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총선을 앞두고 부동산 관련 공약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정작 집값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총선 이후 공약이 이행되면서 집값이 오른다는 속설이 있지만, 큰 변화를 일으키진 못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총선이 1회성 이벤트라고 진단하면서 올해도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은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26일 본지가 부동산R114에 의뢰한 ‘2000년 이후 역대 총선 전후 아파트 매매가격 추이(17대~21대 총선)’ 통계를 분석한 결과 총선과 아파트값은 일관적인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먼저 17대 총선이 실시된 2004년 1월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0.00%로 보합이었으나, 4월에는 0.66%로 상승했다. 하지만 3개월 후인 7월에는 -0.31%로 하락해, 보합→상승→하락 흐름을 보였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값은 1월 -0.10%에서 4월 1.08%로 상승한 뒤, 총선을 거친 7월엔 -0.45%로 반토막 수준으로 하락했다.
이어 18대 총선이 있던 2008년 1월에는 전국 아파트값이 0.16%에서 4월 0.33%로 상승했다. 하지만 선거 3개월 후인 7월에는 -0.03%로 내려갔다. 서울 또한 1월 0.25%에서 4월 0.39%로 올랐다가, 7월 -0.03%로 떨어졌다.
19대 총선에선 4월 전과 후 모두 약세를 보였다. 2012년 1월 -0.07%로 하락하던 집값은 4월 -0.14%로 하락 폭이 확대했다. 이후 7월에는 아예 -0.20%까지 떨어지며 침체국면이 본격화됐다. 서울의 아파트 값 추이도 전국 아파트값과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
당시는 2008년 말 리먼사태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이 누적되다 폭발한 시기로 평가된다. 집주인들은 항복 매물을 쏟아낸 반면, 매수자는 자취를 감추면서 주택매매 거래량이 반토막 났다. 정부가 미분양 주택 양도세 감면, 취득세 감면 등 ‘극약처방’을 잇달아 내놨지만 역부족이었다. 미분양 물량은 그해 12월 기준 7만6000가구로 위험한계선인 6만2000가구를 돌파하며 수렁에 빠졌다.
반면 20대 총선에선 4월 전후 집값이 모두 상승 반전했다. 2016년 1월 전국 0.00%으로 보합이었으나, 선거철엔 0.14%로 올라왔다. 3개월 후인 7월은 0.35%까지 치솟았다. 서울의 아파트값도 보합에서 0.43%로, 0.78%로 지속 상승했다. 이 시기는 부동산이 본격적인 상승장에 접어들면서 고분양가 단지도 줄줄이 ‘완판’되는 등 선당후곰(선 당첨 후 고민)이 청약시장을 휩쓸었다.
2020년 21대 총선은 전국과 서울이 다른 양상을 보였다. 전국 아파트값은 1월 0.81%에서 4월 0.06%로 주춤하다 7월 들어 0.72%로 상승 폭을 키웠다. 반면 서울은 0.92%로 상승하다 4월 -0.17%로 하락 전환됐고, 3개월 후엔 0.96%로 다시 반등했다.
22대 총선을 앞둔 올해 1월은 전국과 서울 아파트값 모두 -0.02%로 하락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총선이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총선은 대선과 달리 지역 이슈에 집중되기 때문에, 전체 흐름에 변화를 주긴 어렵다고 봤다. 다가오는 4월 시장에서도 극적인 변화를 기대하긴 힘들 것이란 게 중론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총선은 기본적으로 1회성, 국지성 이벤트에 그치기 때문에 시장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별개의 사건으로 봐야한다”며 “4월 이후 주택시장에 눈에 띄는 움직임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총선은 부동산 시장에 드라마틱한 변화를 주기 어렵다. 올해 4월 이후 금리 인하, 추가 규제 완화 등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국지적인 지역개발 이슈로 표심을 자극하겠지만 전체 주택시장 흐름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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