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홍콩H지수를 기초 자산으로 한 주가연계증권(ELS) 2차 현장 검사를 마무리 짓고 조만간 손실 배상 방안을 발표한다. 은행의 불완전판매를 주장하는 투자자들은 100% 피해 배상을 주장하고 있으나, 금감원은 모든 투자자에 대한 일괄 배상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분쟁 조정 결과를 수용하지 않는 투자자들이 소송전에 대거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16일 착수한 홍콩H지수 ELS 주요 판매사 11곳에 대한 2차 현장 검사를 2월 중 마무리하고 검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1차 검사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토대로 홍콩H지수 ELS 불완전판매 사례를 유형화·체계화하고 이 가운데 추가 검증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 정밀 조사하는 작업을 2차 검사를 통해 진행 중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2차 검사를 이달 내 마무리한 후, 검사 결과에 대해 우선 발표하는 자리를 갖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라고 했다.
통상 금감원은 분쟁 조정 민원이 접수되면 해당 사안에 대한 사실 조사를 거친 후 합의가 어렵다고 판단하면 이를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에 회부한다. 분조위는 민원인과 금융회사가 조속히 자율조정에 따라 합의할 수 있도록 불완전판매 유형별로 책임분담 비율 등을 결정한다. 금융회사는 이를 바탕으로 최종 배상에 착수한다.
금감원은 검사가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홍콩H지수 ELS의 경우 사안이 시급하다고 판단해 손실 배상안을 만드는 작업을 병행 중이다. 이 안은 이르면 이달 말 또는 다음 달 초쯤 나올 전망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1차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현재 배상안을 만들고 있으며, 2차 검사를 마친 후 발표할 계획이다”라고 했다. 앞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4일 “이달 내에 금융회사와 소비자 간에 손실을 배분하는 분쟁 배상안을 마무리할 예정이다”라고 했다.
가장 큰 쟁점은 홍콩H지수 ELS 가입자 모두의 손실을 배상하는지다. 현재 가입자들은 100% 수준의 손실 배상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금감원은 일괄 배상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은 앞서 2019년 독일 국채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때 가입자 3654명 전원에게 손실을 배상했다. 당시 배상 비율은 기본 20%에서 최대 80%까지 적용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DLF 사태 이후 불완전판매를 막기 위한 다양한 보호 장치가 만들어졌고 2021년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제정됐다”며 “금감원이 조사에서 당시처럼 모든 은행이 책임져야 할 공통적인 불완전판매 혐의점을 발견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금감원은 과거에 ELS 상품에 투자를 했던 경험이 있는 투자자에 대해서는 배상액을 줄이고, 판매사·채널 등에 따라 배상에 차등을 두거나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은행과 달리 증권사에서 ELS를 가입한 투자자의 경우 원금 손실 가능성을 상대적으로 인지하고 투자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또 연령, 구직 유무 등도 배상 비율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편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 은행이 판매한 홍콩H지수 ELS 중 지난 15일까지 만기가 돌아온 상품은 1조1746억원으로 집계됐다. 확정 손실률은 54.2%에 달한다. 이 중 고객에게 상환된 금액은 5384억원이다. 홍콩H지수 ELS는 올해 상반기 10조2000억원, 연말까지 15조4000억원가량이 만기가 도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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