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하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을 ‘담합’으로 볼 수 있는지에 의견이 분분하다. 불법행위를 한 주체가 개업의인지 전공의인지에 따라 법리 적용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22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번 사태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와 관계부처인 경찰청, 법무부와 함께 협조체계를 구축하고 대응 현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있다. 특히 의사단체의 대규모 사직과 관련해 어떤 조항을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 중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의사들의 움직임을 사업자들의 담합 행위로 보고 공정거래법(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반면 공정위는 담합 적용은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이처럼 해석이 갈리는 것은 행위의 주체 때문이다.
집단으로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난 의사들은 주로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소속 의사들로 사업자보다는 병원에 고용된 근로자로 봐야 한다. 행위 주체가 사업자가 아니기 때문에 담합을 적용할 수 없는 이유다.
담합이란 공정거래법 40조(부당한 공동행위의 금지)에서 규정하고 있다. ‘사업자’가 계약‧협정‧결 등의 방법으로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제지하고 있다.
굳이 조항을 적용하자면 이번 사태에서는 담합보다는 51조(사업자단체의 금지행위)가 먼저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이 조항은 ‘사업자단체가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의사라는 개별 구성 사업자가 아닌 대전협이라는 사업자 단체와 일부 구성원을 조치하는 식이다.
행위의 주체가 사업자인지, 사업자단체인지에 따라 담합 또는 사업자단체 금지행위로 법 적용이 달라지는 셈이다.
이러한 까닭에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당초 전공의들의 집단 진료중단 행위를 공정거래법상 담합으로 보고 공정위에 고발을 추진했으나 현재 다시 검토 중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은 사업자들로 구성된 ‘사업자 단체’의 성격을 띤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과거 의사들의 집단행동 사례에서 ‘부당한 공동행위의 금지’ 조항을 적용할 수 있었다.
2000년 의약분업과 2014년 원격진료 반대 사태 당시 의협 소속 의사들이 집단휴업에 들어가자 공정위가 직접 시정 조치에 나선 바 있다.
당시 사건은 재판으로 이어졌고 2000년 사건은 의사협회장 등에 유죄 선고가 내려졌다. 2014년 사건은 무죄로 확정됐는데, 의협이 휴업 실행을 의사들의 자율적 판단에 맡겼다는 점이 고려됐다.
다만, 향후 사업자 단체의 성격을 가진 의협이 이번 사태에 주도적으로 가담하게 되면 공정위가 이를 사업자단체 금지행위로 보고 처벌할 가능성이 있다.
경실련 관계자는 “사업자 단체로 분류되는 의협이 집단사직 등을 결의하면 그때는 공정위에 사업자단체의 금지행위 위반으로 고발할 방침”이라며 “의협 뿐 아니라 대전협 역시 꼭 공정거래법 위반이 아니더라도 형사상 업무방해 행위 등이 있으면 경찰 또는 검찰 고발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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