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휘만 펄어비스 디렉터, 국립국악원서 ‘아침의 나라’ 작업 과정 강연
“국악, 현 시대에 살아숨쉬는 ‘미래의 음악’ 돼야”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국악과 서양 음악을 게임 음악에 효과적으로 접목해 녹여낼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국내 게임사 펄어비스[263750]에서 게임 음향 작업을 총괄하는 류휘만 오디오실 디렉터는 21일 국립국악원에서 열린 ‘국악 전공생을 위한 직업 아카데미’ 강연에서 ‘검은사막’ 속 창작 국악 작업 과정을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펄어비스는 지난해 ‘검은사막’에 신규 콘텐츠 ‘아침의 나라’를 선보였다.
‘아침의 나라’는 조선시대를 모티브로 한국의 전통 건축, 한복, 민속놀이 등 전통문화와 각종 전설, 설화, 민담 등이 어우러진 신규 지역이다.
‘아침의 나라’는 출시 후 국내는 물론 북미·유럽 등 서양권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으면서 검은사막의 흥행을 견인했다.
류 디렉터는 자신을 포함한 제작진 대다수가 서양 음악을 전공했고, 국악에 대한 경험이 부족했다며 “인터넷과 국립국악원 자료를 참고해 민속악부터 창작 국악까지 가리지 않고 공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물놀이에 쓰이는 여러 타악기를 한 음씩 연주하면서 컴퓨터에서 작업할 수 있는 가상 악기로 샘플링하는 일부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류 디렉터는 자신이 작업한 ‘아침의 나라’ 사운드트랙을 하나하나 국악 전공생들에게 들려주며 각각의 제작 과정과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사물놀이 장단을 바탕으로 대금, 가야금, 거문고 같은 전통 악기와 판소리의 요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이 특징이었다.
류 디렉터는 “서양 음악 전공자로서 본 국악의 특징은 ‘곡선이 화려한 음악’이었다. 분할된 음이 연결된 것이 아니라, 곡선이 한 선으로 장단을 타고 변화하며 이어지는 멜로디”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 악기의 농현(弄絃)이 숨 쉴 수 있는 여유로운 리듬과 멜로디, 서양식 화성에 국악의 리듬을 결합하는 시도, 펑크·블루스·소울 같은 장르와의 협주가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펄어비스가 개발 중인 ‘아침의 나라’ 파트 2 업데이트 ‘서울’의 내용도 언급했다.
류 디렉터는 “파트 1을 만들며 성장한 펄어비스만의 국악을 바탕으로 자유로운 시도를 하며 곡을 써 보려고 한다”며 “왕, 양반 등이 나오는 한양이 배경인 만큼 정악(正樂)을 모티브로 한 곡을 써 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류 디렉터는 ‘EZ2DJ’, ‘DJMAX’ 등 2000년대 초를 풍미한 리듬게임 시리즈에서 ‘CROOVE’라는 닉네임으로 여러 인기곡을 작업한 베테랑 게임 작곡가다.
류 디렉터는 NHN게임스가 2009년 출시한 ‘C9’ 작업에 참가하며 당시 게임 프로듀서를 맡고 있던 펄어비스 창립자 김대일 의장과 인연을 맺었고, 이후 펄어비스에 합류해 대표작 ‘검은사막’ 사운드트랙을 작업해왔다.
류 디렉터는 “국악은 현 시대에도 예술적, 대중적으로 살아 숨쉬는 ‘미래의 음악’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강연을 듣는 국악 전공생들을 격려했다.
juju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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