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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서울 아파트 임대차 계약 중 전세 비중이 눈에 띄게 커지고 있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빌라에서 시작된 전세사기 우려로 월세로 수요가 쏠렸지만, 월세가 가파르게 상승하자 결국 전세로 다시 눈을 돌리는 세입자들이 늘고 있는 모습이다. 매수 관망세가 길어지고 있는 가운데 ‘월세의 전세화’가 가속화될수록 전셋값 상승세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27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1~26일 계약이 이뤄진 서울의 아파트 임대차 거래 중 전세 비중은 64%로 전월(60%)보다 4%포인트 늘었다. 이는 2021년 5월(67%) 이후 약 33개월 만의 최고치다. 반면 같은 기간 월세 비중은 40%에서 36%로 줄었다. 서울 아파트 임대차 거래 중 전세 비중은 2022년 12월 48%로 50%선이 붕괴된 후 지난해 60% 안팎을 횡보하다 이달 들어 60%대 중반을 넘보고 있다. 경기 아파트 임대차 거래 중 전세 비중도 지난해 12월 53%에서 지난 달 61%, 이달 58%로 커졌다.
전세 비중을 끌어올린 가장 큰 요인으로는 치솟은 월세가 꼽힌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월세통합가격지수(2021년 6월=100)는 지난해 7월 101에서 지난달 102.5로 6개월 연속 올랐다. 2022년 빌라에서 터진 전세사기 공포가 아파트로 번진 데다 고금리에 전세대출 이자가 월세를 넘어서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월세 선호 현상이 나타난 결과다.
프롭테크기업 직방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의 아파트 월세 계약 중 월세가 100만 원 이상인 비중은 34.5%로 전년(31.7%)보다 약 2.8%포인트 늘었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는 100만 원 이상 월세 비중이 약 52%에 달했다.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전용면적 84㎡ 중 역세권 동의 지난 달 월세 시세(보증금 5억 원)는 200만 원으로 지난해 7월 160만 원에서 40만 원가량 뛰었다.
여기에 전세대출 금리가 다소 내린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달 신규 취급액 기준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3.66%로 두 달 연속 하락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서울 아파트 전셋값 역시 오름세이긴 하지만 전 고점이었던 2021년과 비교해서 약 10% 낮은 상황”이라며 “월세는 그동안 변동 폭이 크지 않아 한 번 오르면 떨어지기 어려운 구조인 것을 고려하면 전세가 더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세입자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월세에서 전세로 갈아타는 세입자가 많아질수록 전셋값 상승세가 가팔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이날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총 3만 2538건으로 한 달 전(3만 4977건)보다 약 7% 감소했다. 2월 셋째 주(19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 대비 0.02% 올라 상승 폭이 지난주(0.01%)에 비해 다소 커졌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매매 가격이 정체된 가운데 전셋값이 지속 오르면 일정 시점 이후에는 매매를 고려하는 수요가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은 지난해 8월 66.1%에서 지속 상승해 지난 달 66.8%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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