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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공사비 급증 여파가 각종 건축공사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지뿐 아니라 기업 사옥 공사도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존 설계보다 층수를 낮추거나 층수 상향 계획을 백지화하는 모양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1지구는 지난 3일 ‘층수 결정의 건’에 대한 조합원 투표를 열고 50층 미만으로 정비사업을 진행키로 결의했다. 이날 총 1010명의 조합원 중 과반에 해당하는 523명이 찬성한 결과다.
성수전략정비구역 2지구도 다음달 9일 열리는 정기총회에서 최고 층수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들 구역이 서울시의 정비계획 변경에 따라 최고 70층 이상의 높이로 건축이 허가된 지역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이례적인 분위기다.
이 같은 현상은 강남 재건축 사업지에서도 관측된다.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6·7단지와 서초구 반포주공 1단지 1·2·4주구는 지난해 서울시의 한강변 아파트 35층 높이 제한 폐지 이후 각각 최고 49층을 목표로 재건축 사업을 추진한 바 있다. 하지만 결국 모두 원안대로 35층 설계를 적용키로 했다.
심지어 민간 기업도 사옥 신축 공사의 층수를 대폭 낮추기 위한 설계 변경을 시도 중이다. 현대차그룹이 지난 7일 서울시에 강남구 삼성동 옛 한국전력 부지에 짓고 있는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설계 변경을 요청한 것이다. 당초 높이 569m, 105층짜리 초고층 빌딩 1개동과 저층 건물 4개동을 조성한다는 것을 55층짜리 빌딩 2개동을 포함해 총 6개동으로 나눠 짓겠다는 게 골자다.
이들 사업지가 층수 상향을 포기하는 이유로는 원자잿값·인건비 인상에 따른 공사비 급증 및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비용 부담 증가가 꼽힌다. 층수를 높일수록 공사에 필요한 자재 및 시공 기간이 늘어나게 되고, 그로 인해 급증한 공사비 및 금융 비용은 결국 조합원 분담금에 반영되거나 회사 재무구조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건설공사비는 수년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재료·노무·장비 직접공사비를 의미하는 건설공사비지수는 최근 4년 만에 약 26% 뛰었다. 2020년 말 121.80에서 지난해 말 153.26까지 치솟았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이같은 현상이 심화할 것으로 보면서도 개선 여지는 남아 있다고 내다봤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명예교수는 “건설경기 침체 지속으로 서울 ‘알짜’ 사업지도 공사비를 줄이기 위한 설계 변경이 불가피한 만큼 공사 여건 등이 좋지 않은 상태”라면서도 “고금리 추세가 향후 수년 동안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데다 각종 규제 완화 기조가 지속되고 있어 분위기 반전 여지도 남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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