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SGI, 한국의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 허브 구축 가능성 연구
한국이 글로벌 배터리 공급기지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상공회의소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는 23일 ‘한국의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 허브 구축 가능성 연구’ 보고서에서 “미국, EU 등 해외 주요국은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에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한국이 중국을 대신하여 공급망 허브를 구축할 수 있는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은 광물 채굴·제련 및 배터리 셀 생산 등 주요 단계에서 중국이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은 전세계 배터리 셀 생산의 약 75%를 담당하고, 양극재와 음극재 등 셀 구성요소도 전세계 생산의 70% 이상을 차지하며, 주요 광물의 제련도 60%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한국도 배터리 핵심광물 5대 품목인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흑연 등에 대한 대중국 수입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보고서는 현재 중국 중심으로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이 형성돼 있지만, 향후 한국이 중국을 대신해 공급망 허브가 될 잠재력을 가졌다고 분석했다.
한국이 셀 구성요소인 양극재 공급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은 배터리 허브 구축에 긍정적인 요소다. 2022년 양극재 세계 시장 점유율을 보면 한국의 에코프로가 7%로 세계 1위를 기록하고, LG화학이 5%, L&F가 4%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한국은 니켈, 코발트, 망간, 알류미늄 등에 리튬을 더해 만들 삼원계 양극재의 최대 수출국으로 전 세계 수출의 76.8%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 배터리 셀 부문에서도 글로벌 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배터리 셀 생산의 시장점유율을 보면 중국 기업이 전체의 62.6%를 차지하며 위상이 가장 높지만, 한국 기업의 시장점유율도 23.8%로 두 번째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LG 에너지솔루션, SK ON, 삼성 SDI 등 국내기업이 세계 10대 기업에 포함도 있다.
아울러 중국이 상당 부분 공급하는 핵심광물 자원의 경우에도 실제 매장량은 중국 이외의 국가에 분산되어 있어 중국 리스크가 크지 않은 편이다. 예를 들어, 주요 광물 매장 비중을 보면 코발트는 콩고가, 니켈은 인도네시아가, 리튬은 호주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다만, SGI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배터리 공급망 내 위상은 한국이 수출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비해 상당히 낮은 편이다. SGI는 네트워크 분석을 통해 공급망 내에서의 중계 역할을 측정하는 지표인 ‘매개중심성’을 계산해 국가별 공급망 위상을 비교·분석하였다.
네트워크 분석 결과, 배터리 중 가장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리튬이온전지의 경우 미국,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등이 매개중심성이 높아 공급망에서의 위상이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중국과 한국의 경우 수출액이 전세계 1위와 3위를 각각 기록했으나 매개중심성은 수출 순위보다 낮은 7위와 21위를 기록하며 공급망 내에서의 위상은 수출액에 비해 낮은 상황이다.
한국이 가장 많이 수출하는 삼원계 양극재의 경우 한국의 매개중심성은 전세계 7번째로 공급망 내 위상은 수출액에 비해 낮은 상황이다. 한편, 중국의 경우 삼원계 양극재 수출액은 전세계 2위이지만 매개중심성은 전세계에서 가장 높았으며, 인산철 양극재에 대한 수출액과 매개중심성은 모두 전세계 1위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SGI 김경훈 연구위원은 “한국은 수출이 소수 국가에 집중됨에 따라 다양한 국가들과 수출입 거래를 하는 중국, 미국, 독일, 프랑스 등에 비해 공급망에서의 위상이 낮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SGI는 한국의 배터리 공급망 내 위상을 높이고 배터리 무역의 대중국 무역수지를 개선하기 위해 핵심광물 5대 품목 공급망 구축을 위한 국가적 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우선 국내생산 강화를 위한 지원이 확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 배터리 기업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24%에 달하지만, 높은 해외생산으로 한국의 생산 점유율은 1%대에 불과하다. 배터리 수요를 담당하는 전기차의 국내생산이 이뤄져야 배터리의 국내생산 확대가 가능한 구조지만, 우리나라의 세계 배터리 생산 점유율 1%는 국내 전기차 생산의 세계 생산 비중(3.9%)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소재·부품과 광물 중에서 가능한 부문은 국내에서 생산하고 중국 의존도가 높은 광물은 수입다변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흑연의 경우에는 국내에 인조흑연 생산이 가능해 이를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중국 의존도가 높은 인조흑연과 이를 활용한 음극재, 수산화리튬 등의 국내투자 및 생산이 늘어나는 중”이라며 “한국이 이들 품목의 공급기지가 되도록 적극적인 투자 지원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리튬, 니켈, 코발트 등은 중국 이외의 국가에서도 제련되고 있어 이들 국가로부터 수입을 다변화하고 수송비용 절감을 동시에 추진해 조달리스크를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에서는 이를 위한 구체적인 정책 방안으로 ▲투자세액공제 직접환급제 도입 ▲국내 마더팩토리 구축 ▲해외광물개발을 위한 민관협력체 설립 ▲기업기술 개발 촉진 등을 제시했다.
우선, 투자세액공제 직접환급제를 도입해 우리기업의 국내투자를 촉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기업이 투자금에 대한 세액공제액을 현금으로 받을 수 있는 제도로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통해 동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배터리 등 국가전략기술 관련 시설투자를 한 기업에게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영업이익이 발생해야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데, 배터리 산업은 초기 투자비용이 크고 일정기간이 경과해야 이익이 발생해서 세액공제 혜택을 받기가 어려워 기존의 세액공제 방식으로는 기업의 투자 확대를 촉진하기에 부족하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배터리 공급망은 각국의 자국 내 생산 요구 등으로 다양한 지역에 분산적으로 구축될 수밖에 없다며 이에 맞춰 우리 기업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구축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국내에는 배터리 셀 생산과 관련해서는 연구개발(R&D)과 제품 설계 등의 핵심기능을 담당하는 마더팩토리를 구축하고 해외에는 현지생산을 담당하는 생산시설을 운영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향후 리튬 기반의 이차전지 시장이 지속 성장할 전망이므로 광산 확보를 통해 리튬 공급망을 주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SGI 김경훈 연구위원은 “광산개발은 해외 네트워크, 대규모 자본 등을 통한 장기 계획이 필요해 개별기업 노력으론 한계가 있다”며 “해외광물자원 개발을 위한 민관협력체를 구축해야 한다”고 짚었다.
끝으로 SGI는 기술 발전 방향에 따라 공급망이 크게 변화될 것이라 전망하며 국내기업의 기술개발을 강조했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래 배터리로 전고체 배터리가 논의되고 있으며, 싼 가격과 안정성이 개선된 인산철 배터리의 채택이 늘고 있다”며 “이와 관련한 기술 발전 추이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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