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이후 주주환원 확대,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으로 상승세를 타던 금융사 주가가 26일 급락했다. 정책 발표 직후 차익실현 매물이 나온 데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담긴 세제지원 등 인센티브 내용이 추상적이고, 6월께나 가이드라인이 확정된다는 사실이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KB금융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5.02% 내린 6만2500원에 마감했다. 이 회사 주가는 올해 들어 18% 가까이 급등한 바 있다. 하나금융지주(-5.94%), 신한지주(-4.50%)도 급락했다. 보험사도 힘을 쓰지 못했다. 한화생명은 전 거래일 대비 9.60% 내린 3060원에 마감했다. 현대해상(-7.07%), 삼성생명(-3.56%), 삼성화재(-2.76%) 등도 줄줄이 하락했다.
금융사 주가는 올해 들어 주주환원 확대에 대한 기대감으로 급등했지만, 이날 정부가 밸류업 지원방안을 발표하면서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진 것으로 해석된다.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은 상장사들이 자율적으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기업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과감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금융당국은 매년 우수기업에 대한 표창 수여, 모범납세자 선정 우대 등 세정지원과 같은 혜택도 적극적으로 제공할 방침이다. 금융위원회는 유관기관과 오는 5월 중 2차 세미나를 열고, 가이드라인 세부 내용에 대한 기업 등 의견을 수렴해 상반기 중 가이드라인을 확정할 계획이다. 하반기부터 준비된 기업들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자율적으로 수립, 공시할 수 있도록 지원체계 구축, 각종 인센티브 마련 등 세부 과제를 차질 없이 이행해 우리 증시의 도약을 적극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특히나 시장에서는 밸류업 지원방안이 투자자들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과감한 인센티브에 대한 세부 내용이 없고, 현재 시점에서 4개월이 지난 6월께나 가이드라인을 확정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이 오히려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부는 적극적인 주주 환원을 유도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세제 지원안을 마련해 추후 발표할 계획이다. 또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기업들의 노력을 강제하기보다 인센티브를 통해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한다는 정부의 구상 역시 실효성 측면에서 의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나온 정부 발표로만 보면 세제나 기업 인센티브가 전무하기 때문에 기업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다만 국내 금융사들의 주가 저평가 현상이 지속되고 있고, 실적과 배당 등 펀더멘털은 탄탄한 만큼 중장기적으로는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 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미리 주가가 올랐던 게 발표 직후 급락한 측면이 있다”며 “국내 금융사 주가가 다른 업종에 비해 저평가됐기 때문에 중장기적인 주가 흐름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장이 밸류업 지원방안을 어떻게 해석하는지는 좀 더 시간이 지나야만 분명해질 것”이라며 “각 사마다 향후 추이를 지켜본 후 자체적으로 주주환원책을 내놓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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