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세라티, 오는 7월 한국법인 설립
지난해 판매량 434대… 6년새 판매량 73% ↓
람보르기니·벤틀리 등 초고가車 경쟁사는 ‘전성기’
애매한 입지에 브랜드파워 떨어져
수입사 FMK(포르자모터스코리아)를 통해 국내 판매를 이어오던 마세라티가 오는 7월 한국법인을 설립하고 재기에 나선다. 최근 람보르기니, 벤틀리, 롤스로이스 등 초고가 차량 판매가 늘면서 한국 시장에서의 가능성을 재확인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판매량이 최근 5년 사이 크게 주저앉은 가운데 애매한 브랜드 입지를 바로잡고 추락한 브랜드 파워를 회복할 수 있을 지 관심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이태리 럭셔리카 브랜드 마세라티는 오는 7월 한국법인인 마세라티코리아를 설립, 운영한다. 마세라티가 한국에서 법인을 설립하는 건 국내 시장에 차량을 처음 판매한 2007년 이후 17년 만이다.
기존 공식 수입사이자 사업권을 갖고 있던 FMK는 올 7월 마세라티코리아에 국내 사업을 이관할 예정이다. 이후 서울, 분당 등 기존 네트워크를 운영하면서 공식 딜러사로 전환 운영한다.
오랜시간 수입사를 통해서만 판매를 이어왔던 마세라티가 돌연 한국법인 설립에 나선 것은 한국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페라리, 람보르기니와 함께 이탈리아 3대 명차 브랜드로 불리는 마세라티는 국내 시장에서도 한때 수많은 소비자들의 ‘드림카’로 꼽혀왔지만, 최근 5년 사이 판매량이 급감했다.
불과 6년 전인 2018년만 하더라도 마세라티의 입지는 지금과는 달랐다. 마세라티의 2018년 연간 판매량은 1660대로, 2억을 우습게 넘기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2019년까지는 연 1000대를 넘게 판매했다. 그러다 2020년 932대, 2021년 842대, 2022년 554대, 지난해에는 434대까지 가파른 내리막길을 걸었다. 6년사이 73.8%나 급감한 셈이다.
특히 마세라티의 존재감 하락은 경쟁사 판매량 추이와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람보르기니, 벤틀리, 롤스로이스 등 초고가 경쟁사 차량들은 최근 5년간 오히려 판매량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지난해에는 국내 최다 판매 기록을 나란히 경신했다.
람보르기니는 마세라티가 연간 1000대 이상 판매하던 2018년, 2019년에 각각 11대, 173대를 판매하는데 그쳤지만 판매량이 꾸준히 증가해 지난 2022년부터는 연 400대를 넘겼고, 지난해엔 431대를 판매했다.벤틀리 역시 2018년 215대 수준에서 지난해엔 810대로 4배 가까이 늘었고, 롤스로이스 역시 2018년 123대에서 지난해 276대로 늘었다.
업계에서는 마세라티의 판매 부진의 원인을 국내 시장에서의 마케팅 실패로 꼽는다. 마세라티는 기본 3~4억원을 호가하는 페라리, 람보르기니와 비교하면 1억 이상 저렴해 다소 애매한 가격대를 갖고 있는데, 경쟁력있는 차별화 전략을 내세우지 못하면서 브랜드 파워를 떨어뜨렸다는 평가다. 여기에 지난 2013년 내놓은 1억원대 저가형 세단 기블리가 기존 2억원 이상의 럭셔리카 이미지 마저 희석시켰다는 분석이다.
부진한 신차사이클은 안그래도 흐려진 브랜드파워에 존재감마저 떨어뜨렸다. 마세라티는 2016년 브랜드 첫 SUV인 ‘르반떼’를 출시한 이후 6년 만인 2022년에서야 중형 SUV ‘그레칼레’를 출시했다. 그레칼레의 지난해 판매량은 237대로 전체 판매량 중 절반을 차지했지만, 과거 르반떼만큼의 인기는 얻지 못했다.
한국 내 럭셔리카 판매량이 크게 늘면서 초고가 브랜드들이 국내 시장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마세라티 역시 한국 법인 설립을 통해 과거 명성을 되찾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초고가 수입차들의 사각지대로 불리는 애프터서비스 등에 집중하고, 올해 스포츠 쿠페 그란투리스모 신형도 출시할 계획이다.
마세라티 관계자는 “한국 내 입지를 강화하고 국내 럭셔리 자동차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마세라티코리아로 한국 사업을 운영할 예정”이라며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향후 세계적 수준의 애프터 서비스와 마세라티 글로벌 표준에 부합하는 맞춤형 고객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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