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마련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뚜껑이 열리면서 배당시즌을 앞둔 보험사들의 입장 변화에 시선이 모인다. 보험사들이 최근 연간 실적 발표와 함께 배당정책과 관련한 카드를 하나씩 꺼내들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선 밸류업 프로그램이 업권에 실제적인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란 평가도 나오고 있다.
보험사, 대표적인 \’저PBR\’주…밸류업 정책에 고심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정부가 발표한 \’밸류업 프로그램\’ 세부안의 핵심은 국내 상장사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하고 실행하도록 하며, 수익성이나 시장 평가가 양호한 기업들로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만드는 등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요약된다. 이 과정에서 회사 스스로 자본효율성을 개선하고 주주환원을 늘려 몸값을 높이도록 유도한다.
당초 밸류업 프로그램의 계획 단계에선 이번 정책이 보험업권에 특히 많은 영향을 줄 것이란 예상이 따랐다. 국내 보험사들은 기업의 순자산대비주가(PBR)가 매우 낮은편에 속해 대표적인 저PBR주로 꼽혀왔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11개 보험사의 평균 PBR은 0.5배로 코스피 평균 0.97배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보험사 PBR은 대체로 은행과 증권 보다 낮을 뿐만 아니라 KRX300 PBR 1.03배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지난 한 달 주가가 50% 넘게 뛴 삼성생명 PBR은 0.77배, 미래에셋생명과 한화생명도 0.52배, 0.38배로 장부가를 밑도는 상황이다.
밸류업 프로그램의 세부 사항이 공개된 결과 기업들에게 강제성을 부여하기보다 자율적으로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라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특히 단순히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수준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시장 기대와 달라 실망감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는 주가에도 반영돼 정책 발표일인 26일 흥국화재(-11.93%), 한화손해보험(-11.17%), 한화생명(-9.60%), 삼성생명(-3.56%)이 일제히 하락하며 마감했다.
보험사들은 정부 정책을 보고 자사주 소각 등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검토할 요량이었지만 발표 후 오히려 고민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이 실제 주주환원 방안 마련의 기준으로 삼을 만한 기준이 정책에서 빠져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는 엇갈린 배당정책…“기존 방침대로 할 가능성 높다”
이에 현재까지 보험사들이 내놓은 배당관련 정책은 엇갈리고 있다. 최근 삼성화재는 주당 배당금을 1만6000원(보통주 기준)으로 결정했다. 배당총액은 6802억원으로 역대 가장 많은 규모다. 삼성생명은 주당 배당금을 3000원에서 3700원으로 올렸고, 배당총액도 5387억원에서 6644억원으로 늘어났다.
한화생명은 최근 3년만의 배당 재개를 공식화했다. 그러나 시장 기대에 충족하겠다는 컨퍼런스 콜에서의 언급과는 달리 다소 미약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9년 이전 기록한 배당성향이 20% 수준이었는데 이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화생명은 지난 23일 공시를 통해 보통주 1주당 현금배당액으로 150원을 결정했다. 배당금이 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인 시가배당률은 4.4%며 배당 총액은 1127억원에 그쳤다. 배당성향은 13.6%로 10%대 수준을 나타냈다. 동양생명은 최근 624억원 규모를 배당하기로 했다.
순이익이 줄었지만 배당을 키운 회사도 있다. DB손해보험은 지난해 순이익이 21% 감소했지만 배당총액은 3182억원으로 전년 보다 15.2% 늘었다. 현대해상도 당기순이익이 37.1% 감소했음에도 배당총액은 5% 증가했다.
메리츠화재는 2023년 결산 배당으로 4483억원을 결정했다. 작년 두 차례에 걸쳐 매입 자사주 6400억원을 소각했고 소각과 배당을 합치면 총주주 환원율은 51%에 달한다.
밸류업 프로그램이 실질적으로 보험주의 배당성향을 높이는 데 실효성을 보일지는 아직까지 미지수다. 강제성이 없어 대대적인 주주환원으로 가기보다 회사마다 기존 기조에 맞춘 계획을 유지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특히 보험업권의 경우 해약환급금준비금을 마련해야 하는 업권 특성상 정책에 영향을 받아 무리한 주주환원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반면,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으로 최대 실적을 기록한 점은 배당 확대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을 실리게 하고 있어 정책 결정에 있어 보험사들 속내가 복잡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상장 보험사 11곳의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은 8조4739억원으로 최고 실적으로 평가됐던 직전년과 비교해 4.5% 늘었다. 삼성화재의 경우 지난해 생손보업권을 통틀어 가장 높은 순이익(1조8216억원)을 시현했다. 생보업권 대장 삼성생명도 순이익 1조8953억원을 기록해 지난 2016년 이후 7년 만에 최대 규모를 나타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들은 정책의 세부 내용을 보고 주주환원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결국 기존 기조와 회사 방침에 맞춰 잉여자본과 배당재원에 맞춰 각자 배당책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며 “자사주 소각에도 기대감이 큰 현재 분위기를 감안해 반영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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