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보조금 확정에 ‘희비’…중국산 LFP배터리 탑재시 보조금 줄어
중국산 전기버스, 최대 4천300만원 보조금 줄어
“전세계 자국우선주의에 대응한 불가피한 결정”, “중소업체 가격경쟁력 타격”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환경부가 20일 올해 전기차 보조금 업무처리 지침을 확정하자 국내 자동차 업계는 중국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탑재 여부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이번 지침이 에너지 밀도와 재활용성이 낮은 LFP 배터리를 겨냥한 만큼 해당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 승용차를 출시한 업체들은 줄어든 보조금에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특히 가격이 저렴한 LFP 배터리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중소 전기상용차 제작·수입·판매업체들은 폐업까지 갈 수 있다며 망연자실한 모습이었다.
다만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번져가고 있는 자국 우선주의와 탈탄소 흐름에 대응한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목소리도 있었다.
◇ 국산차·대다수 수입차 “영향 크지 않아”…테슬라 등 타격
이날 환경부가 발표한 차종별 보조금 액수에 따르면 올해 전기 승용차가 받을 수 있는 최대 국비 보조금은 작년보다 30만원가량 감소했다.
다만 국비 보조금을 최대한 받을 수 있는 차종 대부분이 국내 완성차업체인 현대차와 기아 브랜드라는 점에서 ‘국내 기업에 유리한 전기차 보조금 지침’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현대차·기아는 주력 전기차 라인업인 아이오닉5·6와 EV6가 보조금을 100% 수령할 수 있는 상한인 5천500만원 이내로 가격이 설정됐고,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가 탑재돼 배터리에 따른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이에 따라 올해에도 아이오닉6 롱레인지 2WD 18·20인치 모델과 AWD 18인치 모델 구입 시 국비 보조금 최대치인 690만원을 받을 수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볼보, 렉서스 등 주류 수입차 업계도 비슷한 입장이다.
이들 브랜드의 주요 전기차 가격은 보조금 상한선인 8천500만원을 넘기는 경우가 많아 보조금이 판매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다.
보조금 50% 수령 대상인 차종들도 대부분 NCM 기반 삼원계 배터리를 사용해 LFP 배터리 탑재에 따른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다만 보조금 100% 수령 기준인 5천500만원에 맞춰 차량 가격을 인하했거나 LFP 배터리를 탑재한 일부 수입 차종은 큰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중국산 테슬라’로 불리는 모델Y 후륜구동 모델이 대표적이다. 이 모델의 가격은 최근 200만원 인하됐지만, 올해 보조금은 작년(514만원)보다 62% 감소한 195만원으로 책정됐다.
함께 5천500만원 이하로 가격이 하향 조정된 폭스바겐 ID.4와 폴스타2 구입 시에는 지난해보다 적긴 하지만 각각 492만원, 439만원의 보조금을 받는다. 수입 전기차 중 보조금 액수가 400만원을 넘긴 것은 이 두 차종이 유일하다.
KG모빌리티(KGM)의 토레스 EVX에 대해서도 작년 대비 30%가량 감소한 453만∼470만원의 보조금이 정해졌다.
BYD(비야디)의 LFP 배터리를 장착한 이 차종은 가성비가 가장 큰 장점이라 KGM은 고객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동시에 환경부에 구체적인 보조금 책정 요소를 문의할 예정이다.
◇ 전기버스 보조금 최대 4천300만원 줄어
이번 보조금 지침이 중국산 수입 증가로 국산과 수입산 판매량이 역전된 전기버스 시장을 겨냥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국토교통부 자동차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등록된 국산과 수입 전기버스는 각각 1천293대(45.8%), 1천528대(54.2%)로 집계됐다.
수입 전기버스 등록 대수가 국산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가 처음으로, 여기에는 LFP 배터리가 탑재된 중국산 전기버스 수입 증가가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번 지침이 적용될 경우 LFP 배터리가 탑재된 중국산 전기버스에 대한 보조금은 작년 대비 최대 4천300만원가량 줄어든다.
중국산 LFP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화물차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BYD를 포함한 중국산 화물차들은 작년 대비 최대 800만원까지 보조금이 줄어든 반면, 현대차 포터 포터II 일렉트릭, 기아 봉고EV는 국비 보조금 최대치(1천50만원)가 적용돼 ‘국산차 밀어주기’라는 말이 나온다.
이에 따라 비용 문제로 LFP 배터리를 탑재할 수밖에 없는 중소 전기차 제작·수입·판매업체들도 반발하고 있다. 보조금이 줄면서 최대 강점이 가격경쟁력이 타격을 받아 폐업까지 갈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중소 전기차 업체 관계자는 “이번 개편이 전기차, 특히 전기상용차 보급이나 인프라 구축을 더 늦출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환경·국산 전기차 고려한 결정” 목소리도
다만 배터리의 효율과 재활용성에 기반해 친환경적인 차가 더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환경부의 방침을 지지하는 목소리도 있다.
LFP 배터리는 사용 후 꺼낼 금속이 사실상 리튬뿐이라 경제성이 떨어지고, 재활용이 힘들어 환경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아울러 전기차 보조금 지급 등과 관련해 자국 우선주의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상황에서 국내 자동차산업 보호를 위해서는 ‘적절한 대응책’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일정 조건 아래 북미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고, 프랑스는 전기차 생산, 수송 등에서 발생한 탄소 배출량을 측정해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는 방식으로 전기차 수입을 규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은 환경개선과 배터리 기술개발, 소비자 편익 확충을 유도할 수 있어 긍정적 측면이 분명히 있다”고 밝혔다.
viv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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