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중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4번째 해외 사무소를 개소하는 ‘자본시장의 큰손’ 국민연금공단이 그다음 해외투자 기지로 인도 뭄바이를 점찍었다. 높은 성장 잠재력을 앞세워 ‘중국의 대체 투자처’로 떠오르는 인도 현지 사무소를 통해 매력적인 투자 매물을 찾겠다는 구상이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5번째 해외 사무소 후보지로 인도 뭄바이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현재 국민연금은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 싱가포르 등 3개 지역에서 해외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미 샌프란시스코에 사무소를 낸다.
국민연금이 샌프란시스코 다음 진출 지역으로 눈여겨보는 인도는 세계 경제의 새로운 핵심축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국가다. IT(정보기술) 경쟁력이 뛰어나고,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 숫자도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여기에 인도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수혜국으로 꼽힌다. 인도 정부도 제조업 부흥을 위해 ‘메이크 인 인디아’ 캠페인을 벌이는 등 정책적인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이런 노력 덕에 최근 대(對)인도 해외직접투자(FDI)가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또 노동력을 제공할 젊은 인구 비율이 높고, 고등교육 수준도 높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7년 인도가 일본과 독일을 따라잡고 세계 경제 3강에 오를 것으로 관측했다.
뭄바이는 인도 금융 산업의 중심지다.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이 앞다퉈 뭄바이에 현지 사무소를 세우는 이유다. 이미 싱가포르 국부펀드(테마섹), 말레이시아 국부펀드(카자나), 싱가포르투자청(GIC), 캐나다 연기금(CPPIB) 등이 뭄바이에 사무소를 두고 있다. 지난달에는 한국투자공사(KIC)가 인도 중앙은행(RBI)으로부터 뭄바이 사무소 설립 승인 인가를 받았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 아부다비 국부펀드(ADIA), 카타르 국부펀드(QIA) 등 중동 지역 큰손들도 뭄바이에 사무소를 개소할 예정이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기관들이 벤치마크(BM)를 수정하거나 신규 투자를 하지 않는 식으로 중국 투자 비중을 줄이고 있다”며 “2024년에는 뭄바이에 사무소를 설치하는 기관 수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국민연금보다 먼저 인도에 진출하는 KIC는 뭄바이 사무소를 통해 유망 대체투자 건 확보에 주력할 방침이다. 인도의 풍부한 IT 생태계와 내수 시장 확대에서 기인한 벤처캐피털(VC)·사모주식(PE) 투자 기회를 주목하고 있다. 또 인도 인프라·부동산 등 실물자산에도 투자할 전망이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도 KIC와 같은 맥락에서 인도 사무소를 활용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올해도 계속해서 해외주식과 대체투자, 인프라 비중을 늘릴 방침이다. ‘2024년도 국민연금기금운용계획’에 따르면 올해 말 국민연금의 해외주식 비중은 33%로 2023년 말(30.3%)보다 2.7%포인트(p) 높아진다. 올해 말 대체투자 비중은 14.2%로 1년 전의 13.8%보다 0.4%p 올라간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인도 뭄바이 사무소 설립에 대해 “아직 검토 중인 단계로, 확정된 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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