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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군살’ 빼는 스트레스DSR, 실효성은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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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사진=DB
서울 시내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사진=DB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급격히 불어나는 가계대출을 억제하기 위한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조치가 26일부터 시행되는 가운데, 은행권도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단 가계부채 부실화로 인한 건전성 우려에 선제적 대응 측면에서는 이번 조치가 긍정적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여기에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중 고정금리에 대한 수요 또한 이번 조치를 전후로 예상대로 일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스트레스DSR 조치와는 별개로 신생아특례대출, 대환대출 등 대출 확대를 위한 일부 조치가 이미 시행되고 있어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이미 고정금리 비중이 큰 상황에서 변동금리 억제를 위한 이번 조치가 고정금리 선택이 어려운 실수요자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디자인=김민영 기자.
디자인=김민영 기자.

대출 고삐 죄는 금융당국

‘스트레스 DSR’은 주담대 중 변동금리(혼합·주기형 포함)를 선택한 차주의 DSR 산정 시, 향후 예상되는 금리 인상분을 반영해 가산금리를 ‘선(先) 부과’하는 제도다.

지난해부터 이미 예고됐던 스트레스DSR 제도는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급증의 원인으로 지목돼온 주담대의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한 조치로 금융당국은 이날 부터 국내 은행권 내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에 스트레스DSR 제도를 적용한다.

현재 대출을 받을 때 은행에서는 연간 갚아야 할 원금과 이자의 합계가 연 소득의 40%(은행 기준)를 넘지 않도록 DSR을 규제하고 있다. 쉽게 말해 연봉 1억원인 차주의 경우, 매년 은행에 갚아야 할 대출 이자 및 원금 합계가 4000만원을 넘을 수 없다. 소위 ‘갚을 수 있을 만큼만 빌려라’ 라는 당국의 건전성 관리 기조를 위한 조치가 바로 DSR제도다.

이번 스트레스DSR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향후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반영해 변동금리 주담대 대출에 한해 일종의 ‘가산금리(스트레스금리)’가 반영된다. 가산금리가 반영돼 대출금리가 높아지면 이자 부담이 커져, 자연스레 대출 한도가 감소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실제로 연봉 1억원의 차주가 30년 만기의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을 경우, 기존 한도는 약 6억5000만원 정도이지만 가산금리가 반영되면 한도는 약 5억5000만원 수준까지 최대 1억원원가량 대출 한도가 줄어들게 된다. 금융당국이 정한 가산금리는 과거 5년 중 가장 높았던 대출금리에서 현시점의 대출금리(매년 5월, 11월 기준)를 뺀 수치다. 가산금리의 지나친 고금리화 우려를 감안해 상한선은 3%, 하한선은 1.5%로 제한한다.

일단 이날부터 도입되는 스트레스DSR에서 적용될 가산금리는 지난 5년간의 금리 수준을 고려해 연 1.5%p(변동금리 기준, 혼합형은 가산금리의 60%인 0.9%p 적용)로 설정된다. 다만, 금융당국은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른 차주들의 이자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가산금리 적용 폭은 단계적으로 늘려가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현재 가산금리(1.5%) 기준 올해 상반기에는 약 25%인 0.375%p, 하반기에는 50%인 0.75%p가 적용돼 금리가 올라간다. 그리고 내년부터는 100%인 1.5%p가 가산금리로 변동금리 대출 상품에 적용될 예정이다.

서민금융지원 현장간담회에 참석한 김주현 금융위원장 / 사진=금융위원회
서민금융지원 현장간담회에 참석한 김주현 금융위원장 / 사진=금융위원회

대출 억제? 한편에선 ‘대출 심리 자극’

업계에서는 당장 주담대 감소 효과는 확인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조치로 대출 한도 감소가 불가피한 만큼 실수요자 위주의 대출 공급 확대와 더불어 전반적인 가계대출 증가세 또한 다소 잡힐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스트레스DSR 조치가 기대만큼의 효과를 담보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금융당국이 스트레스DSR 조치 시행을 통해 기대하는 효과는 크게 △가계대출 증가세 둔화 △주담대 내 고정금리 비중 확대 및 변동금리 억제 등 두 가지인데 실효성 측면에서 이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가계대출 증가세의 경우 현재 금융당국이 운영하는 신생아특례대출, 대환대출 인프라 등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스트레스DSR 조치가 대출 억제를 목적으로 하는 반면, 신생아특례대출, 대환대출 인프라 등은 사실상 대출 확대를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같은 조치가 자칫 대출 심리를 자극해 향후 대출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최저 1%대 금리로 주택 구입 및 전세 자금을 대출해 주는 신생아 특례대출 상품의 경우, 출시 3주 만에 공급액만 3조4000억원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 주택 구입 목적의 대출 신청이 1만319건, 2조8008억원으로 전체의 83%를 차지했다. 대출 상품은 다르지만 특례대출을 받은 10명 중 8명이 사실상의 ‘주담대’ 성격으로 상품을 이용한 셈이다.

특히, 주택 구입 목적의 신생아 특례대출의 평균 금리는 2.41%로,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주택담보대출 금리(연 4.29%)보다 1.9%p 가량 낮았다. 고금리 기조에 내 집 마련을 망설이던 수요가 이같은 금리 매력에 실수요층으로 돌아서면서 신생아특례대출의 초반 흥행을 주도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큰 변수가 없는 한 올해 정부가 배정한 신생아특례대출 예산(32조원)은 무리없이 소진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예산 총액 자체는 국내 은행권 전체 주담대(855조원‧2024년 1월 기준)의 약 3.5% 수준으로 극히 미미한 수준이지만, 신생아특례대출이 쏘아올린 대출 확대 심리가 일반 주담대로까지 전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내 5대 시중은행 사옥. / 사진=각 사.
국내 5대 시중은행 사옥. / 사진=각 사.

‘상수’된 고정금리, 스트레스DSR는 오히려 ‘변수?’

한편 정부가 언급한 변동금리 비중 감소 효과 또한 생각보다 미미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미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보다 높아지는 ‘금리 역전 현상’이 고착화되면서 고정금리 비중 또한 변동금리를 넘어서는 일련의 현상이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됐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국내 예금은행 내 고정금리 대출 비중은 59.8%(신규 취급액 기준)로 전월(56.7%) 대비 3.1%p 가량 높아졌다. 물론 올해 초부터 이어진 70%대의 비중에서는 다소 내려왔지만, 여전히 절반이 넘는 높은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잔액 기준으로 고정금리 비중은 41.4%로 절반에 못미치는 수준을 보이고 있다. 다만, 지난해 연초 기준 30%대 수준이었다는 점, 그리고 최근 신규취급액 비중을 고려하면 더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지난 23일 기준 국내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고정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3.22~5.33%로 변동금리(3.98~5.99%)와 비교해 상·하단 각각 0.76%p, 0.66%p 가량 낮다. 이런 상황에서 고정금리의 지표금리로 활용되는 은행채(5년물‧AAA) 금리 또한 지난 21일 기준 3.926%로 지난 14일(3.951%) 대비 일주일 새 0.025%p 하락했다.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에 은행채 금리 또한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향후 고정금리의 추가 하락 나아가 고정금리 비중 확대 여력도 충분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인위적인 가산금리 조정에 기반한 스트레스DSR 조치가 자칫 변동형 상품 이용이 유리한 일부 실수요자 차주들의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추후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장기간 대출을 이용하려는 차주들은 대부분 변동금리를 선호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이번 스트레스DSR 조치가 전반적인 가계대출 감소세와는 별개로 실수요자의 대출 위축으로 연결될 가능성도 일부 배제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이같은 스트레스DSR 조치를 오는 하반기에는 신용대출 및 2금융권 주담대, 내년에는 DSR이 적용되는 모든 대출로 확대할 방침이다.

데일리임팩트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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