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연구팀 “공격하는 청새치 줄무늬 뚜렷해지면서 개체 간 충돌 위험 예방”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무리를 지어 작은 물고기 떼를 몰아가면서 사냥하는 바다의 포식자 청새치가 뾰족한 주둥이에 서로 찔리지 않기 위해 먹잇감을 향해 돌진할 때 몸에 줄무늬가 선명해지는 변화를 일으켜 신호를 주고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베를린 훔볼트대 알리시아 번스 박사팀은 28일 과학 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서 바다에서 사냥하는 청새치들을 드론으로 촬영한 영상을 분석해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는 청새치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복잡한 의사소통 채널을 가지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길고 뾰족한 주둥이를 가진 청새치는 바다에서 가장 빠른 동물 중 하나로 무리를 지어 정어리 등 작은 물고기 떼를 몰고 한 마리씩 돌진해 사냥하곤 한다. 하지만 이런 사냥 방식에는 청새치가 동시에 물고기 떼로 돌진할 경우 서로를 다치게 할 위험이 있다.
번스 박사는 드론으로 촬영한 청새치 사냥 영상을 검토하던 중 청새치가 공격을 위해 움직일 때 줄무늬가 밝아졌다가 공격 후 다시 어두워지는 것을 우연히 발견하고 이것이 의사소통을 위한 것인지 연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두 마리의 청새치가 정어리 떼를 두 차례 공격하는 장면이 각각 담긴 12개의 고해상도 영상을 분석하고, 공격하는 청새치 두 마리와 공격하지 않는 주변 청새치 한 마리를 무작위로 선택해 줄무늬의 대비(콘트라스트)를 정량화해 비교했다.
그 결과 정어리 떼를 향해 공격하는 청새치는 돌진 직전 줄무늬가 빠르게 선명해졌다가 공격을 마친 직후 다시 어두워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주변에 있던 다른 청새치의 줄무늬에는 아무런 변화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청새치의 줄무늬 변화가 개체들 사이에서 한 번에 한 마리만 정어리 떼를 향해 돌진하도록 하는 신호 역할을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공격하는 청새치의 줄무늬가 주변에 다른 청새치가 있을 때 공격 타이밍에 따라 변하는 것은 분명하다며 색 변화가 주변 청새치의 수와 관련이 있다는 증거는 없지만 청새치는 먹이 떼에 대한 모든 공격을 충돌 위험이 있는 것으로 간주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또 색깔 변화가 먹잇감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역할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제안했다.
번스 박사는 “포식자의 색깔 변화는 드문 현상이고 특히 무리 사냥을 하는 포식자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며 “청새치가 색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은 알려졌지만 사냥이나 사회적 행동과의 관련성이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청새치가 다른 상황에서도 색을 바꾸는지, 혼자 사냥할 때도 여전히 색을 바꾸는지, 색깔 변화가 먹잇감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다른 포식성 동물에도 유사한 현상이 있는지 등 다른 의문에 대해서도 연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 출처 : Current Biology, Alicia Burns et al., ‘Rapid color change in a group-hunting pelagic predator attacking schooling prey’, https://www.cell.com/current-biology/fulltext/S0960-9822(23)017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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