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해 TV·인쇄·라디오 광고비를 대폭 삭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광고비 하락폭은 36.8%로 전체 광고비 하락폭보다 컸다. 지난해 반도체 산업 불황으로 광고 예산 자체가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광고시장 2위 기업인 LG전자 역시 광고비를 30% 가까이 줄였다.
미디어오늘은 닐슨코리아가 한국광고총연합회에 제공한 2023년 100대 광고주의 월별 방송·라디오·신문·잡지 광고비를 집계해 지난해 대기업들의 미디어 광고 현황을 분석했다. 지난해 100대 광고주 광고비는 3조6570억 원으로 전년도(3조8131억 원)와 비교해 4.09% 감소했다.
반도체 업황 부진에 삼성전자 지갑 닫았다
기업별로 보면 국내 최대 광고주인 삼성전자의 광고비가 대폭 삭감됐다. 삼성전자 광고비는 지난해 2080억 원으로 전년도(3294억 원) 대비 36.8% 줄었다. 2023년 삼성전자 TV광고비는 1086억 원으로, 2022년 2274억 원과 비교해 절반 이상 축소됐다. 신문광고비는 916억 원으로 2022년 대비 7억 원 줄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미디어오늘에 “지난해 실적이 좋지 않았다. 예산은 실적에 연동되기 때문에 (광고)집행 금액이 떨어지지 않았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광고비 지출 2위 기업인 LG전자 역시 지난해 광고비를 축소했다. LG전자 광고비는 2022년 1414억 원에서 지난해 1017억 원으로 28.07% 줄었다. LG전자의 지난해 신문광고비는 148억 원, TV광고비는 863억 원으로 2022년 대비 각각 1.3%, 31.2% 줄었다. 광고업계 관계자 A씨는 미디어오늘에 “삼성전자 광고비 축소는 반도체 산업이 위축된 영향”이라며 “LG전자 역시 TV광고를 상당 부분 줄였다. 해외 광고시장에선 이들 기업이 광고비를 줄이기 힘들지만, 국내에선 브랜딩이 확고하기 때문에 예산이 부족하면 광고를 줄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현대자동차는 2022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광고비 지출 3위를 기록했다. 현대차 광고비는 990억 원으로 2022년(893억 원)보다 10.8% 올랐다. 신문광고비는 206억 원에서 202억 원으로 소폭 줄었지만 TV광고비가 744억 원으로 16.4% 증가했다. 기아의 지난해 광고비는 660억 원으로 2022년과 비교해 29.6% 상승했다. 이는 현대자동차그룹 실적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매일경제 보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연간 판매량 730만 대를 기록해 도요타그룹·폭스바겐그룹에 이어 세계 3위를 기록했다.
KT의 광고비 하락 추세가 눈에 띈다. KT는 2022년 861억 원의 광고비를 써 4위에 올랐으나, 지난해 광고비는 345억 원으로 대폭 줄였으며 지난해 광고비 지출 순위는 26위다. 미디어오늘은 KT에 광고비 하락 이유를 물었으나 답을 들을 수 없었다. 반면 SK텔레콤은 지난해 광고비를 940억 원 집행해 4위에 올랐다. 2022년보다 27.1% 증가한 수치다.
이밖에 △동국제약(769억 원, 41.8% 상승) △하나금융그룹(580억 원, 2.5% 감소) △KB금융지주(542억 원, 24.3% 상승) △명인제약(536억 원, 35% 상승) △기업은행(514억 원, 15.7% 상승) △하이트진로(512억 원, 27.6% 상승) △맥도날드(462억 원, 18.7% 상승) 등 기업의 광고비가 높았다.
한국코카콜라와 바디프랜드는 2022년 광고비 지출 10위권에 들었지만, 지난해 광고비를 대폭 삭감했다. 지난해 코카콜라 광고비는 205억 원(354억 원 감소), 바디프랜드 광고비는 158억 원(353억 원 감소)이다.
신문광고비 급증했지만 ‘착시’ 가능성 커
이번 조사에서 주목할 대목은 신문광고비가 급증했다는 점이다. 부문별 광고비는 △TV광고 2조5902억 원(8.9% 감소) △라디오광고 490억 원(6.8% 감소) △신문광고 9767억 원(11.4% 증가) △잡지광고 409억 원(4.6% 증가)이다.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긴 힘들다. 방송통신광고비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신문광고비는 2022년 대비 2000억 원 가량 하락한 1조5980억 원이다. 광고업계 관계자 B씨는 미디어오늘에 “지난해 디지털 광고를 제외하곤 대부분 광고비가 줄었다. 인쇄광고 역시 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닐슨코리아 조사에서 신문광고비가 증가한 것은 신문사들이 저가 광고를 대량 게재한 영향으로 보인다. 닐슨코리아의 광고비 통계는 방송·신문 등에 집행된 광고 건수를 광고 단가로 역산해 추정한다. 광고 건수가 많으면 광고비 집계가 늘어나게 된다. 하지만 신문 광고 단가는 유동적이다. 지난해 신문사들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저가 광고 개수를 늘렸고, 이 때문에 ‘신문광고비 증가’라는 착시현상이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고려해도 급감한 신문업계 매체력에 비해 신문 광고비 하락세가 크지 않은 건 사실이다. 신문사들이 기업들에게 일종의 보험 목적으로 광고를 요구하고, 기업들이 이에 응하는 관행이 여전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평가다. 나날이 커지는 음성적 협찬까지 고려하면 규모는 더 커진다. 지난해 12월 광고주협회가 발표한 <광고매체 평가 연구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조선일보를 제외한 주요 일간지들의 광고 매력도 순위는 중하위권에 위치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언론수용자 조사결과에서 종이신문 이용률은 2013년 33.8%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10.2%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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