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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000660)의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신제품이 양산 초읽기에 들어갔다. 메모리반도체 업체 중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큰손인 엔비디아 공급 주도권을 가장 먼저 틀어잡으면서 올해 예상보다 빠른 실적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여타 글로벌 빅테크들도 자체 AI칩 개발과 생산을 추진하면서 여기에 필수적으로 탑재되는 메모리반도체의 위상도 함께 커지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최근 5세대 HBM 제품인 HBM3E의 첫 번째 ‘로트(Lot)’를 찍은 기념으로 관련 업무를 다루는 일부 직원들에게 떡을 돌렸다.
로트는 반도체의 원재료인 웨이퍼 25장을 이르는 단위다. 반도체 공정에서는 생산 편의를 위해 웨이퍼가 공정에 투입되는 순서에 따라 번호를 매긴다. 첫 번째 로트를 찍었다는 것은 제품 양산이 임박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상반기 내에 HBM3E를 양산할 계획이라고 밝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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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생산하는 HBM3E는 엔비디아가 올해 출시하는 AI용 그래픽처리장치(GPU) 가속기 H200과 B100에 탑재된다. 현재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H100에 4세대 HBM인 ‘HBM3’를 공급하고 있고 지난해부터 HBM3E 샘플을 공급하며 본격적인 양산과 탑재 시점을 조율해왔다.
HBM3E 공급은 메모리 판매 단가와 수량을 동시에 올릴 수 있는 기회다. 엔비디아의 가속기 신제품이 메모리 탑재량을 크게 늘렸기 때문이다. H200의 HBM3E 탑재량은 141GB(기가바이트)로 전작인 H100(80GB)과 비교하면 75% 이상 용량이 늘었다. AI 반도체 시장에서 엔비디아가 80% 넘는 점유율로 독점적 위치를 지키고 있는 만큼 많은 물량의 주문도 담보됐다. 증권가에서는 SK하이닉스가 HBM 등 고부가 제품을 중심으로 올해 10조 원에 근접한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빅테크들도 자체 AI칩 개발 속도를 올리고 있어 고객사는 더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아졌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엔비디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자체 AI 서버 칩 ‘마이아’를 연말 인텔의 1.8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에서 양산하기로 했다. 메타 역시 자체 개발한 AI 칩을 연내 데이터센터에 투입할 계획이다.
AI 반도체 시장의 선점을 위해서는 메모리 고급화와 고용량화가 필수 조건이 되면서 장기적으로는 메모리반도체가 AI 구동의 중심 역할을 하는 ‘메모리 센트릭’ 패러다임 전환에 대한 기대감도 강하다. 이렇게 되면 SK하이닉스를 비롯해 삼성전자 등 메모리 제조사들이 AI 반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입지도 한층 확장될 수 있다.
김정호 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6세대 HBM(HBM4)부터는 일부 GPU 기능을 갖고 오게 되면서 HBM이 메모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중앙처리장치(CPU)로도 기능할 수 있다”며 “빅테크들이 요구하는 HBM 사양이 각각 달라지면서 커스터마이즈(맞춤형) HBM 시대가 오고 있다는 점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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