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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투자자예탁금·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 증시 대기자금이 130조원 가량 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밸류업 공개를 앞두고 저평가 받던 기업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커진 결과다.
증시 대기자금은 언제든 주식시장에 투입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밸류업 발표 이후 자금 흐름이 주목된다. 발표 내용에 따라 국내 증시에 대한 매수 행렬이 이어질지 판가름 난다는 얘기다. 업계에선 밸류업 내용이 실효성 있다고 판단될 때,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고 주주환원에 적극 의지를 보이는 종목들을 중심으로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분석했다.
2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대기성 자금이라 불리는 투자자예탁금과 CMA 잔고는 총 130조5630억원으로 집계됐다.
투자자가 거래 목적으로 증권사 계좌에 넣어뒀거나 주식을 판 뒤 찾아가지 않은 돈을 의미하는 투자자예탁금은 53조6264억원에 달했다. 이달 초 50조7434억원 대비 3조원 가까이 증가한 수준이다. CMA 잔고 역시 월초 75조3444억원보다 1조6000억원 늘어난 76조9366억원을 기록 중이다. CMA는 증권사가 고객이 맡긴 돈을 국고채·양도성예금증서(CD)·회사채 등 단기금융상품에 투자해 운용 수익을 내는 상품으로 주식시장에 언제든 투자할 수 있는 자금을 말한다. 흔히 투자자들은 투자처가 마땅치 않은 경우 CMA에 목돈을 넣어둔다.
증시 대기자금들이 최근 증가세를 보인 것은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정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한 대안으로 지난달 말 처음으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언급한 바 있다. 이는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고 주주들과의 소통을 강화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정책이며, 이달 26일 세부안이 공개될 예정이다.
업계에선 발표되는 프로그램 내용에 따라 향후 자금 흐름이 결정될 것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단기적인 차익실현 매물이 있을 수 있지만, 발표 내용이 실효적이라고 판단될 경우 향후 추가 매수가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증권업계 한 연구원은 “기대감이 선반영됐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물량이 많이 빠질 수도 있지만, 이사회 결정체계를 바꿀 수 있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의 실효적 방안이 나오면 중장기적으로 더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업계·금융당국 모두 밸류업에 주목하고 있는 만큼 현실성 없는 내용이 나오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윤원태 SK증권 연구원은 “관련 주가가 많이 올랐고 금융권뿐만 아니라 재계 등에서도 관심이 많기에 실망스러운 방안을 제시할 가능성은 낮고, 실망 매물도 쏟아지긴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같은 제도적 변화 조짐에도 의사결정 주체는 결국 기업이라는 측면에서 저PBR 중에서도 주주환원 등 변화 의지를 보인 기업들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몰릴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미래에셋증권은 실적과 관계없이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밝혔다. 메리츠금융지주 또한 지난해 주주환원성향을 50% 이상 시현하는 등 업계 밸류업 모범 사례로 떠오르기도 했다. 그 밖에도 증권업계에선 KB금융, 현대차 등의 기업들을 주목할 것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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