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노후자금을 굴리는 ‘자본시장의 큰손’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가 지난해 역대 최고 수준인 약 14%의 기금 운용 수익률을 기록했다. 국내외 주식시장에서 20% 넘는 수익률을 기록한 게 주효했다. 뛰어난 운용 성과 덕에 기금 적립금도 1000조원을 돌파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2023년 말 기준 13.59%(잠정·금액가중수익률)의 투자 수익률을 기록했다고 28일 밝혔다. 기금 적립금은 1036조원, 수익금은 127조원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초 세계 경기 침체 우려 속에서도 국내외 증시와 채권이 동반 강세를 보이며 양호한 연간 수익률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자산별로 수익률을 보면 국내 주식과 해외 주식이 각각 22.12%, 23.89%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코스피 지수의 연초 대비 상승률은 18.73%고, 같은 기간 글로벌 주식시장(MSCI ACWI ex-Korea·달러 기준) 상승률은 22.63%다. 국민연금은 “미국 은행권 위기와 중동 지정학적 위험 등 금융시장 불안 요인이 부각됐으나, 개별기업 실적 호조에 따른 위험자산 선호로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했다”고 했다.
채권 수익률은 국내 7.40%, 해외 8.84%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은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도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 둔화에 따른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종료와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확산하며 채권 가격이 상승했다”고 했다.
또 지난해 국민연금의 대체투자 수익률은 5.80%로 잠정 집계됐다. 국민연금은 “자산의 평가 가치 상승과 실현이익이 반영됐으며 달러화 대비 원화(원·달러) 환율 상승도 양의 수익률에 기여했다”고 부연했다.
국민연금 기금이 설치된 1988년부터 기금 투자를 통해 조성된 누적 운용 수익금은 총 578조원이다. 전체 기금 적립금의 절반 이상(55.8%)이 운용 수익으로 채워졌다. 1988년부터 2023년 12월 말까지 평균 운용 수익률은 5.92%다. 국민연금 기금 운용 최종 성과평가는 위험관리·성과보상전문위원회 검토 등을 거쳐 오는 6월 말 기금운용위원회가 확정할 예정이다.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은 “지난해 세계 투자 환경은 지정학적 위험과 큰 변동성으로 녹록지 않았지만 투자 포트폴리오 다변화, 운용 전문성 강화 등으로 기금 적립금 1000조원 시대를 맞이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자산 배분의 유연성을 강화하고 투자 원천을 확대해 기금 운용 수익을 제고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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