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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로 친환경 비닐봉지를 만들고 감자로 자동차 외장재를 만든다. 자연 원자재에 더해 폐플라스틱 등 폐기물을 재가공해 가전제품으로 만들고, 청정에너지인 수소 생산에도 직접 나선다. LG가 우리 사회에 직면한 환경 위기에 기여하기 위해 ‘클린테크’를 미래 먹거리로 정하고 포트폴리오 정비에 나서고 있다. 이에 더해 암과 같은 완전한 치료제가 없는 ‘바이오’ 분야에도 뚝심 있는 투자에 나서고 있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LG는 환경 기술에 투자하는 클린테크를 전 계열사에서 실현하고 있다. 클린테크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3대 미래 먹거리 A·B·C(인공지능·바이오·클린테크)에서 한 축을 담당한다. 2026년까지 1조8000억원을 투자한다.
앞서 구광모 회장은 지난 2022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보고서에서 “국제 정세의 급격한 변화와 공급망 불안정, 인플레이션 등 불확실한 경영환경, 매년 심각해지는 가뭄·홍수·온난화와 같은 기후위기 등 미증유의 ‘초(超)불확실성의 시대’를 경험하고 있다”며 “LG는 전 세계가 당면한 기후 위기 문제에 책임 의식을 갖고 탄소중립과 신재생에너지 전환, 제품 폐기물 순환 체계 구축 등을 위한 클린 테크 육성·투자 등을 지속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 최초 ‘바이오 플라스틱’…생산부터 폐기까지 ‘친환경’
LG화학은 옥수수를 발효시켜 얻은 젖산으로 만든 플라스틱을 만드는 등 ‘바이오·생분해’ 제품을 개발 중이다. 전 세계적으로 일회용품 규제와 생분해 소재 수요가 늘어나면서다. 이를 위해 지난 2022년 글로벌 4대 메이저 곡물 가공 기업인 미국 ADM과 협약을 체결했다. 내년까지 7만5000t(톤) 규모의 생분해성 바이오 플라스틱(PLA) 합작공장을 짓고 원재료·제품을 통합 양산한다.
바이오 원료를 기반으로 한 플라스틱을 업계 최초로 상업화하기 위해 지난해 북미 친환경 연료전문업체 지보와도 손을 잡았다. 공동으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공장을 구축해 오는 2026년까지 상업화를 완료할 계획이다. 바이오 프로필렌이 개발되면 LG화학은 바닥재·기저귀, 자동차 내외장재 등을 만드는 고객사에 100% 바이오 기반의 제품을 공급할 수 있다. 바이오 프로필렌은 생산과정에서 기존 제품보다 90% 이상 탄소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만들어진 플라스틱까지 재활용한다. LG화학은 석유화학 기반 포트폴리오를 PCR 기반 플라스틱으로 탈바꿈하는 신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PCR은 버려진 플라스틱 폐기물을 재가공해 플라스틱 초기 원료로 변환하는 기술이다. 2년 전 LG유플러스와 손잡고 PCR ABS 소재로 만든 리모컨도 내놨다. 이 외에도 복합기나 공기청정기, 전자제품에도 확대 적용하고 있다.
LG화학은 화학 공정에서 발생하는 메탄을 수소로 대체해 탄소 배출량을 줄이겠다는 목표도 내놨다. 오는 2025년까지 수소 사용 비중을 최대 70%로 확대할 계획이다. 충남 대산에 오는 2분기까지 매년 수소 5만t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의 수소 공장을 짓는다. 이 공장은 메탄가스를 고온의 수증기에 반응시켜 수소로 전환하는 기술이 적용된다.
전기차 관련 분야에도 집중한다. 차체와 바퀴 빼고 다 만드는 LG전자는 지난 2018년 전기차 충전 솔루션 개발을 시작으로 이 사업에 처음 발을 들였다. 2020년에는 GS칼텍스 주유소에 전기차 충전 통합 관리 솔루션을 공급하고, 2022년 전기차 충전 전문 업체 ‘애플망고’의 지분 60%를 인수하며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조직개편으로도 BS(비즈니스솔루션)사업본부 산하에 ‘EV충전사업담당’을 신설하는 등 사업을 지속 키워가는 중이다.
LG유플러스도 지난해 초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과 비용 과금 체계 설계를 책임질 ‘EV충전사업단’을 신설했으며, 신규 조직을 통해 전기 충전 예약용 앱 개발, 전기차 충전소 지리 정보 제공 서비스 등 전기차 충전 관련 플랫폼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바이오 개발에만 전체 매출 30% 투입…”공격적 투자”
“바이오 산업에서 대규모 투자를 해야한다. 바이오·생분해성 플라스틱 등 정밀화학 투자 비중을 기업 내 비즈니스 모델 상에서 주력 상품으로 두고, 전체 투자 대비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
바이오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바이오 시장의 경쟁력이 기업들의 공격적인 투자에 있다고 보고 있다. 전체 매출 대비 20%만 넘어도 된다는 주장이다.
LG의 바이오 사업을 이끄는 LG화학 생명과학본부는 지난해 매출 대비 R&D 비용 지출에만 31.7%(3750억원)를 썼다. 신약 개발을 위해 해마다 R&D 투자를 늘려오고 있으며, 투자비용을 매년 전체 매출 비중의 30% 이상 유지해 기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글로벌 바이오 시장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해외 업체들과의 협력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바이오 업계는 기술 개발 경쟁력이 어느정도 올라온 상태지만, 시장 경쟁력이 높지 않다”며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2% 내외”라고 설명했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 본토 업체들과의 협업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LG화학은 올해 미국 리듬파마슈티컬스와 총 4000억원 규모의 희귀비만증 신약 기술 수출에도 성공했다. 지난해에는 미국 FDA 승인 신장암 치료제를 보유한 아베오 파마슈티컬스와 인수합병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미래 혁신 신약 개발의 실행력을 높여왔다. 국내기업이 FDA 승인 신약을 보유한 회사를 인수한 첫 사례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수출 등 기술적으로 빅딜(대형 계약)을 성사시키는 것은 세계 시장과 견주어 봐도 뒤지지 않는다”며 “우리 기업들이 내수 공급을 통해서 국가 안보에 기여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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