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대구 동구의 한 아파트 단지 입주민들이 건설사의 할인분양에 반발해 시공사인 호반산업의 그룹사 호반건설 서울 본사에서 트럭시위를 벌였다.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 주택이 쌓이자 건설사들이 할인분양 카드를 꺼내 들고 있는 가운데, 기존 분양자들이 당장 차액 손실은 물론 추가 집값 하락까지 우려된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2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대구 동구 율암동에 있는 ‘대구안심호반써밋 이스텔라’ 입주자대표회의 할인분양대응입주민모임은 이날 서울 서초구 우면동에 있는 호반건설 본사 앞에서 할인분양 입주 저지와 선분양자 소급적용을 주장하는 트럭 시위를 벌였다.
지난해 초 입주를 시작한 대구안심호반써밋 이스텔라는 지상 최고 16층, 4개 동, 전용면적 84~118㎡ 총 315가구로 구성된 신축 단지다. 입주 후 미분양이 계속되자 시공사인 호반산업은 분양가의 85%를 5년 뒤에 납부하는 잔금유예 5년 혹은 선납 할인 7000만~9300만원에 할인분양을 실시했다. 시공사에 따르면 이 같은 할인 혜택을 받아 계약한 가구는 20가구 정도다.
호반그룹 계열사인 호반산업은 토목공사에 특화된 계열사이지만 전국에 주택 사업장도 여러 군데 갖고 있다. 송종민 전 호반건설 대표이사가 현 호반산업 대표이사 부회장을 맡고 있고,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 차남인 김민성씨가 대주주이자 호반산업 기획담당 전무로 재직 중이다.
기존 입주자들은 이번 할인 분양이 사전 협의나 보상 없이 진행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입주자대표회의 안심호반할인분양대응입주민모임 관계자는 “호반산업은 사전협의 없이 과도한 할인분양을 진행해 기존 입주세대 및 계약자의 심각한 재산상 불이익을 초래하고 있다”면서 “이는 호반산업의 기업 이미지와 신뢰도를 바탕을 분양에 참여하고 고금리, 부동산가 폭락으로 인한 손해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 입주를 완료한 기존 입주민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에 기존 입주민들은 단지 내와 개별 가구 발코니에 항의 현수막을 게재하면서 항의를 해 왔다. 더불어 할인분양 가구의 공용부 관리비 및 시설 이용료에 대해 영구적으로 20% 가산율을 적용해 부과하는 등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호반산업 관계자는 “할인분양 절차를 적법하게 진행했고, 소급 적용이 미리 약속된 사항이 아니며 기존 입주자들에게 이미 소유권 이전이 완료됐기 때문에 소급 적용을 할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정재호 ‘대구안심호반써밋 이스텔라’ 입주자대표회의 할인분양대응입주민모임 공동대표는 “앞으로도 항의를 지속할 것이며, 입주민 단체 상경시위 등도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할인분양은 건설사 입장에선 최후의 카드다. 정상적 방법으로 팔리지 않을 것이란 점을 스스로 자인한 셈이다. 문제는 분양받은 집주인들인데, 똑같은 집이 수 천만원 낮게 거래되고, 할인분양 자체가 이미 집값이 떨어졌다는 것을 방증하는 만큼 자산가치 하락도 받아들여야 한다. 2014년 인천에서는 이 같은 갈등으로 할인분양 반대 시위 과정에서 1명이 분신자살하는 사고도 있었다.
다만 법적으로 제재할 방법은 마땅찮다. 2010년 울산의 한 아파트 입주민들은 할인분양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건설사 계약자유 영역”이라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기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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