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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며 의료 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은 정부가 필수의료를 살리겠다고 내놓은 ‘필수의료 패키지’에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어깃장을 놓고 있다. 필수의료를 살리자는 대의명분에는 동의하지만 정부 정책이 부족하다는 주장인데 정책 집행까지 시차를 고려하면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지적이다. 특히 정부가 비급여 시장의 의료 체계 왜곡을 막기 내놓은 혼합 진료 금지와 미용 의료 분야에 대한 시술 자격 개선 추진 등이 향후 병원 개원 시 수익 하락을 우려한 전공의들의 연쇄 이탈에 불을 붙인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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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의료계에 따르면 인턴·레지던트 등 전공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전날 ‘정부는 잘못된 정책을 철회하고 비민주적인 탄압을 중단하십시오’라는 제목의 성명서에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의대 정원 계획 전면 백지화 등 7개 요구 사항을 담았다. 박단 비대위원장(전 전공의협의회장)을 비롯한 전국 70여 개 수련병원 대표 명의의 성명서였다.
이들의 주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성명서의 첫째 줄에 있다. 성명서는 정부 정책이 “국민 부담을 늘리는 지불제도 개편, 비급여 항목 혼합 진료 금지, 진료 면허 및 개원 면허 도입, 인턴 수련 기간 연장, 미용 시장 개방 등 최선의 진료를 제한하는 정책들로 가득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혼합 진료’는 건강보험 급여 항목에 비급여 항목을 끼워서 진료하는 것을 말한다. 물리치료를 하면서 비급여인 도수 치료를 함께 받도록 하거나 백내장 수술을 할 때 비급여인 비싼 다초점 렌즈 수술을 하도록 하는 식이다.
정부는 혼합 진료가 건강보험 재정을 갉아먹고 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가중시킨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환자의 비급여 본인 부담액은 2013년 17조 7129억 원에서 계속 증가해 2021년 30조 원을 돌파했고 이듬해 32조 3213억 원까지 불어난 상태다.
하지만 전공의를 비롯한 의료계에서는 오히려 의대 정원 확대가 과잉 진료를 유발해 건보 재정 고갈을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손보험료와 건보료 모두 환자가 지불하는 비용이지만 비급여 증가를 통한 본인 부담액 상승은 거론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밖에도 전공의들이 성명서를 통해 요구한 △전문의 인력 채용 △의료사고 법적 부담 완화 △전공의 수련 환경의 개선 등도 모두 필수의료 패키지에 반영돼 있는 내용이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 내 대통령 산하 ‘의료개혁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구체적인 의사 결정이나 협의, 추가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한 과제에 대한 액션 플랜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아무리 일사천리로 필수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환경 마련에 나선다고 해도 관련 법안 발의와 국회 통과 과정, 예산 집행 등의 절차를 생각하면 정책 발표와 실제 집행 간 시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정부가 이번 대책을 발표하며 2028년까지 10조 원 이상의 건보 재정을 투자해 필수의료 수가를 집중 인상하겠다고 밝혔지만 전공의들은 필수의료 패키지에 재정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빠져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한 라디오 방송에서 “수가를 어떤 식으로 바꿀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이번 대책에 아무 것도 없다”며 “어떤 정책을 하든지 돈 문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재정에 대한 내용이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정례브리핑에서 “전공의들의 요구 사항을 저희가 잘 알고 있다”며 “정책이 나가야 할 방향과 현실을 조율해 가면서 현장에서 수용한 범위로 제도 개선을 해나가겠다. 정부가 원칙을 선언하면 그 방향으로 가는 것”이라고 전공의들의 요구 사항을 수용해가며 추가적인 제도를 마련할 것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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