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침체로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에 자금을 끌어모았던 금융권에 ‘빨간불’이 켜졌다. 국내 금융사들이 투자한 해외 부동산에서 2조4600억 원에 달하는 잠재적 손실 위험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국내 금융사들의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잔액은 56조4000억 원으로 금융권 총자산(6800조9000억 원)의 0.8% 수준이다. 금융사들이 투자한 단일 사업장(부동산)의 35조8000억 원 중 기한이익상실(EOD) 발생 규모는 이달 기준 2조4600억 원으로 집계됐다.
김병칠 전략감독부문 부원장보는 “EOD 발생규모는 2월 현재 2조4600억 원으로 늘어났다”며 “국내 금융사의 해외부동산 대체투자 총액 56조4000억 원 중 평가손실률은 5.9%를 기록 중인 것으로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EOD는 채무자의 신용위험이 커졌다고 판단한 채권자(금융기관)가 만기 전에 대출금 회수에 나서는 것을 의미한다. 채권자에게 이자나 원금을 지급하지 못하거나, 부동산 가치 하락으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조건이 미달될 경우 채무자에게 즉시 상환의무가 발생한다.
전체 해외부동산 대체투자 잔액 중 22.5%인 12조7000억 원이 올해 만기를 앞두고 있다. 2030년까지 43조7000억 원(77.5%)이 만기가 도래한다.
업권별 대체투자 잔액은 보험이 31조9000억 원으로 전체의 56.6%를 차지했고 △은행 10조1000억 원(17.9%) △증권 8조4000억 원(14.9%) △상호금융 3조7000억 원(6.6%) △여전 2조2000억 원(0.5%) △저축은행 1000억 원(0.2%) 순이다.
지역별로는 북미가 34조5000억 원으로 61.1%를 차지했다. 유럽은 10조8000억 원(19.2%), 아시아 4조4000억 원(7.9%), 기타 및 복수 지역 6조6000억 원(11.8%) 순이다.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의 가격지수는 지난해 9월 기준 123.8로, 고점이었던 2022년 4월(159.8)보다 22.5% 하락했다. 유럽의 경우 같은 기간 가격지수는 101.2로 고점이었던 2022년 5월(129.7)보다 22.0% 하락했다. 해당 지수는 2007년 8월(미국)과 9월(유럽) 가격을 기준점(100)으로 두고 전 후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얼마나 변동했는지 알려주는 지표다.
부동산 개발, 임대사업 목적으로 개별 부동산에 투자한 단일자산 투자의 경우 35조8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블라인드 펀드, 재간접펀드에 투자한 복수자산 투자는 20조5000억 원에 달했다.
김 부원장보는 “복합자산 투자보다 개별자산 투자에서 발생한 손실이 일반적으로 2.5배 정도 높게 나타난다”며 “특히 복합자산 투자는 투자대상이 분산돼 손실률이 낮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했다.
금감원은 국내 금융사가 해외 부동산에 투자한 규모가 총자산 대비 1% 미만이기 때문에 투자 손실이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김 부원장보는 “주가연계증권(ELS)와 달리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는 추가 대출을 일으키거나 후순위 대출자를 모집해서 만기 연장으로 이어질 경우 3~5년 정도 연장해 끌고 가는 경우가 많다”며 “이를 통해 부동산 가치가 회복될 시간을 확보할 수 있어 손실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김 부원장보는 개별금융사 리스크 우려와 관련해 “해외 상업용 부동산이 상당폭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가정을 하고 스트레스 테스트를 해본 결과 위험성이 발생되는 금융회사는 나타나지 않았다”며 “대체투자 손실이 충분히 감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부동산펀드 불완전판매 의혹에 대해서는 “부동산펀드 손실 관련 민원이 접수된 상태”라며 “이러한 손실 발생 가능성이나 만기가 임박한 펀드 향후 처리방향에 대해 충분한 공시가 있었는지는 해당 건에 대한 조사를 통해 확인해 나갈 예정”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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