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베일을 벗은 가운데, 세제 혜택이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강제성이 없고 기업의 자율적인 참여에 의존한다. 참여한 기업에 정부가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운영되는데, 이 인센티브에 상장사들이 바라는 ‘상속세 인하’는 없었다. 이 때문에 참여가 많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만 정부는 추가적인 세제 지원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종합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6일 금융위원회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인센티브로 매년 5월 기업 밸류업 표창을 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목표 설정의 적절성, 계획 수립의 충실도, 주주와의 소통 노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경제부총리상, 금융위원장상, 한국거래소 이사장상 등을 10여개의 상장사에 수여할 예정이다.
표창을 받은 상장사는 5종의 세정 지원을 받는다. ▲모범 납세자 선정 우대(선정 시 표창일로부터 3년간 세무조사 유예) ▲연구개발(R&D 세액 공제 사전심사 우대 ▲법인세 공제 또는 감면 컨설팅 우대 ▲부가·법인세 경정 청구 우대 ▲가업승계 컨설팅 등이다.
수상 기업은 또 한국거래소 홈페이지와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등을 통해 홍보할 수 있으며 한국거래소 공동 투자설명회(IR) 개최 시 우선 참여할 기회가 주어진다.
적극 참여 기업은 한국거래소 공시 우수법인으로 선정된다. 공시 우수법인으로 선정되면 상장수수료가 면제되고 불성실 공시법인 지정을 유예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적극 참여 기업은 코스닥협회 코스닥대상 시상 기업을 선정할 때 가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날 발표에서 상장사들이 원해 왔던 상속세 인하는 빠졌다. 한국의 상속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최고 수준이다.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 세율은 50%다. 기업을 상속할 땐 최대주주 할증 과세를 고려하면 세율이 60%까지 올라간다. 이는 일본(55%)보다 높은 수치다.
상속세율이 높다 보니 기업을 승계할 때는 편법 승계 등 부작용이 일어나곤 한다. 대출을 받는 일도 부지기수다. 정보제공업체 CEO스코어가 총수가 있는 대기업 집단 중 상장 계열회사 주식을 보유한 57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대출 등으로 인해 담보로 제공된 주식은 28조9905억원에 달했다.
상속세 납부를 위해 주식을 팔고, 이로 인해 주가가 하락하는 사례도 있다.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유족의 상속세는 약 12조원으로, SK이노베이션의 시가총액과 맞먹는다. 삼성 오너 일가 세 모녀인 홍라희 전 리움 관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은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해 지난달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형태로 삼성전자 지분 2조1689억원을 매각했다. 당일 삼성전자 등은 주가가 1% 안팎 하락했다.
상장사 관계자는 “상속세 감면과 같은 확실한 인센티브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들어가야 참여할 기업이 많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표창을 받은 상장사에 부여되는 5종의 세정 지원이 막연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세무사는 “중소기업 사장들은 ‘모범 납세자로 선정돼도 와닿는 혜택이 없다’고 말하곤 한다”며 “인센티브가 ‘우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받아들이는 입장에선 별 영양가를 못 느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일정 요건을 충족한 중소, 중견기업은 세법상 가업승계에 대한 증여세 과세특례를 적용받는다”며 “‘가업승계 컨설팅’이 상장법인에 실효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금융위는 “시장의 의견을 수렴한 후 상속세 등을 포함해 여러 세제 지원 방안을 연중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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