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주처와 시공사가 맺은 ‘착공 후 물가변동 배제’ 특약이 최근 공사비 갈등의 불씨로 작용하고 있다. 해당 특약은 건설 공사 계약에서 관행적으로 적용돼왔다. 그러나 2021년 이후 인건비와 자잿값이 급상승하면서 추가 공사비를 요구하는 건설사와 이를 거절하는 발주처 간 법적 다툼의 원인이 되고 있다.
22일 건설 업계에 따르면 시공사로부터 추가 공사비 지급을 요청받은 발주처들은 계약 당시 특약 사항이었던 ‘착공 후 물가변동 배제’를 내세워 지급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전달하고 있다. 해당 특약은 시공사가 착공 후 물가변동에 따라 발생하는 공사비를 추가로 요구할 수 없다는 게 골자다. 2020년 코람코자산신탁과 경기 안양시의 한 물류센터 재건축 도급 계약을 맺은 DL건설이 지난해 11월 준공을 마무리한 뒤 400억 원의 추가 공사비를 달라며 소송을 제기한 게 대표적이다. 쌍용건설과 KT도 판교 신사옥을 짓는 동안 발생한 171억 원의 추가 공사비 지급을 두고 갈등을 벌이고 있다. 착공을 앞둔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시공사인 현대건설도 최근 조합 측에 공사비를 3.3㎡당 548만 원에서 829만 원으로 약 57% 인상해달라고 요청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착공 후 물가변동 배제 특약이 적용됐더라도 설계변경 등에 따라 건설사가 추가로 공사비를 요구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 갈등이 확산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건설사가 계약 위반이라는 논란을 감수하고도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는 까닭은 대폭 상승한 공사비 때문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에 따르면 주거용 건축물 건설공사비 지수는 2015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평균 전년 대비 약 3%대 상승률을 유지하다 2021년 10% 이상 상승했다. 2022년과 지난해에도 각각 약 6%, 3% 뛰었다.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2021년 이전 도급 계약을 맺은 모든 시공사들의 공사비 수정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공사비가 현실화되지 않을 경우 공사를 정상적으로 이어나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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