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이 3년 만에 연말 배당을 공식화했다. 자본 건전성을 가늠할 수 있는 신지급여력비율(K-ICS·킥스)이 안정적으로 유지된 데다, 보험사가 배당가능이익을 확보토록 허용하는 상법시행령이 지난해 개정되면서 배당 여력이 충분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구체적인 중장기 배당성향(배당금 비율)과 자사주 소각 계획과 관련해선 아직 물음표가 붙는다. 기존 배당정책 기준이 됐던 별도 당기순이익이 전년대비 22%나 깎인 가운데 경쟁사 대비 높은 해약환급금 준비금이 고배당 기대감을 낮추고 있다. 해약환급금 준비금은 대손준비금처럼 배당 가능 이익에서 제외돼 추가 적립할수록 배당 여력이 낮아지게 된다.
22일 한화생명은 2023년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 자리에서 김동희 한화생명 재정팀장은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따른 뚜렷한 이익개선과 상법시행령 개정으로 배당가능 이익재원이 확보됨에 따라 주주배당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화생명은 지난 2021년부터 IFRS17 시행 대비 등을 이유로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다.
배당과 관련된 세부 계획은 오는 23일 정기 이사회에서 결정키로 하며 구체적인 계획은 함구했다. 윤종국 한화생명 기획조정실장은 “회사는 상장 이후 약 20%의 평균 배당성향을 유지해 왔으나 중장기 가이던스(예상 전망치)를 제시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업계 선두사인 삼성생명이 컨퍼런스콜에서 중기 목표 배당성향을 35~45%로 밝힌 것과 대조된다. 마지막 배당이 진행된 2020년 당시 한화생명의 배당 성향은 9%대 수준이었다.
배당과 함께 대표 주주환원책으로 꼽히는 자사주 소각에 대해서도 말을 아꼈다. 임석현 한화생명 전략기획부문장은 “(자사주 소각은) 구체적인 검토는 없지만, 정부의 저평가주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시 종합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자사주 소각은 회사가 발행주식 수를 줄여 주당 가치를 높이는 방법이며, 밸류업 프로그램은 정부가 저(低)주가순자산비율(PBR) 상장 기업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추진하는 정책이다.
IFRS17으로 환산한 지난해 별도기준 당기순이익이 6163억원으로 전년 7943억원 대비 22.4%나 하락한 게 고배당 기대감을 끌어내리고 있다. 지금까지 한화생명은 별도기준 당기순이익을 활용해 배당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여기에 해약환급금 준비금이 경쟁사 대비 높은 수준인 2조8396억원(지난해 3분기 기준)을 기록한 것도 배당 가능 재원에 대한 의구심을 높인다.
이에 한화생명은 향후 100% 자회사에 해당하는 법인보험대리점(GA) 한화생명금융서비스, 한화자산운용, 한화금융에셋 및 해외법인 등 종속기업 실적을 포함해 배당성향을 책정할 방침이다. GA 업계 1위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의 지난해 순이익이 689억원으로 흑자전환한 가운데 한화생명의 작년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약 8260억원을 기록했다. 별도기준보다 2090억원가량 많다.
자본 건전성을 가늠하게 하는 킥스비율은 지난해 183%로 안정적이었다는 설명이다. 한화생명은 올해 킥스비율 목표치를 190%로 잡았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IFRS17 도입과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도 불구하고 보장성 판매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성공적으로 구축해 견고한 체력을 유지했다”며 “신상품 개발과 GA 영향력 확대에 대응한 영업력 강화 등 장기적 회사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을 견지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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