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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의 참견] 아티스트 플레이브…’세계관’에 갇힌 건 누구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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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플레이브 사진블래스트
그룹 플레이브 [사진=블래스트]

그룹 플레이브가 ‘처음’ 취재진 앞에 섰다. 버추얼 아이돌 그룹이기 때문에 그동안 취재가 자유롭지 않았던 이들이 무대에 선다니. 쇼케이스는 어떤 방식으로 열리고 세계관 확장은 어느 정도까지 진행되었으며 ‘아스테룸’ 시리즈 음반은 어떻게 귀결되었을지 궁금증이 너무나 컸다. 평소 아티스트로서의 플레이브를 응원해왔던 터라 이번 쇼케이스에서 나눌 음악적 이야기에 기대가 부풀었다.

쇼케이스 형식은 기존 가수들과는 달랐다. 무대 중앙에는 스크린이 설치되었고 이원 생중계로 질의응답을 나누는 방식이었다. 할리우드 영화 감독·배우들을 인터뷰하는 라이브 컨퍼런스와 같은 형태였다. 

가상 세계 ‘카엘룸’에 살던 멤버들이 지구의 개발자로부터 능력을 부여받아 ‘아스테룸’이라는 중간계로 오게 되고 균열을 통해 ‘테라(지구)’와 소통할 수 있다는 설정을 생각한다면 세계관을 해치지 않는 적절한 형태의 쇼케이스였다. 

스크린을 통해 만난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기존 아이돌 그룹의 쇼케이스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뮤직비디오를 관람하고 각 트랙을 짧게 청취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식이었다. 그러나 이를 낯설게 여긴 건 소속사 블래스트와 행사 관계자들이었다. ‘테라’ 취재진에 대한 불신과 경계가 컸던 모양이었다. 정영한 아나운서는 행사 중간중간 “본체에 대한 질문은 삼가해달라. 답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기자간담회는 취재진의 질의응답보다 정 아나운서의 사전질문으로 40분가량을 지체했다. “아스테룸을 직접 방문해 뮤직비디오를 찍었나?” “촬영 시간은 테라와 마찬가지로 흐르나?” 등 세계관에 대한 이야기와 비하인드에 대한 대화였다. 기자간담회가 아니더라도 팬들과의 소통을 통해 나눌 수 있는 이야기처럼 읽혔다. 

그룹 플레이브 사진블래스트
그룹 플레이브 [사진=블래스트]

소속사와 행사 관계자들의 우려와 달리 취재진은 아스테룸에 대한한 이해를 가지고 있었고 이들의 세계관을 해치지 않도록 진지하게 질문을 이어갔다. “‘아스테룸’에서 ‘테라’의 ‘플리’를 직접 만나지 못하는 아쉬움”이나 “플레이브의 음악적 정체성” “신예 그룹이 이뤄낸 놀라운 성과에 대한 소회” “‘테라인’을 사로잡은 대중성” “‘아스테룸’ 시리즈를 관통하는 음악성과 메시지” 등에 대한 질문이 주를 이루었다. 기술적인 질문이나 플레이브 외적인 이야기는 이성구 대표의 몫이었기에 대체로 음악이나 아이돌 그룹으로서 보여줄 행보나 확장성에 대한 질문이 주를 이루었다. 실제로 직접 작사, 작곡, 안무를 도맡는 아티스트기 때문에 전혀 걱정하지 않았던 부분이었지만 플레이브의 반응이 너무나 조심스러웠다. 답변에 제한된 부분이 많았는지 망설이는 부분이 많았고 명확하게 관통하기 보다는 에둘러 언급하며 짧게 마무리했다. 리더 예준이 주로 답변 했고 노아, 은호, 밤비, 하민까지 고루 이야기를 나누기 어려웠으며 ‘외계인’과 ‘아스테룸’ ‘테라’의 세계관과 설정에 더욱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블래스트는 IT 게임을 기반으로 한 회사다. 처음으로 IT 매체가 아니라 연예 매체들을 초청했고 아이돌 그룹 플레이브를 소개했다. 그건 블래스트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게 아니라 아티스트의 신보를 소개하는 자리였다는 이야기가 된다. IT계 기업과 버추얼 아이돌이 처음으로 만난 취재진이기 때문에 세계관과 설정에 대해 명확한 구분을 하고 싶었던 마음과 우려도 역시 안다. 그러나 두 번째 미니앨범을 낸 아이돌 그룹으로서 만난 플레이브와의 대화가 너무나 빈약하게 느껴졌다. 오히려 ‘기술적 성과’를 이야기하자고 마련되었던 이성구 대표와의 질의응답이 속 시원하게 느껴졌다면 ‘설정’과 ‘세계관’에 갇힌 건 누구일지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그룹 플레이브 사진블래스트
그룹 플레이브 [사진=블래스트]

버추얼 아이돌 플레이브도 특별하지만 아티스트 플레이브의 음악과 그들이 이룬 성과들은 더욱 특별하다. ‘아이돌’이자 ‘아티스트’인 플레이브를 응원하는 만큼 진지하고 깊이 있는 대화와 태도를 바랐다면 시쳇말로 ‘진지충’처럼 느껴졌을까? ‘아스테룸’에서도 ‘테라’ 취재진과 아티스트로서 대화할 수 있기를 아쉬운 마음을 담아 전해본다. 

 

아주경제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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