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톱 전략연구단 사업에 51개 제안서 접수…출연연당 2개 꼴
(서울=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정부출연연구기관 간 칸막이를 걷어내겠다며 올해 새로 시작하는 1천억원 규모 ‘글로벌 톱(TOP) 전략연구단 사업’을 놓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올해 예산 삭감을 맞은 출연연들이 규모가 큰 사업을 확보하기 위해 대거 몰린 탓이다.
과기정통부는 전략연구단 사업 공고 결과 51개 제안서가 접수됐다고 29일 밝혔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산하 출연연이 25곳인 것을 감안하면 출연연당 2개 꼴로 제안서를 낸 셈이다.
전략기술 분야와 상대적으로 떨어진 소수 출연연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출연연이 자신을 주관연구기관으로 하는 제안서를 제출했다. 제안서를 3개 이상 낸 출연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연구 기준으로는 7~8개 이상 참여하는 출연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략연구단은 과기정통부가 출연연을 임무 중심의 개방형 협력체계인 국가기술연구센터(NTC)로 재편하겠다며 마련한 연구지원사업이다.
과기정통부는 출연연 간 칸막이를 걷어내기 위해 특정 기술 중심으로 연구자들을 모아 세계 최고 수준 연구를 하는 NTC를 출연연에 적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연구단 수가 미정인 이 사업은 결과에 따라 상당한 규모의 재원을 확보할 수 있어 출연연 간 이합집산이 치열했다는 후문이다.
또 참여 연구자 인건비를 100% 보장하는 만큼 예산 삭감으로 한 푼이 아쉬운 출연연들 사이에선 ‘해야 하는 사업’이라는 인식이 확산됐다고 한다.
공고에 따르면 최소 예산 신청액은 기존 출연연 융합연구단 사업 규모에 불과한 연 50억원이지만 출연연 개편을 위한 사업인만큼 실제 예산 지급액은 100억원을 웃돌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대해 온정성 과기정통부 연구기관지원팀장은 “50억원은 최소한으로 한 것이고, 들어온 과제들을 보면 규모가 더 큰 과제들이 많다”며 “나중에 정리해 보고 우선순위 등을 평가해야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제안서를 검토해 유사한 분야는 병합하고, 임무의 필요성·탁월성을 점검해 1차 평가대상으로 상정하기로 했다. 이후 제안서가 선정된 연구단의 연구개발계획서를 접수해 1차 평가와 2차 평가를 거쳐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우선순위별로 필요한 연구개발비를 예산 범위 내에서 지원하기로 했다.
평가에는 과학기술 분야 전문가뿐 아니라 사회 각계 리더들이 참여한다고 과기정통부는 설명했다.
출연연에서는 이번 사업이 지난해 8월 처음 발표됐지만 아직 운영 방식과 예산 등 명확한 형태가 알려지지 않아 제안서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이 때문에 출연연들로부터 받은 전략연구단 사업 제안서를 NTC 후보군 선정 등 NTC 구축 수단으로 쓰는 것 아니냔 우려도 일각에서 내놓고 있다.
또 국가전략기술 분야와 상대적으로 먼 출연연은 NTC에 들어가기 힘든 구조인 만큼 전략기술을 많이 하는 기관에 유리한 방향으로 출연연 구조조정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노경원 과기정통부 연구개발정책실장은 “출연연이 그간의 소모적인 파편적 과제 수주 경쟁에서 벗어나 산·학이 주도하기 어려운 대형 국가적 임무에 몰입할 수 있도록 R&D 지원체계의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노 실장은 “출연연이 기관 고유의 전문성과 기관 상호 간 협력을 바탕으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대형 성과를 창출함으로써 기관별 브랜드를 되찾고 국가 과학기술 임무의 중심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shj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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