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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005930)가 업계 최초로 D램을 12단으로 쌓은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개발하면서 HBM 초격차에 시동을 걸었다. 4세대 HBM 생산을 건너뛰고 5세대 HBM으로 바로 진입한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도 5세대 8단 HBM 양산에 착수했다고 공식 발표하면서 SK하이닉스(000660)와 삼성전자·마이크론의 생존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27일 24Gb(기가비트) D램 칩을 12단으로 적층한 36GB(기가바이트) 용량의 5세대 HBM(HBM3E)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보다 먼저 개발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12단 HBM3E가 성능과 용량 모두 전작인 8단 4세대 HBM(HBM3) 대비 50% 이상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자체 HBM 공정인 ‘선단 열압착 비전도성 접착 필름(TC NCF)’ 기술로 12단 제품을 8단 제품과 동일한 높이로 만든 것도 특징이다. 이 공정을 적용하면 D램을 높게 쌓기 위해 칩 두께를 깎아도 ‘휘어짐 현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삼성전자는 “12단 HBM3E 시제품을 고객사에 제공했으며 올 상반기 내 양산을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D램 업계 3위인 마이크론도 반격에 나섰다. 마이크론은 이날 삼성전자의 공식 발표에 앞서 8단 HBM3E 양산을 선언했다. 이 제품은 올 2분기 출시를 앞둔 엔비디아의 최고사양 그래픽 칩인 ‘H200 텐서코어 그래픽처리장치(GPU)’에 탑재된다. 삼성전자가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엔비디아에 8단 HBM3E 납품을 발표하지 못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업계 3위가 1위를 앞지르는 이변이 연출된 셈이다.
다만 삼성전자가 업계 최선단 제품인 H200에 장착되는 사양보다 한 단계 더 높은 제품을 한발 앞서 개발했다는 점에서 차기 AI 가속기부터는 시장 구도가 달라질 수도 있다. 경쟁자들보다 더 빨리 선단 제품을 내놓고, 더 빨리 공정을 안정화해, 더 빨리 시장을 장악하는 삼성의 초격차 공식이 다시 한번 발동된 것이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역시 12단 HBM3E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마이크론 관계자는 “다음 달 12단 HBM3E 시제품이 나올 예정”이라며 “업계를 선도하는 HBM3E와 HBM4 기술로 AI의 성장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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