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도 안 돼 7조 급증…55조 육박
금리 인하로 자산 가치 확대 ‘베팅’
국내 은행들이 품고 있는 통화안정증권이 1년도 안 돼 7조원 넘게 불어나면서 55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만간 금리가 내리막길로 접어들면서 채권 자산의 가치가 오를 것이란 관측에 국채는 물론 통화량 조절을 위해 쓰이는 통안증권까지 사들이는 모습이다.
금융권이 금리 인하에 대비하는 가운데 채권 자산 운용을 둘러싼 은행권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은행 계정 기준 20개 전체 은행이 보유한 통안증권 자산은 총 54조6611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15.7%(7조4000억원) 늘었다.
통안증권은 한국은행이 통화량을 조절하기 위해 발행하는 단기채권이다. 주로 한은이 시중은과 사고파는 방식으로 유동성을 확대하거나 흡수하는 용도로 활용된다.
은행별로 보면 IBK기업은행의 통안증권 보유량이 12조4267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2.4% 줄었지만 여전히 최대를 기록했다. 그 다음으로 한국씨티은행이 7조2214억원으로, 신한은행이 6조4401억원으로 각각 26.9%와 0.2%씩 증가하며 해당 금액이 큰 편이었다.
이밖에 ▲KB국민은행(5조5430억원) ▲하나은행(4조9799억원) ▲SC제일은행(4조9779억원) ▲우리은행(4조3064억원) ▲KDB산업은행(2조9202억원) ▲NH농협은행(2조5987억원) ▲토스뱅크(2조370억원) 등이 통안증권 자산 규모 상위 10개 은행에 이름을 올렸다.
은행권이 통안증권 매입을 적극적으로 확대한 배경에는 금리 변화에 대한 전망이 자리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은행 입장에서 금리가 내려가기 전에 통안증권을 사두면 평가 이익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채권 가격은 금리와 뚜렷한 반비례 관계를 보인다. 금리가 내려가면 채권 가격이 상승하고, 반대로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은 하락하는 구조다.
그런데 최근 금융권에서는 현재의 시장 금리가 정점으로, 연내 인하 사이클에 돌입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아직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시기와 폭의 문제일 뿐 올해 안에는 본격적인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예측이다. 연준은 가장 최근 열린 지난 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까지 기준금리를 5.25~5.50%로 동결해오고 있다. 지난해 9월과 11월, 12월에 이은 네 번째 동결이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상반기까지는 지금의 금리를 유지하겠지만, 올해 최대 6~7차례까지 금리를 지속적으로 내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연준은 지난해 12월 FOMC 정례회의 직후 발표한 전망에서 올해 말 기준금리가 현재보다 0.65~0.90%포인트 낮은 4.6%(중간값)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이를 두고 세 차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통안증권뿐 아니라 채권 보유량 자체를 전반적으로 확대하는 분위기다. 은행들이 보유한 국채 자산 역시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189조6197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11.3% 늘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결국 관건은 실제로 금리 인하가 언제, 어느 정도 폭으로 이뤄질지가 될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 입장에서는 금리가 내려가면 그 동안 쌓아둔 채권 가격이 오르면서 자산 가치 확대에 따른 평가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며 “다만 금리 인하 시기가 미뤄지면 수익률이 다소 떨어지는 안전 자산의 단점이 부각될 수도 있는 만큼 타이밍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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