김대중 전 대통령으로 일컬어진다. 김 전 대통령은 1992년 14대 대선 패배 후 1993년 클레어 홀 칼리지에 방문연구원으로 있었고 2001년에는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 민주화 운동을 이끌었던 김 전 대통령이 현지 언론에서 조명되며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도 함께 생겨나기 시작했다.

2023년 3월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열린 ‘한류의 과거 현재 미래에 관한 심포지엄’에서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기념사를 통해 “김 전 대통령의 잘 알려지지 않은 업적이 한국 문화산업의 전기를 마련한 것”이라며 “한류 개척자”라고 말했다.

유럽은 문화우월주의로 인해 지금껏 동남아시아 등과 달리 ‘한류 불모지’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K팝으로 한국 문화가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2020년대 들어서는 드라마 콘텐츠와 식문화까지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유럽에서 한국의 간편식, 건강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데다 K드라마 콘텐츠가 인기를 끌며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이 함께 늘어난 영향을 받았다.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영국의 음원 싱글차트 1위를 차지하면서 영국 속 한류는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 뒤 2019년 런던 웸블리 콘서트장에 방탄소년단(BTS)이 섰다.

넷플릭스 웹드라마 ‘오징어게임’의 한 장면 갈무리. <넷플릭스>

2020년대 들어서는 한류 영역이 다양하게 확장돼 ‘오징어 게임’과 같은 넷플릭스 시리즈, 손흥민, 한국어, 한국식품 등이 영국인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2021년 ‘오징어 게임’에 등장한 라면, 달고나, 고등어, 양은 도시락 등 한국 음식은 현지에서 큰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영국 데일리메일 등 현지 언론 보도를 보면 현지 대형마트 막스앤스펜서에서 ‘오징어 게임’ 방영 이후 고추장과 한국식 BBQ장 등 한국 식자재 판매율이 200% 이상 증가했다. 끈적끈적한 한국식 닭다리(Sticky Korean-Style Chicken Thighs)와 한국식 즉석식품 매출은 2020년 대비 250%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외식업계에 따르면 런던 중심가인 피카딜리서커스를 비롯해 윔블던, 케임브리지 등 중심가에서는 한국 식당 뿐 아니라 곳곳에서 ‘김치’, ‘홍대’, ‘포차’, ‘비빔밥’ 등 한글 간판들을 많이 볼 수 있다. 한국 식당에서도 김치전, 잡채, 불고기 등을 대표 메뉴로 내세워 팔고 있는데 현지인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정도다.

런던 소호의 가게에서 파는 한국식 핫도그는 영국식 핫도그와 달리 소시지를 반죽에 싸 빵가루를 입힌 뒤 튀기는 방식으로 현지인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 떡볶이, 컵밥 같은 분식들도 인기를 얻으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국식당 리뷰는 하나당 3천여 개에 달할 정도다.

영국 케임브리지 한국음식점 요리(Yori) 방문자 리뷰. <트립어드바이저 갈무리>

영국을 비롯한 K푸드의 세계화로 국내 쌀 가공식품 수출액은 2억 달러(약 2600억 원)를 넘어섰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2023년 쌀 가공식품 수출액은 2022년(1억 8182만 1천 달러) 대비 19.5% 증가한 2억 1723만 9천 달러를 기록했다.

나라별로 살펴보면 미국이 1억 1480만 1천 달러(52.8%)로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 이어 베트남(1499만 달러), 유럽연합(영국 포함, 1489만 3천 달러) 순이었다. 서구권에서는 미국 다음으로 영국을 비롯한 유럽연합에 한국음식이 많이 수출되고 있다.

이런 K푸드 확산에 힘 입어 옥스퍼드대는 2021년 사전에 ‘먹방’, ‘치맥’, ‘김밥’, ‘대박’ 등 한국어 단어 26개를 이미 올린 바 있는데 3년 만에 한국 음식 단어를 또 등재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에은 2013년까지만 해도 21만 8600만 개 표제어 가운데 한국어 유래 단어는 10여 개에 불과했는데 2021년 26개 단어가 등재되고 2024년 추가 등재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 10년 만에 영국에서 한류의 인기가 급성장 했음을 보여 준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는 2월4일(현지시간) 일반인 대상 10주 과정 한류 아카데미(UK Hallyu Academy)를 만들고 전날 입학식을 진행했다. 입학식 참석자들이 하트퍼드 칼리지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영국 교육부는 다른 유럽 언어를 선택하는 학생은 점차 줄어드는 반면 한국어는 정규 과목이 아닌데도 최근 몇 년 새 자발적 학습자가 두드러지게 늘어나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례로 옥스퍼드대는 방학 프로그램으로 한국어와 한국 문화 코스를 신설했다. 2024년 2월 열린 옥스퍼드 대학교 한류 아카데미에는 10일 만에 90명 이상이 등록하기도 했다.

옥스퍼드대에서는 영국 학생들이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관심이 높아 10년 후 한국의 위상과 국제관계에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한국어 등재 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조지은 옥스퍼드대 교수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영국에서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관한 관심이 꽤 어린 나이에 시작되고 있어 앞으로 10년 뒤 이 학생들이 한국의 위상과 국제관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배윤주 기자

비즈니스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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