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투자전문회사 카이유인베스트먼트(KAI YU)가 웅진식품 지분 추가 매입에 나섰다.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로부터 경영권 지분을 인수해 새 주인에 올라선 지 5년여 만으로, 소액주주 지분을 추가 매수해 약 90%로까지 지분을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가격은 높지 않지만, 그래도 소액주주들에겐 탈출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상장사가 아니다 보니 소액주주들은 그동안 팔 기회가 없었다. 지난 인수·합병(M&A) 과정에서도 소외됐다.
물론 카이유인베스트먼트가 소액주주들을 위하고자 공개매수에 나선 것은 아니다. 수익 극대화를 위한 최대주주의 지분 저가 매입일 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카이유인베스트먼트의 공개매수 가격은 2019년 인수 당시 주가의 절반에 그친다.
◇ 웅진식품 대주주, 전체 지분 중 10% 장외매수 추진
2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카이유인베스트먼트는 최근 소액주주들이 소유한 웅진식품 주식 656만9938주에 대한 장외매수를 결정했다. 비상장 기업인 웅진식품 발행주식 총수의 10%이자, 소액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1283만2351주)의 51%가 넘는 물량이다.
매수가격은 주당 2300원으로 책정됐다. 장외매수 주관을 맡은 신한투자증권이 ##동서##, ##롯데칠성음료## 등을 비교 기업으로 상대 가치 평가를 진행, 1주당 가치를 2200원으로 산정한 후 여기에 약 4% 높은 가격을 제시했다. 오는 23일까지 청약, 27일 매수 예정이다.
카이유인베스트먼트는 대만 최대 식품·유통기업 퉁이(유니프레지던트)그룹의 투자전문회사다. 지난 2019년 3월 국내 PEF 운용사 한앤컴퍼니로부터 웅진식품 지분 74.5% 전량을 인수하며 새 주인에 올랐다. 당시 4910만2523주를 주당 약 5295원, 총 2600억원에 인수했다.
웅진식품은 웅진그룹이 1987년 동일산업을 인수해 상호를 바꾸면서 탄생했다. ‘아침햇살’, ‘초록매실’ 등 히트상품을 잇달아 내놨지만, 웅진그룹이 극동건설 부도로 유동성 위기를 맞으면서 매각됐다. 이후 한앤컴퍼니, 카이유인베스트먼트로 두 번의 손 바뀜을 거쳤다.
웅진식품 측은 “카이유인베스트먼트가 소액주주 지분에 대한 장외매수를 추진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현재 카이난인베스트먼트(KAI NAN) 등 특수관계인 포함 지분이 79.32%로, 지분 추가 매입을 통해 지배력을 강화해 사업 경쟁력을 제고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 잇단 M&A에도 외면받았던 소액주주… 주식 처분 기회?
시장에선 그동안의 M&A 과정에서 소외됐던 소액주주들이 주식을 처분할 기회를 얻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웅진식품은 과거 웅진그룹 계열사로 있을 당시 임직원과 대리점주 등에 주식을 부여, 비상장사임에도 작년 말 기준 전체 주식의 20%가 소액주주 소유다. 적지 않은 소액주주가 주식 보유기간이 10~20년일 것으로 추정된다.
그나마도 과거 한앤컴퍼니가 2013년 9월 인수 이후 진행한 400억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 청약에서 실권주가 발생하자 이를 최대 주주였던 한앤코에프앤비홀딩스로 임의 배정하면서 줄었다. 이전까지 소액주주가 보유한 지분은 37.8%에 달했다. 절반가량이 희석됐는데도 20%의 지분이 소액주주 몫인 것이다.
소액주주들은 그러나 탈출 기회가 없었다. 카이유인베스트먼트는 웅진식품을 인수할 당시 주당 5295원에 최대 주주 지분만 인수했다. 상장이 아니면 매각 기회도 잡을 수 없는 소액주주 지분의 처분 기회가 약 5년 만에 생긴 셈이다.
다만 업계에선 카이유인베스트먼트의 이번 장외매수가 향후 지분 매각 시 투자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사전 작업일 뿐이라고 보고 있다. 인수 이전 2230억원 수준이었던 매출이 3000억원을 눈앞에 둘 정도로 외형이 커졌지만, 매수가격은 인수 당시 주당 매입 가격의 절반 이하여서다.
카이유인베스트먼트가 장외매수로 주당 2300원에 656만9938주 매수에 성공하면, 지분은 90% 이상으로 늘고 5년 전 경영권 지분 인수 당시 5295원이었던 주당 매입 단가는 4942원으로 내려간다. 인수 당시 주당 가격에 매각해도 현재 지분 기준 300억원의 차익을 거둘 수 있다.
◇ “의무공개매수제도 재도입 추진 영향도” 관측
최근 정부의 의무공개매수제도 재도입 추진도 카이유인베스트먼트의 지분 추가 인수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의무공개매수제도는 소액주주도 지배주주와 같은 가격으로 인수인에게 지분을 팔 수 있게 보장하는 제도로, 카이유인베스트먼트가 싼값에 미리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평가다.
시장의 관심은 소액주주의 장외매수 참여 여부로 쏠리고 있다. 의무공개매수 대상 물량을 100%로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현재는 공개매수 물량이 ‘50%+1주’로 굳어진 분위기다. 이 경우 소액주주들간 경쟁으로 주식을 원하는 만큼 처분하지 못할 수 있다.
소액주주들의 장외매수 참여 관심은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신한투자증권 측은 “소액주주들의 장외매수 청약 신청이 많다”면서 “웅진식품의 실적이 개선됐지만, 장외시장에서 웅진식품 주가가 여전히 2000원 이하에 머물고 있었던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웅진식품은 카이유인베스트먼트가 새 주인에 올라선 이후 외형이 커지고 있다. 해외 진출과 신제품 출시 등으로 2018년 2230억원이었던 연결 매출은 2022년 2958억원으로 4년 만에 33% 가까이 늘었다. 작년 매출은 3000억원을 넘어섰을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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