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에 따른 건설업계 위기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 당시보다 심각해질 수 있다는 연구기관의 진단이 나왔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은 20일 ‘부동산 PF 위기, 진단과 전망, 그리고 제언’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히면서 위기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각적인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공식적으로 알려진 부동산 PF 대출 규모는 작년 9월 말 기준 134조3000억원이다. 이는 금융위원회가 직접적인 감독 권한을 보유한 은행, 증권 등 6개 금융업권이 보유한 PF 직접 대출의 총잔액이다.
하지만 금융위원회 감독 권한에 포함되지 않은 업권에서 실행된 PF 대출잔액, 유동화 금액 등을 모두 포함할 경우 실제 부동산 PF 규모는 202조6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서는 추산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PF 규모 추정치(100조2000억원)의 두 배를 넘는 규모다.
보고서는 “2010년 초에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부동산 경기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미분양이 빠르게 증가하자 PF 연대보증을 제공했던 건설사들이 대거 부실화됐고, 이로 인해 저축은행들의 동반 부실사태가 빚어졌다”며 “현재의 PF 위기는 구조 측면에서는 당시와 유사하지만, 규모가 훨씬 크다는 점에서 위기가 더 심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보고서는 제2금융권과 중소건설사들에 부실 위험이 집중된 점도 위기를 증폭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꼽았다. 두 주체가 부실을 충분히 흡수하지 못해 일부에서 부도 사태가 일어나게 될 경우 금융시장 전반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보고서는 PF 위기와 관련해 근본적인 해결보다는 향후 부실 처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예상치 못한 사태의 발생 가능성에 대비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는 △건설사에 대한 유동성 지원장치 마련 △미분양 물량의 해소 △통합 위기대응 및 지원체계 구축·운영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연구를 담당한 김정주 건산연 연구위원은 “지금의 위기를 완화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부동산시장의 회복이지만, 단기적으로 이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부실 처리가 본격화되고 있다”면서 “이 과정에서 채권시장 등 자금시장에서 불안이 촉발되는 것을 얼마나 조기에 포착해 잘 대응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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