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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어드십 코드’ 7년만에 개정…기관 움직여 밸류업 압박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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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어드십 코드' 7년만에 개정…기관 움직여 밸류업 압박하나
2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 1차 세미나’에서 정지헌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상무가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밸류업 정책이 기업의 자율적 추진에 무게중심을 두면서 기업을 실질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기관투자가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정부가 수탁자 행동 지침인 스튜어드십 코드를 개정해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들이 움직이면 기업도 따를 수밖에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시장은 벌써 스튜어드십 코드에 밸류업을 추가하는 원 포인트 개정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7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한국ESG기준원은 ‘스튜어드십 코드’ 1차 해설서에 밸류업 관련 내용을 추가하는 개정 논의에 착수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가가 타인의 자산을 관리하는 수탁자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이행해야 할 행동 지침을 말한다. 2017년 도입돼 국민연금 등 연기금 4곳을 포함해 은행·보험·증권사 등 220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7가지 원칙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규 위반 위험을 해소하기 위해 일종의 법령 해석인 해설서도 제공하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 1차 해설서가 개정되는 것은 2017년 발간 이후 7년 만에 처음이다. 당국은 ‘해설서’라는 명칭을 바꾸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 밸류업이 스튜어드십 코드에 반영될 경우 국민연금을 포함한 기관투자가들이 투자 기업의 밸류업 참여나 이행 여부 등을 판단하고 요구하는 등 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다만 정부와 한국ESG기준원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어느 수준까지 강제할 것인지를 두고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참여 기관투자가들은 예외적으로 스튜어드십 코드를 준수할 수 없을 경우 이유를 설명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밸류업의 경우 강제가 아닌 자율에 방점을 둔 만큼 설명 의무 등을 부과하지 않을 여지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연성 규범이라도 기관투자가 입장에서는 신경 쓰이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스튜어드십 코드' 7년만에 개정…기관 움직여 밸류업 압박하나

시장에서도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연기금이 기업에 무조건 우호적인 지분이 아닌 변수가 될 수 있어서다. 김종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은 코스피200과 유사한 프라임 마켓 상장 조건에 거버넌스 조건을 추가하면서 상당히 강력한 조치를 취했다”며 “한국은 일본과 달리 밸류업 노력을 스튜어드십 코드에 반영하는데 이는 일본보다 더 강한 정책 잠재력을 가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도 전날 간담회에서 “스튜어드십 코드 반영은 일본에도 없는 인센티브”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큰손’인 국민연금이 밸류업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 국민연금이 이달 21일 기업가치 제고를 노력하는 국내 상장사를 발굴하기 위해 위탁 운용사 3곳 정도를 선정하기로 했는데 이는 과거에는 볼 수 없는 전향적인 태도라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이미 투자 기업의 합리적 배당정책 수립을 유도하기 위해 배당 관련 권리 행사를 수행하고 있다. 합리적으로 배당을 하지 않으면 대화를 시도하다가 중점 관리 기업으로 비공개 지정하고 이후에도 개선되지 않으면 공개 전환한다. 앞서 남양유업·현대그린푸드 등이 공개 대상이 됐고 이후 배당 관련 주주 제안까지 이어진 바 있다. 이번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으로 국민연금이 밸류업 참여 요구나 자사주 매입·소각 요구 등 주주 제안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스튜어드십 코드가 개정되면 국내외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요구가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배당 확대 요구가 가시화될 경우 기업 경영권 침해 논란도 생길 수 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일본은 공적연금펀드(GPIF)가 단순히 투자를 늘리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기관투자가들과 연합해 활동하는 등 증시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며 “밸류업에 대한 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만큼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덩치에 맞게 국내 증시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경제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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